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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억원의 상금이 걸린 세계문학상 수상작, 그리고 지하철 벽에까지 붙어 있는 요란한 광고. 이 정도면 과연 어떤 책인지 궁금해질만하다. 내가 이 책을 주문한 것도 그놈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2006년에 등단한 신인작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미안하지만, 재미 면에서 볼 때 <스타일>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소설가들이 보통 자신의 경험에서 소재를 찾는다는 점에서 패션지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승화시킨 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의 잔영이 강하게 남아 있는 시점에서 나온 소설인만큼, 웬만큼 잘쓰지 않는다면 그 소설의 아류작으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스타일>은 '웬만큼 잘쓴 소설'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쿨하고 발랄하게 보이도록 노력한 흔적은 있지만, 소설의 스토리가 계속 나랑 겉도는 느낌을 줬는데, 특히나 마지막 대목이 실망스러웠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남자가 주인공 여자에게 큰 잘못을 범했고, 그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계속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는데, 알고보니 그 남자는 여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줄곧 사랑해 왔고, 그걸 깨달은 그녀는 힘차게 남자의 품에 안긴다.]
이건 내가 중학교 때 누나랑 같이 읽던 하이틴로맨스에서 한결같이 추구하는 줄거리 아닌가. 박우진이 계속 그녀를 사랑해 왔다면 그날의 실수는 어쩔 수 없다해도 왜 7년간이나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게일'을 게이로 잘못 듣고 '게이'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대목도 전혀 현실에서 일어남직하지 않아 헛웃음이 나왔고, '닥터 레스토랑'의 실체가 밝혀지는 대목은 작가가 극적 반전을 통한 소설의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그래서인지 소설에 생동감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인 듯하고, 독자에게 한국 패션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1억원의 상금에 걸맞은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미실>을 시작으로 4번의 세계문학상 수상이 있었는데, 어찌 된 것이 갈수록 심사 기준이 뭔지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아내의 말처럼, "나도 1억원을 꿈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려는 것일까?
*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심한 말을 잘 못하겠다. 리뷰 쓸 때는 좋았는데 막상 올리려니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여러번 망설였다. 나 또한 내 책에 달린 리뷰를 떨리는 마음으로 읽을 때가 있었는데, 이 리뷰가 저자에게 읽히지 않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