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어느 분이 “왜 불매운동을 불편해 하느냐”고 물으신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 같아 나름의 답변을 적는다.
1. 불매불매불매...
난 알라딘에 들어가면 화제의 글이 뭐가 있는지 훑어보는 것으로 서재활동을 시작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실 거다.
댓글이나 추천이 많아야 메인 화면에 뜨니,
화제의 글이란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메인 화면을 들여다보기가 싫어져 버렸다.
화제의 글 리스트가 죄다 불매로 채워져 버려서다.
일주일 정도면 모르겠지만 한달이 넘도록 불매 관련 글만 메인에 뜨고 있으니
지겹지 않겠는가?
“우리집 강아지가 응가를 했어요”같이 상큼한 글도 좀 보고 싶은데,
어떻게 된 게 모조리 불매 투성이다.
“불매가 필요한 이유” “불매가 정말 필요한 이유” “불매를 할 수밖에없는 이유” “로쟈는 나쁜놈”....
물론 불매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글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쓴다.
그건 인정한다.
읽다보면 ‘경향 칼럼은 이런 분들이 써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생판 처음 들어보는 피터 싱어 (난 처음에 가수인 줄 알았다)를 인용하고,
공리주의가 어떻고 헤겔이 어떻고 하고 있으니,
무슨 반박글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
그런 글에 추천을 하는 건 인간이라면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화제의 글이 죄다 불매관련 글로 채워진다는 거다.
불매하자는 글의 추천수가 평균 47.3개이니,
화제의 글에 안뜨고 배기겠는가?
게다가 불매하자는 글엔 무조건 추천을 하는 단체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알라딘 서재 접속이 하루 동안 안된 일이 있었다.
알라딘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이런 게 어디 한두번인가” 하고 웃어넘겼을 텐데,
이에 격분한 어느 분은 이런 글을 썼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왜 서재접속이 안되지? 알라딘의 음모가 아니냐?”
민감한 시기는 개뿔,
한달이 넘도록 불매불매불매 타령을 해대놓고선
하루 접속 안됐다고 음모라니 어이없지 않은가?
근데 이런 그지같은 글에 줄줄이 추천이 달려
그 글이 화제의 글이라고 메인화면에 떴다.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오늘은 로쟈님을 미워하는데, 혐오하지 않게 해달라는 정신병적인 글이 메인에 떠있기에
가서 봤더니 추천이 35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앞으론 제발 좀 불매관련 글에는 추천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게 만든 그분이 묻는다.
“내용도 없는데 도배하는 글에는 불편하다고 안그러면서 왜 불매만 불편하다고 하냐?”
정말 모르시는 것 같아 답을 드린다.
그 글들은 알라딘 메인에 안뜨거든요?
2. 그동안 뭐하셨어요?
내가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치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앞집, 윗층 아저씨가 우리집에 와서
“이사갈거면 방학동이 낫다”“아니다 상계동이 뜬다”고 조언을 해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근데 지금 불매운동에 열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르는 분들이다.
요즘 뜸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재생활을 8년째 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평소 잘 알던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와 평화롭던 마을을 접수해 버린 느낌이다.
그간 서재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알라딘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다.
그래스물넷보다 배송이 느려도, 보너스 포인트를 교봉보다 덜줘도 그분들은 대부분 알라딘서 책을 사며,
알라딘이 좋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누구누구가 알라딘서 책을 사더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 누구누구를 높게 평가한다.
이번 일에 많은 서재인들이 동참한 것도
우리가 사랑하는 알라딘이 더 좋은 기업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알라딘이 문을 닫길 원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불매를 주도하는 분들은 전혀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다.
애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분들의 글을 보면
혹시 그래스물넷의 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것이 내가 작금의 불매운동을 불편해하는 두 번째 이유다.
3. 이게 다 로쟈님 탓?
한동안 잘나가던 불매운동은 신밧드님의 답변 이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분들은 갑자기 로쟈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난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로쟈님 때문에 불매운동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느 분이 “그때 로쟈에게 따져묻고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걸 보면
그분들은 정말 로쟈님이 불매운동을 꺼뜨린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로쟈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불매운동은 그리 오래갈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알라딘 서재에서 글을 쓰는 분들은 불매를 하기엔 너무 알라딘에 애정이 큰 분들이니까.
나만 해도 그렇다.
한달간의 불매기간 중 다른 데서 책을 사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게다가 로쟈님이 왜 꼭 불매에 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로쟈님이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라는 건 맞지만,
그분이 다른 인터뷰에서 불매에 회의적인 얘기를 했다고 해서
그게 욕을 먹을 이유인지 난 당최 모르겠다.
파워블로거는 자기 의견 표출도 해선 안되나?
불매운동이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냥 하던 일을 쭉 계속하면서 사람들을 모으면 될 일이지
왜 남을 공격함으로써 불씨를 살리려고 드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난 불매운동이 불편하다.
불편함의 이유가 궁금했던 그분이 이 글을 읽고 궁금증이 풀렸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