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글을 전에 썼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쓴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두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특별히 그들을 주목한 이유는 내가 앉은 각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둘의 행태가 심히 괴이해서였다. 내가 앉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둘은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어딘데..."라는 한 사람의 말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는 다른 사람의 말이 중첩된다. 도대체 저 둘은 왜 만난 것일까.

그 사람이 정도가 좀 심하다 뿐이지,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술집 같은 곳에 둘이 마주앉아 있는데, 한 사람이 오래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당해봐서 아는데, 둘이 있다가 한명이 전화를 하면 남은 사람은 졸지에 바보가 된다. 딱이 할 일도 없고, 책을 꺼내서 보기도 그렇고 (사실 난 그렇게 한다), 홀짝홀짝 술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울리지 않는 자신의 휴대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짧은 통화야 이해할 수 있지만, 5분, 10분간을 계속 통화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몇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지루하다.

로또에 당첨되어 수십억을 받은 사람이 또다시 로또를 사는 것도 나쁜 행위지만, 남은 한명을 버려두고 휴대폰을 받는 사람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은 휴대폰 예의가 발달해서 전화를 받으면 "지금 통화 가능해?"라는 질문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둘이 있다면, 그리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지금은 좀 곤란해"라고 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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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절대공감! 차라리 나가서 받으면 그래도 나은데, 마주앉아 상대방은 통화하고...그앞에서 괜히 멋적어서 술잔 들었다놨다...괜히 문자도 보내보고...책 읽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어색할꺼 같지만 괜찮은 방법이네요. ㅎㅎ 중요한 통화면 어쩔수 없지만, '나중에 계속 통화하자'고 일단 짧게 끊는게, 상대방을 위한 배려고 예의일거 같네요. ^^

쎈연필 2004-02-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은 글입니다. 의외로, 상당히 교양있는 사람들도 휴대폰 예절에 있어서는 무개념하더라구요. 대인관계를 잇는 필수품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전 말은 안하지만 이후로는 그런 사람들과 둘이 만나는 게 싫어지더군요.

_ 2004-02-1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저도 많이 겪었던 일이지만, 한창 대화중에 전화벨이 울리면 보통 '지금 통화하기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서스럼없이 전화를 받는일이 많은데, 그게 또 짧으면 모르지만, 한없이 길어지다 보면,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남은 사람 졸지에 바보로 만드는 격이지요. 물론, 그 전에 하던 대화의 맥이 탁 풀리는건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더군다나 저처럼 폰이 없는(!) 경우는 아예 올 전화 조차 없기에, 그냥 멀뚱멀뚱 먼산만 바라 본답니다.

예전의 휴대폰 광고 문구가 생각나는군요.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 =_=;;

Arch 2004-02-1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두 없는데.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일상적인 휴대폰 사용 말고 과시용으로 전화통화를 크게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전에 에코의 글에서 그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빚에 좇기거나 연체된 카드빚으로 허덕이는 사람들이라 그러더라구요. 자기딴에는 자기가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올 정도로 인기있는 사람임을 보여준다는 통박인데 진짜로 인기가 많아서 관리가 필요할 정도이고, 그만한 지위라면 비서보고 전화를 받게한다나 뭐래나. 전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앞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도 별 쓸데없는 소리로- 둘 사이에 공간을 저 사람은 저렇게도 메꾸는구나싶은. 암튼 마태우스님의 단상은 한참 물오른 생선회처럼 펄펄 살아숨쉬는 듯 싶어요.

마태우스 2004-02-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속토끼님/코멘트 잘 읽었습니다. '물오른 생선회'라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그러고보니 회가 먹고 싶군요.
Bird나무님/작년에 전화기를 잃어버리고 2주간 폰 없이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이 좀 불편해하더군요. 그래서 느꼈죠. 아, 휴대폰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갖고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요.

마태우스 2004-02-1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님의 사슴뿔 말입니다, 자세히 보니 풀이 자란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 제가 너무 님의 마스코트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 같네요. 죄송.
라스꼴리니꽃님/저도 정말 싫더라구요! 제 친구 하나는 저랑 차타고 어디 가는 내내 전화만 하더군요. 그런 게 나쁘다는 걸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요.

비로그인 2004-02-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풀이 자라는 것 같은게 아니라 풀인데요!! 이젠 더이상 마태우스 님 집에서 인기좋은 '노경'이 아니라, '행운목'이랍니다~ 조그만 아이콘으로 얼핏 보면 역시 뿔같죠?? ^^

마태우스 2004-02-1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오오, 정말 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