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방황했었다.
줄거리를 좀 요약한 다음에 거기에 대한 내 느낌을 쓰는 게 초창기 리뷰였고,
플레져님 같은 분들의 리뷰를 보고 난 뒤
책과 관련된 옛날 얘기들을 쓰려고 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책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들로 리뷰를 다 채우고 있는데,
그래서 내 리뷰는 리뷰인지 페이퍼인지 구별이 안갈뿐더러
묘한 신비감까지 풍긴다.
신기한 건 사람들이 그런 리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드 보통이 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의 리뷰를
할머니한테 설렁탕 사드린 얘기로 채웠을 때,
책 얘기만 열심히 썼을 때보다 수십배 많은 추천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그런 신비주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이런 걸 전문용어로 ‘식상’이라고 한다.
뭔가 변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7개월째 하고 있는 찰나,
다락방님이 쓴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읽었다.
http://blog.aladin.co.kr/fallen77/3144150
이 글은 <기억의 빈자리>란 책에 대한 리뷰인데,
내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좋은 리뷰의 모든 것이 여기 다 들어 있다.
시작은 <빌리 엘리어트>란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그 다음 친구에게 했던 자신의 말이 이어진다 (다락방님의 말씀은 정말 멋지지만,
친구분이 그 말을 제대로 받아들였는지 일말의 걱정이 된다).
이어서 나오는 책 주인공에 대한 설명,
호수의 물이 강을 거쳐 바다로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읽는 이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책에서 따온 인용문은 박스 안에 처리해 귀티를 부여하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대화를 대비시켜 우리에게 바르게 살라고 교훈을 던진다.
“나는 가끔 내가 어렸을 때 내 주변에 괜찮은 어른이 있었다면,
나 역시 지금보다 더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건, 누구든지 이런 생각을 한두번쯤은 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락방님은 이 구절을 삽입함으로써 책과 현실을 연결시켜 주고,
“상처받은 소년을 괜찮은 어른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괜찮은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라고 결론짓는다.
책보다 더 나은 리뷰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기억의 빈자리>보다 다락방님의 리뷰가 훨씬 더 우리에게 많은 걸 전달해준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내가 쓴 리뷰들을 모조리 지우고 싶어진다.
“올해의 마지막 날 잠자리에 들 때 이 책을 읽은 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책은 책에 대한 내 환상을 모조리 다 충족시켜 줬다.”
“당당한 싱글로 살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으시라.”
이게 뭔가. 이 상투적인 표현들을 읽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락방님의 리뷰가 담담한 어조로 책 얘기를 하며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면,
내 리뷰는 “이래도 안살래, 엉?”이라고 협박을 하는 동네 양아치 같다.
일단 다락방님의 리뷰를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리뷰에 대한 감을 잡자.
<빌리 엘리어트> 얘기로 리뷰를 시작하고, 리뷰에 쓸 말을 주위 친구에게 하자.
언제까지 동네 양아치로 남을 수는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