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의학개론을 내가 다시 맡았다.
수업 방식은 조별로 의학에 관련된 책을 한권씩 배당하고,
내가 그 책에 대해 한시간 동안 디벼준 다음 해당 조원들이 1인당 5분씩 자기 느낌을 얘기하는 거다.
말하는 능력도 길러지고, 일단 책을 한학기에 한권이라도 읽는다는 건 좋은 점이지만,
의학에 관한 책이 그다지 많지가 않은 게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과 나의 편차,
내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 책들 중
학생들로부터 "지루해 죽을 뻔했다" '이딴 책을 왜 읽으라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게 여러 권이다.

오늘 수업을 한 책은 <섹스의 진화>라고,
제라드 다이아몬드가 인간의 성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분석한 거였다.
의학에 관해 생각해 보자는 게 이 수업의 취지지만,
성에 대한 진화론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몇년 전 읽을 때 굉장히 재밌었다고 생각했고,
최근 다시 읽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업용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난 학생들이 이 정도의 책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물론 그건 기우였고
학생들은 "지루하고 난해하고 어려웠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아, 그때의 낭패감이란.
그럴 줄 알았다면 기냥 <인턴일기>를 채택할 걸!
참고로 말하면 학생들이 재미없다고 했던 책에는
내가 정말 배운 게 많았던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가 있었고,
알프레도 도버의 <어느 의사의 고백>이 있었으며,
그 밖에 많은 책들이 그렇게 퇴출당했다.
난 내 눈이 일반인의 눈이라고 착각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며,
일반인과 별 다름이 없을 예과생의 눈엔 그 책들이 어렵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거,
오늘 내가 뼈저리게 깨우친 사실이었다.
*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를 보면 좋다는 사람이 더 많다.
A: 많은 의문스러운 점을 해결해 준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B: 페이지를 넘기니 더욱 흥미로워진다.
C: 막상 읽어 보니까 굉장히 평이한 내용이다...가볍고 유쾌하며 또 대단히 유익한 책이다
D: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퓰리쳐상에 빛나는 그 대단한 '총,균,쇠'는 두껍고 크고, 최근에 나온 '문명의 붕괴'는 더 두껍고, 더 커서 쉽게 손이 안 갔다면, 가볍게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분명 뛰어난 학자이자 저술가이다. 글쓰는 솜씨는 번역을 읽어봐도 알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다가가게 하는 힘이 있다.
F: 책이 얇은 탓도 있지만 내용도 이전 작품 <총.균.쇠> 보다 쉬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아주 재미있다. 다른것도 아닌 'SEX'에 대한 얘기 아닌가?
것봐! 내가 이상한 건 아닌거야. 학생들이 이상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