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선생들이랑 짜장면을 먹고 이를 쑤시는데 한명이 이런다. "선생님, 코피 나요!"
휴지로 코를 훔쳤더니 피가 묻어나온다. 이런, 진짜잖아! 코피를 닦으며 예전에 들었던 우스개 소리 생각을 했다.

어떤 애가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고 있었다. 잠시 후에 보니 연필로 후빈다. 나중에는 컴퍼스를 코에 넣는데, 코피가 줄줄 난다. 선생이 물었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다가 연필로 후볐지요. 그런데 지우개가 들어가는 바람에 컴퍼스로 빼는데 코피가 난 거예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코피가 나서 양호실에 누워있게 되었다. 코를 막고 누워 있다가 이젠 됐겠지, 하고 솜을 빼니 다시 코피가 난다. 그러길 두차례 더 반복한 후, 난 놀라서 달려온 어머니와 함께 큰병원에 갔다. 그 뒤부터 난 한번도 코피가 나본 적이 없다. 아마도 코 속에 혈관이 많은 부분-유식한 말로 키셀바흐 어쩌고 하는 그곳-을 지져버렸나보다. 코피가 안나니 좋은 점도 있지만, 가끔은 아쉽다. 입시준비에 여념이 없던 고3 때는 누군가 코피가 났다하면 바로 스타가 되었는데, 난 한번도 그러질 못했으니까. 조교 때 사흘간을 밤을 새며 일했을 때, 코피가 나면 열심히 일한 것을 교수님들이 알아주실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다시 코피가 나다니. 어릴 때 지진 혈관이 다시 자라기라도 했을까? 그건 아닐 거다. 양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이건 내가 너무 코를 심하게 후빈 탓이리라. 공공장소에서 깨끗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수시로 코를 후비는 통에 코가 견뎌내지 못한 것이겠지. 피를 봤으니 오늘은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하거늘, 내일 큰 시합이 있으니 얌전히 집에 가련다. 코피가 났으니, 평소보다 일찍 가도 떳떳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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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0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피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코피, 자주 나면 귀찮겠지만 어쩌다 한 번씩 아쉬운 상황이 있잖아요. '나 요즘 되게 피곤해~'라고 시위하고 싶을 때.
마태우스님의 코피는 아무래도 잦은 음주 전쟁과 과도한 서재 업데이트가 원인으로 사료됩니다만.^^ 푹 쉬세요. 마태우스님이 아파서 글을 못 올리면, 사는 게 심심할 것 같은 분들이 꽤 많은걸요. 해당되는 분 손 드세요~ 우선 나부터. 저요!

가을산 2004-03-0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에 있다보면 아이들이 신기한 것들을 코나 귀에 넣어서 오는경우가 많아요.
콩알, 플라스틱 총알, 면봉 부러진 것, 단단한 과자, 지우개까지... ^^

비로그인 2004-03-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두 마태우스님이 쉬시면 심심해요~ ^^ 코를 많이 후빈탓이라고 하시지만, 얼마전까지 계속 달렸던 것이 무리였던게 아닐까요?? 그러고보니, 전 살면서 코피가 한번도 안나서, 꼭 한번 나보고 싶었답니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니 원. ㅎㅎ

갈대 2004-03-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태어나서 한번도 코피라는 녀석을 만나본 적이 없답니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툴툴 2004-03-1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전 쯤 제 막내 아이의 입과 몸 전체에서 심한 악취를 풍겨져 나온 때가 있었죠.구창이 생겨 그렇나보다 생각하고 죽염으로 맨날 입안 소독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씻기고 또 씻기기를 수시로 반복하며 애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혼자 고뇌하고 그랬답니다.ㅋㅋ
나중엔 2미터정도의 거리에까지만 다가가도 냄새가 나더군요.아이 얼굴에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훑듯이 맡아보는 것이 매일의 일과처럼 되어버린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주범이 코라는 것을 알았죠.
얼른 이비인후과를 데려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단방에 알더군요.핀셋을 집어넣어 순식간에 뭔가를 꺼내더군요.
꼬깃꼬깃 접힌 1센치미터 길이정도의 썪은 종이.
안도와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즈음에 아이가 코가 답답해 후비는 걸 자주 목격했는데 제 아이들은 워낙에 코구멍 후비기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 딴에는 답답해서 그런 게 자꾸 밀려들어가 결국엔 답답함도 느끼지 못할 편한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게지요.
미련한 엄마때문에 아이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ㅋㅋ

알라딘에 올리시는 글과 보내주신 책 넘 재미있어요.^^

플라시보 2004-03-1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코피라면 둘째가도록 절대 안나는 인간중 하나입니다. 여태 코피 제대로 흘린건 딱 한번 고3때 였습니다. 공부도 안한 니가 대체 왜 코피를 흘리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라도 받게 학교서 흘렸으면 좋겠지만 혼자 세수할때 흐르더이다. 제 동생은 툭하면 코피를 막 쏟곤 했는데 그게 어찌나 드라마틱하면서도 부럽던지...

ceylontea 2004-03-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코피 절대 안나는 인간입니다... 입술 같은거 부르트는 일 절대 없습니다.. 너무 힘든데.. 어딘가 아파 보이고 힘들어 보여야 "나 힘들어!!"하고 어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힘들어 보이기는 커녕.. 씩씩해 뵈니 이게 왠일입니까..
전 코피나고 입술 부르트는 사람이 부러워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