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 이하는 루저라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미수다에 나온 한 여대생의 발언은 많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공인도 아닌, 그냥 여자애 하나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뭘 그리 심각하게 반응을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가고,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방송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람이 무려 246명에 달한다니

기가 막히다.

많은 이들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열을 낸 이유는

역시나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인터넷의 특징에서 기인할 거다.

 

1997년인가 <아침마당>이란 프로에서 ‘좋은 신랑감’을 주제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패널로 나와달라고 하기에

친구를 대신 내보내고 난 방청객으로 한마디만 하는 걸로 합의를 봤는데,

그때 나온 여대생 하나가 아주 가관이었다.

첫마디부터가 그랬다.

“난 남자들이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걸 보면 한심해요. 차도 못사고 뭐하는 건지.”

그러면서 자기 신랑감은 넓은 아파트를 가져야 하며,

빌딩 몇 채를 갖고 임대수입이 상당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시청자 하나가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다.

“이것 봐요, 아가씨.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집을 늘려나가는 것도 삶의 재미예요.”

그 여자는 지지않고 반박을 했다.

“왜 그것만 재미인가요? 아파트 한 채로 출발해서 두채, 세채 이렇게 늘려가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녀가 미녀이기만 했다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니었기에 좀 더 황당하단 느낌을 받았다.

 

‘루저’보다 더한, “지하철 탄 남자는 한심하다”는 말을 했던 그 여대생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

그 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고, PC 통신이 주를 이루던 시대였으니까.

그리고 PC 통신을 하던 애들은 그런 말초적인 일에 우르르 몰려들지 않았으니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는 인터넷은 정말이지 혁명 그 자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위가 일상화된 것도,

그대로 묻힐 뻔한 억울한 일이 이슈가 될 수 있는 것 역시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안먹을 수 있었던 욕을 무더기로 먹게 해주는 것, 그것 역시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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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 민주화 운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불리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당시에 정보를 접하는건 티비뉴스 뿐이었으니까요. 아직도 그것을 한심한 대학생들의 데모 행위로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실감할 수 있죠. 그러나 이제는 정보를 잘못 전달할려야 할 수가 없어요. 말씀하신 것 처럼 시위도 인터넷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시위의 현장을 거짓으로 보도한다면 그 속에 담긴 진실을 밝히는 것도 인터넷이 할 수 있는 최대 강점이 아닐까요.

얼굴 보면서 말로는 차마 할 수 없는 것들을 인터넷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함부로 내뱉곤 하죠.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한말, 혹은 내가 한 경험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동창보다 더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도 온라인상의 친구들일때도 많아요.

비로그인 2010-01-11 12:36   좋아요 0 | URL
댓글도 추천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지는 댓글!

Mephistopheles 2010-01-1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식적으로 가는 교회에서 저번 주 목사님이 설교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키가 180이 안되서 루저가 아니라 키가 180이 안되서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루저다.' 라고요..^^ 더불어 분명 거대한 장점을 가진 어떤 매체던지간에 분명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요. 단점을 보완하지 않고 부풀리고 양산하는 것 또한 어찌보면 미련한 짓이라고도 생각합니다.

2010-01-1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11 23:14   좋아요 0 | URL
속삭님/아앗 거기까진 생각 못해봤는데... 음, 종교도 좀 그렇지 않나요. 개인적이면서도 전도를 하잖습니까

무스탕 2010-01-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먹울 수 있었던 욕을 무더기로 먹게 해주는게 인터넷이 주는 선물이었다면
몰랐던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건 인테넷이 주는 축복일거에요 ^^

울보 2010-01-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세상이 점점 빠르게 발전해서 좋기는 하지만 참 안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인테넷이 우리에게 준 이로운점도 많짐나 그에비해 좀 안좋은 상황도 많이 만들어내기도 해요,,
내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냥 참 그렇다라고 토요일에 말한것이 훅 하고 떠오르네요,,,

마태우스 2010-01-1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뭐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너넷이 아니었다면 님과 어찌 이렇게 얘기를 나눌수 있겠습니까^^
무스탕님/전 욕먹는 것도 나름 괜찮더군요 제가 마조히스트란 걸 덕분에 알았다는...^^ 그래서 선물이라고 써놨지요. 몰랐던 사실, 잘못 알았던 사실을 가르쳐주는 건 정말 축복이죠
메피님/그 목사님 말씀 참 멋지네요. 그나저나 메피님은 형식적으로 가시는군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겠지요^^
주드님/그러게요..
다락방님/그럼요. 전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정말로요! 님같이 훌륭한 분을 알게 해줬으니깐요!

메르헨 2010-01-1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일이면...정말 십년도 더 된 옛날(?)에 그런 말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는 거네요.
오.....그때가 IMF사태 무렵이라 그랬을까요?
흠.....루저보다 한참 심한 말인데
모든 일엔 다 장단점이 있네요. 인터넷 이렇게 편하고 좋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