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열장만이라도 한번 보세요. 너무 재밌거든요."

알라딘서 알게 된 '최상의 발명품'님이 <앵무새 죽이기>를 추천하며 하신 말씀이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부엔 "이거 성장소설이잖아? 난 다 컸는데..."란 생각에 약간의 회의를 갖기도 했지만, 내가 책에 빠져들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 책을 다 읽은 건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을 때였다. 주인공 '스카웃'이 그토록 무서워하던 래들리 씨 집의 현관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는 대목을 읽을 때부터, 난 연방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야 했다. 개가 나오는 책을 제외하곤 소설을 읽고 울어본 건 꽤 오랜만이다. 대체 난 왜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을까? 눈물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가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컸다는 생각을 했다.


1박2일의 회의 때 이 책을 들고 다녔더니 누군가가 이런다.

"그 책 이제 읽으시나봐요? 난 아주 어릴 때 읽었는데... 스카웃인가 하는 애 나오죠?"

어릴 적 읽어야 할 책을 어른이 되어 읽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어릴 적 읽어야 더 좋은 책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호밀밭의 파수꾼>은 지금의 내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잖는가? 하지만 이 책, <앵무새 죽이기>는 언제 읽더라도, 심지어 야오밍이 읽더라도 그를 더 자라게 만드는 책이다.


사람들은 때론 실수를 한다. 쥐가 치즈를 훔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그런 이유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들엔 뭔가가 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그 책을 보면서 뭔가를 느껴 보길 권한다. 당신이 흘리는 눈물의 양만큼, 당신은 자라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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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02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읽어야 할 책을 어른이 되어 읽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맞아요.
오히려 나이를 먹고 작가의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읽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요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책을 읽혀서 머리로만 읽고 마음으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쓰럽더라구요.

최상의발명품 2008-08-0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달 전 제가 추천해드렸을 때 이렇게 리뷰까지 올라오길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좋게 읽으셨다니 저도 좋아요.
저도 이 책 울면서 읽었답니다. 아마 착한 흑인이 누명을 쓰는 그 쯤인가 부아저씨 얘기를 읽을 때 쯤인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리고 많이 웃으면서도 봤어요.
저는 평생 한 번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어요. ㅎㅎ
성장소설 얘기하시니 생각나는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도 제가 읽을 때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소설이랍니다. 그에 이어지는 책도 두 권인가 더 있어요. 제제가 조금 더 컸을 때의 이야기.

무스탕 2008-08-0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보면 절대 성장소설 같지 않은데 제가 잘못 생각했나봐요.
최상의 발명품님이랑 마태님덕분에 흥미가 생겼어요 ^^

다락방 2008-08-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광고때문에 꺼려했더랬어요.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말이죠. 물론 읽고 났을때는 아 진작 읽을걸, 편견 갖지 말걸,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주 기가 막힌 문장이 많이 나오죠. 이를테면,


언젠가 아빠는 나에게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p.116)


아빠는 잠을 푹 자지 않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그 날은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pp.140~141)


이런 문장들이요.
:)

마노아 2008-08-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정독 도서관에 금요일마다 가서 하루 3시간씩 총 9시간에 걸쳐 이 책을 읽었어요. 정말 최고였죠. 영화도 있던데 보지는 못했어요^^

마태우스 2008-08-0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오아님/최고란 말에 동의해요. 갑자기 영화도 보고 싶네요. 책만큼은 아닐 것 같긴 해두요. 그나저나 님같은 분들은 다 중학교 때 읽으셨군요ㅠㅠ 전 그때 야구장만 다녔는데..
다락방님/와 님은 안읽은 책이 없군요! 그 아빠, 정말 멋지죠. 그런 아빠라면 다시 태어나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무스탕님/오오 님 아직 안읽으셨군요 겁나 반갑습니다 꾸벅.
최상의발명품님/님께 감사하단 얘길 리뷰에 안썼군요! 님은 제 은인입니다 꾸벅. 글구...라임오렌지 나무 그 후편, 둘 중 하나 읽었는데요 1편의 모방 같아서 별 느낌이 없었는데 제가 너무 무뎌서 그런 걸까요?
승연님/맞습니다. 나이들어 읽는 게 더 좋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요즘 읽는 명작들, 어릴 때 읽었음 잘 몰랐을지도 몰라요.

최상의발명품 2008-08-0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라임오렌지 바로 뒤편 마음속의 두꺼비는 (제목이 생각 안나네요)
그래도 저에겐 감동적이었어요.
물론 라임오렌지와는 비교되지 않지만......
그 후편은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구요^^
(수줍어서 망설였지만 무스탕님 저 때문에 앵무새 죽이기 관심 생겼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8-08-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리 다시 읽어도 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그리 위대한 작품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모든 미국인들은 좋아 미칠 지경이라는데 전 아무리 봐도 지루하고 이해 안가는 작품이었으니. 대신 저도 앵무새 죽이기는 좋았습니다. 아직도 작품 속 아버지가 좋아요. 읽을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멋있는 사람.

마태우스 2008-08-04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상의 발명품님/앵무새로 인해 님의 신뢰도는 거의 최상이 되었지요. 앞으론 말 잘들을께요^^
주드님/오오 저랑 의견이 같으시군요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서는 제가 나이들어 읽은 탓이라고 생각할래요 기냥. 질풍노도의 시기엔 그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잖아요...! 주드님도 멋진 어머니가 될 것 같은데요?^^

무해한모리군 2008-08-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덕에 줄거리가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다시 읽고 싶어서 생투남기고 갑니다.

마태우스 2008-08-07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어어멋 이게 얼마만의 생스투인지요 제 인기가 예전같지 않아서 님의 생투가 더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