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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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4기입니다. 다행스럽게 아직 말기는 아니네요.”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하 마지막)>이란 책을 보면

영화배우 장진영이 암 진단을 받을 때 의사가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위암은 1기부터 4기까지 분류를 하는데

의학계에서 ‘말기’라고 하는 건 4기를 의미한다.

4기 판정이 내려지려면 간이나 대장 등 다른 장기로 암이 퍼져야 하는데,

고인의 경우 암이 림프절로 전이되긴 했지만 다른 장기로 퍼진 건 아니었다.

이상을 종합해 봤을 때 의사는 그를 3기로 진단한 게 아닌가 싶다.

이건 의사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입증된다.

“희망을 가져도 됩니다. 우선 항암진료를 받으면서 수술 날짜를 잡아봅시다.”


위암 4기인 경우 대개 수술을 하지 않는다.

다른 장기에 퍼져 있는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덩어리들이 몸 어딘가에 있는지라

수술을 하는 게 환자에게 고통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사는 항암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하자고 했으니

3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의학에서는 대개 5년 생존율을 따진다.

5년이 되도록 재발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완치가 되었다고 보는 거다.

위암 1기 환자가 수술을 받고 5년을 살 확률은 95%를 넘고 2기도 70%를 넘지만,

3기의 생존율은 30-40%에 불과하다.

‘불과’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 정도면 그리 낮은 건 아니다.

적어도 세 명 중 하나는 5년 이상 산다는 뜻이지 않는가?


3개월의 치료 후 암세포가 줄어들자 의사는 그에게 수술날짜를 잡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거부했다. 직업상 몸에 칼을 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주간 치료하고 처방약을 먹으며 한두달만 지내면 100퍼센트 완치된다”는 말에 이끌려

멕시코로 건너간 것.

의학에는 100퍼센트라는 게 없다.

게다가 진행된 위암을 수술도 안하고 고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되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에 솔깃해 한다.

그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이 아직 많은 한계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멕시코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곳에서는 수술을 하는 대신 그녀의 몸에 방사선을 쐈다.

죽어간 건 암세포가 아니라 정상 장기였고,

부작용으로 생긴 설사 때문에 그의 체중은 10킬로그램이나 줄었다.

결국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

그 뒤 그가 숨을 거두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세상엔 말기암 환자를 유혹하는 수많은 대체요법이 존재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숯가루 요법으로 유방암을 완치했다.”든지

“도라지를 먹고 구강암이 나았다” “침과 뜸으로 췌장암 말기에서 살아났다.” 등등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글이 차고도 넘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 글에 나온 요법들은 구원의 손길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사례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난 회의적이다.

<마지막>의 사례에서 보듯 그 요법들은 치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태를 더 악화시키기 일쑤니 말이다.


생각해 본다. 장진영이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2010년, 그리고 2011년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에게 밝은 웃음을 주고 있지 않았을까?

“암 투병 연기는 이제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을 그녀의 명복을 빌며,

새해부턴 환자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체의학에 끌리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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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 불행하게도 곁에서 여러 사람 겪어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런 선택이 그녀를 빨리 데려간 것 같아 심히 안타깝네요.ㅜㅜ

L.SHIN 2010-01-0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답답해라... 안타깝군요.

2010-01-0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푸라기라도 잡고싶 그 심경, 상황...아아...
그런 상황은 다시 겪고 싶지 않고 없기만을 바라며 그럴수 있도록 살고자 합니다.

마립간 2010-01-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은 없지만 직업병이다 보니.
http://blog.aladdin.co.kr/freejani/3250047

카스피 2010-01-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의학이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실제 기적처럼 살아난 사람들도 가끔은 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는것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은 현대의학에서 거의 포기한 분들인데,대체 의학을 꼭 나쁘게 보기 보다는 이런 분들을 속여 한몫 잡으려는 사기꾼들이 더 문제인것 같네요.

Tomek 2010-01-0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안타까울뿐..

다크아이즈 2010-01-0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남수 옹의 침 요법으로 호전되었다는 둥의 기사도 떴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김영균씨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나요? 상업성과 순수성의 모호한 경계에서 회자되는 대체의학의 정체성 역시 역시 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정립되겠지요? 갑갑하고 혼란스럽습니다.

마태우스 2010-01-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글쎄요. 암이란 건 어차피 침으로는 호전되는 게 아니어서요. 당장은 좋아지는 느낌을 줄지언정 치료에는 도움이 안되었을 겁니다 다시 읽어보려 했는데, 제가 책을 다른 분한테 빌려줘 버렸네요...
Tomek님/그죠? 35세라면 위암이란 진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른 나이어요. 그것도 조기가 아닌 3기라니, 참 속상하죠.
카스피님/님 말씀이 맞습니다. 의학계는 대체의학을 잘 모르고, 이해하려 하질 않습니다. 진짜 기적처럼 나은 분이 있더라도 "애초에 진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답니다. 대체의학이란 것도 질병에 따라 효험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약제로 쓰는 것도 사실은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것들을 모방해 만든 것이니깐요. 글구 이번에 고인이 받은 치료는 방사선치료라, 대체의학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번지수를 잘못찾은 치료예요. 그나저나 현대의학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단 생각이 들어요.
마립간님/아 네. 말씀하신 곳에 갔다가 아무 댓글 못남기고 왔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루체오페르님/사실은 저도 고인처럼 되면 치료 안받고 버틸 거예요. 암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속삭님/앗 마치 제가 독촉한 느낌이어요 뭔지 대충 알겠사와요. 글구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마당에요.
L Shin님/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수술을 받았다면...제가 저자였다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수술을 받게 했을 거예요..
순오기님/그러게요. 읽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참...

2010-01-07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