
중1 때, 과외를 하는 도중 방귀를 뀌었다. "뽀오오오옹!" 듣는 사람에 따라서 5초였느니, 10초였느니 하는 설들이 난무했던 그 방귀를 친구들은 "사이렌"으로 표현했다. 남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었던 그당시, 난 방귀에 새롭게 눈을 떴고, 그때부터 방귀를 뀜으로써 웃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친구가 내게 충고했다.
"지금 니가 하는 건 방귀가 아냐. 나도 너처럼 배에 힘을 주면 방귀를 뀔 수 있어. 볼래?"
그러면서 친구는 정말로 방귀를 뀐다. 부끄러운 나머지 난 그 후부터 그런 방귀는 뀌지 않았고, 다른 방식의 유머를 찾기 시작했다. 어찌되었건 '사이렌'으로 칭송되었던 그 방귀는 내가 뀌너나 들은 방귀 중 최고의 방귀였다.
영화 <미지왕>을 보면 방귀 얘기가 나온다. 사위가 술을 원샷하다가 무심코 방귀를 뀌는데, 그러자 갑자기 방안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장인의 말, "아니 방귀 소리가 그게 뭔가? 자네가 겨우 그런 사람이었나?"
그러면서 장인은 방귀를 뽕뽕 뀌어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모님의 말씀, "아유, 당신. 옛날에는 더 컸었는데"
"그런가?" 장인은 다시 방귀를 뽕 하고 뀌다가, 가정부를 부른다. "얘야, 새빤스 가져와라"
이 대목에서 난 웃느라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극장 안에 있던 몇 안되는 사람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고, 영화는 1주일도 안되서 간판을 내렸다.
나이든 사람들은 더 이상 방귀에 웃지 않는다. 대학 때, 강의실에서 나는 방귀 소리에 난 누가 그랬나 뒤를 돌아보고, 키득거리고 그랬는데, 다른 애들은 말없이 수업을 듣는다. 내 옆 친구에게 물었다.
나: 넌 안웃겨?
친구: 공부나 하자.
그렇구나. 방귀는 안웃긴 거구나. 어릴 적엔 누가 방귀만 뀌었다면 자지러지게 웃었는데. 특히 수업시간이면 더더욱 그랬지 않는가? 나이가 듦에 따라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도 이유가 되지만, 어릴 적의 웃음은 수업이 재미없다보니 방귀를 빌미로 잠시나마 휴식을 가져보자는 의도도 있었을게다. 어찌되었건 난 지금도 방귀가 웃긴다.
어제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방귀를 뀌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남자애가 날 째려본다. 원래 그럴 때는 남에게 덮어씌우는 게 상책, 난 "도대체 누구야?"하는 표정으로 옆을 봤다. 이럴 수가! 옆엔 아무도 없었다! 세면대의 남자애가 날 얼마나 가증스럽게 봤을까? 덮어씌우려면 최소한 2인 이상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