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심코 TV를 켰더니 케이블에서 <내게 너무 아찔한 그녀>를 한다.
한참을 보다가 깨달았다.
전에 봤던 거라는 걸.
그럼에도 내가 끝까지 계속 봤던 건, 그 다음이 궁금해서였다.
어떻게 된 게 전혀 기억이 안나는 건지.
돌이켜보면 본 영화를 또본 적이 여러번이었다.
20대 땐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나느라 반복관람을 했고-<영웅본색 2>를 세번 봤다는...
30대 땐 영화볼 때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그랬다.
그리고 지금 40대 땐 이미 본 영화인 걸 알아도 그 다음 내용이 전혀 생각안나서 끝까지 본다는....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대사를 다 외울 정도이면서도 감동 때문에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영화들이 몇 있는데
딱 세편을 고르라면 <공공의 적 1편>, <매트릭스 1편>, 그리고 <쇼생크 탈출>이다.

공공의 적에서 기억나는 장면
1) 설경구가 "내가 오늘 기분이 좋거든? 그러니까 지금 빌면 봐줄 수도 있어."라고 할 때. 한동안 그 대사를 흉내내며 다녔다.
2) 의자에 묶인 이문식에게 설경구가 직업을 묻자 "유통업이요!"라고 답해 몇번 맞다가 결국은 "양아치요"라고 답하는 장면.
3) 유해진이 칼쓰는 법을 시범보이는 장면은 몇번을 봐도 웃겨 죽겠다.

<매트릭스 1편>에선
1) 네오가 몸을 기울여 총알을 피하는 장면. 볼때마다 멋지다.
2) 네오가 자신의 힘을 깨닫고 요원들을 향해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할 때
음, 이거밖에 생각이 안난다.

<쇼생크 탈출>
1) 역시 앤디가 문을 잠군 채 <피가로의 결혼>을 틀어주는 장면. 그 음악이 어찌나 장엄하던지...
2) 앤디가 회계 일을 도와줘 동료들에게 맥주를 마시게 하는 장면. 정말 시원하게 마시는지라 볼 때마다 맥주가 당긴다.
3) 앤디가 탈출하는 장면은 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소장의 구두를 신은 것부터 시작해서 천둥소리에 맞춰 파이프를 돌로 내리치는 장면 등등...
4) 가석방된 모건 프리만이 앤디가 말한 곳에서 앤디의 물건을 파내는 장면. 모건 프리만이 어찌낭 연기를 잘하는지.
반면 최근에 나온 <아바타>는, 물론 3D로 아이맥스에서 한번 더 보고 싶긴 하지만, 여러번 보고픈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네번째 '내인생의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