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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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반부지만 정유정의 소설엔 가슴을 후벼파는 무언가가 있다 그게 너무 좋다 7년의밤에서도 아렸던 그 느낌을 종의기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소름이 돋았다 너무아팠다 멍치의통증엔 중독성이있나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소설을읽으면서 이런기분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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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은 사고뭉치 동화는 내 친구 7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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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즐겁다.물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이야기하는 듯한 정겨움이 묻어있는 문체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밀의 기상천외한 다음 행동들을 예상해내는 작가의 탁월한 순발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든다.책을 읽으며 흙을 밟는 것도 큰 맘먹고 해야하는 체험학습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에밀과 에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거창하게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 단지 자신들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스웨덴의 카드풀트농장으로 날아가 에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기때문이다. 

세 가지의 에피소드,'에밀이 수프단지를 뒤집어 쓴 날','에밀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날','에밀이 도둑을 잡은 날'로 구성되어져 있는 이 이야기의 배경인 카트풀트 농장은 자연과 집과 사람과 동물이 하나로 어우러진 평화로운 곳이다. 그곳에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농장의 평화로움을 깨는 에밀이란 사내아이가 있다.그리고 에밀만큼이나 독특한 웃음을 주는 농장식구들이 있다.수프단지에 머리가 끼여버린 에밀을 두고 단지값과 병원비를 비교분석하는 아빠와 사랑스런 자식에 대한 애뜻함을 고상하게 보여주는 친절한 엄마,에밀의 행동을 늘 신기하게 바라보며 자신을 살짝 꼬집어주는 것 만으로도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귀여운 여동생 이다를 만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황당하지만 무척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정형화되고 절제된 상상력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자유로움은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즐거움까지 느끼게 한다.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창조적인 성격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늘 예측불허라 다음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그리고 생각한 것을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에밀을 통해 자기중심적이며 순간에 집중하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그래서 이야기는 또 재미있어진다.뒤집어 생각하면 에밀이 이다를 국기 게양대에 매달면서 그 상상조차 하기싫은 위험천만의 결과를 생각했다면,그리고 수프단지에 머리를 쳐박고 수프를 날름날름 핥아먹다가는 수프단지에 머리가 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카트풀트농장엔 더 이상의 사건도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에밀은 결과에 대한 쓰디 쓴 기억들은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 현명한 아이다.

그리고 작가 린드그렌의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있는 늙은말의 등장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말괄량이 삐삐에서도 늙다리 말이 등장하는데 역시 마지막 이야기에서 에밀은 늙은말과 여행을 떠난다.작가 린드그렌은 왜 늙은말을 아이들과 함께 등장시킬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서 작가의 아이들에 대한 넉넉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젊고 힘있는 말과 여전히 천방지축인 에밀이 떠나는 여행은 내심 불안하다.하지만 앞만 보고 급하게 내달리는 에밀의 요구를 들어주고싶어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육체적 조건을 갖춘 늙은말의 초연한 시선은 에밀의 조급증을 다스리고 기다리게 만들어 여행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어린이보다 더 어린이다운 상상력이 넘쳐나는 이야기다.국기 게양대에 메달린 이다의 마음이 되어 뢰네베르그 마을의 풍경을 마음 속으로 그려본 아이들은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해낼 것이다.그 상쾌한 흔들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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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우님, 상쾌한 흔들림의 기억을 아이들은 나름대로 오래 갖고 살겠죠^^
 
장화 쓴 공주님 느림보 그림책 3
심미아 글 그림 / 느림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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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함께 읽어나가는 책이다.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는 그림을 읽어내려간다. 좋은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전개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한다.그래서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아이들은 어디에 그런 이야기가 있냐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구석구석 살펴본다.역시 장화 쓴 공주님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장화부터 찾는다.

