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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글을 전에 썼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쓴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두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특별히 그들을 주목한 이유는 내가 앉은 각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둘의 행태가 심히 괴이해서였다. 내가 앉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둘은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어딘데..."라는 한 사람의 말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는 다른 사람의 말이 중첩된다. 도대체 저 둘은 왜 만난 것일까.
그 사람이 정도가 좀 심하다 뿐이지,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술집 같은 곳에 둘이 마주앉아 있는데, 한 사람이 오래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당해봐서 아는데, 둘이 있다가 한명이 전화를 하면 남은 사람은 졸지에 바보가 된다. 딱이 할 일도 없고, 책을 꺼내서 보기도 그렇고 (사실 난 그렇게 한다), 홀짝홀짝 술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울리지 않는 자신의 휴대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짧은 통화야 이해할 수 있지만, 5분, 10분간을 계속 통화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몇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지루하다.
로또에 당첨되어 수십억을 받은 사람이 또다시 로또를 사는 것도 나쁜 행위지만, 남은 한명을 버려두고 휴대폰을 받는 사람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은 휴대폰 예의가 발달해서 전화를 받으면 "지금 통화 가능해?"라는 질문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둘이 있다면, 그리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지금은 좀 곤란해"라고 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