장화 쓴 공주님이라는 제목의 발랄함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표지 그림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장화 쓴 공주님은 벌거숭이 임금님을 요즘 시대의 가치관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벌거숭이 임금님의 옷에 대한 낭비가 도가 지나쳤다면 공주님은 머리치장으로 그 일을 대신한다.하지만 공주님과 임금님은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머리치장은 사치나 낭비라는 측면보다는 창조적인 자기 표현 방법이기때문이다.공주님의 이미지는 발랄하고 당돌하고 귀엽다.이런 이야기의 유쾌함은 공주님의 머리 모양이 사과 머리에서 우산 머리로 사자갈기머리로 바뀌며 잘 드러나고있다.그리고 공주님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신하들과 백성들의 모습도 자신만만한 공주님과 대비되어 재미있게 표현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전반부의 무리없는 전개와 달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에 접어들면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앞으로 중요한 사건을 몰고올 사기꾼들의 이미지가 그림과 글을 통해 잘 전달되지 않아 이야기를 평이하게 만든다.사기꾼들의 그림이 전체적인 그림에 비해 너무 작아서 전혀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음흉한 속을 드러내보이는 장면에서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아이들을 집중시키기엔 어슬프다.공주님의 보물을 훔치는 장면도 전체적으로 어둠이 너무 짙게 처리되어 아이들에게 사기꾼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전달해 주지를 못한다.지문을 조금 더 첨가했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되지 않아 이야기의 절정에서 공주님의 충격에 공감하기 힘들다.그리고 공주님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런 모습도 괜찮은 걸!" 하며 웃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게 다가갈 것 같다.한편으로는 원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든다.상처가 자학의 수준까지 가는 이야기의 비약은 우스꽝스럽다.그리고 공주님의 진가를 늦게나마 알아차린 신하들과 백성들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미리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의 흐름이라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더 이상 자극해내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이야기에서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로 재구성해내지 못하고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내용만 살짝살짝 바꿔놓은 식이다.아기 늑대 삼형제와 못된 돼지,개구리 왕자 그 뒷 이야기,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삼형제 이야기,아기 돼지 세자매 그림책을 보면 기존 이야기의 틀을 완전히  뛰어넘는 자유로운 구조로  유쾌한 상상력을 보여준다.우리 작가가 외국 동화를 패러디해서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시도는 신선하지만 2003년출판은 늦은감이 있고,고정관념을 깨기에는 부족하다.좋은 패러디 그림책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한 두편 이런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을 집중시키기에는 작가적 상상력이 아쉽다.독특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의 성격을 끝까지 잘 살려냈더라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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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기들로 가득 찼어요! Wonderwise (그린북 원더와이즈) 1
브리타 그랜스트룀 그림, 믹 매닝 글, 이연수 옮김 / 그린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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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의 책일까요? 성교육 동화책?
물론 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고 아주 교육적인 책인 것은 분명해요. 그런데 이 책은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어떻게 만나 소중한 생명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어났다라는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답니다.
우리가 항상 생각해야 될 건 아기라는 존재가 비단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거죠. 세상엔 무수한 종의 생명체들이 자신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아기들을 낳고 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고래의 아기, 도룡뇽의 아기, 쥐의 아기, 닭의 아기, 나비의 아기 등등 정말 세상에는 아기들이 많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이 새삼스레 든답니다. 여러분은 고래의 태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셨나요? 그럼 물고기나 돼지의 태아는요?
아마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의 아기들이 태어나 기어 다닐 때 쯤 같은 시간을 거친 새끼쥐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그들은 놀랍게도 400마리의 손주를 거느린 왕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대요. 와아! 대단한 발견이죠?
다인이는 이 책을 읽고 도롱뇽이 갖고 싶다고 가끔 엄마를 조릅니다.'도롱뇽 없어.' 하고 말하면 '엄마 뱃속에 있잖아. 엄마 뱃속에~에.'하며 절 난처하게 합니다.^^ 엄마 뱃속에 아기집이 있다고 말해 주었더니 세상의 모든 아기가 엄마 뱃속에 다 들어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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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장수풍뎅이 내 아이가 읽는 책 3
다다 사토시 글 그림, 구혜영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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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돌아 온 다인이에게 '유치원에서 뭐했는데?' 라고 물으니 '애벌레 봤어.'라고 대답합니다. '그래, 애벌레가 어떻게 되었어?' '번데기가 되었어.' '그러고 나선?' 활짝 웃으며 '호랑 나비가 되었~지이.'라고 대답하곤 팔딱팔딱 뛰며 좋아하네요. 다인이는 말이 좀 늦는 편이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도 항상 아이가 어디까지 이해를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었는데 나비의 변태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다인이는 유달리 곤충과 살아있는 생명에 애착이 많은 아이예요. 애착이 많은 만큼 도마뱀이며 사슴벌레 자벌레 귀뚜라미 왕개미 등 많은 곤충들이 다인이 손에서 온전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지요.

나이가 어리니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그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강한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도 올해 들어선 좀 자랐다고 '예쁘게 만져. 그렇게 하면 벌레가 아프잖아?' 하고 말하면 '그럼 병원가야 되겠네에. 커다란 주사 맞으러.'하며 처방을 내려준답니다. 병 주고 약 주고… 그래도 어제는 하늘소랑 닮은 곤충 한 마리를 하루 종일 이 통에 넣었다 저 통에 넣었다하며 가지고 놀더니 밤에 되자 집으로 돌려 보냈다며 씩씩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더군요.

책 속의 주인공 아이 유진이도 우리 다인이만큼이나 곤충을 사랑해요. 그래서 유진이도 다인이처럼 친구가 된 덩치 큰 장수(장수 풍뎅이)와 늘 함께 있고 싶어 하지요. 그런데 신나게 시소도 타고 목욕도 하며 유진이네 집에서 즐겁게 지내던 장수가 어느 날 기운없는 목소리로 유진이와의 이별이 슬프지만 숲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한답니다. 장수는 숲을 떠나서 살 수 없었던 거지요. 어린 유진이에겐 친구를 잃는 슬픔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지만 장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맘에 씩씩하게 장수를 떠나보내기로 결심을 하게 되지요.
숲으로 돌아 온 장수가 나무진을 빨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장수가 있을 곳이 여기라는 것을 깨닫는 유진이는 친구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좋아합니다.
다인이는 이 책을 품에 꼭 안고 다녀요. 곤충과 맘껏 놀고 싶은 자신의 꿈이 유진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즐거운 환상에 사로잡혔겠지요. 그리고 다인이도 유진이처럼 갖고 싶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음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또 생명의 소중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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