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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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똑똑하다는 건 원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쾌변독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신해철은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히틀러의 이념은 존중하지 않지만 그가 써먹었던 선전술을 높이 평가하고, 그 기법들을 자신의 콘서트 때 써먹었다는 대목이라든지, 음악에 대한 그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구절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때는 그가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려고 했고, 부단한 노력으로 결국 그 꿈을 이루어 낸 것, 그리고 지금 음악을 만들며 살고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대마초 때문에 감옥에 갔을 때,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들어온 사람들로부터 사회과학을 배웠고, 조폭들로부터는 신체 단련과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로 낙천적인 신해철, 그의 집안도 그에 못지 않았다. 결혼할 여자가 암으로 투병 중임에도 집에서는 적극 찬성을 해줬는데, 이유가 이랬다.

"해철이는 장가를 안갈 것 같다고 포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제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아, 병이야 고치면 되는 거고, 여자라는데' 하는 생각에 오히려 환영을 한 거죠."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이하 존칭 생략)와 최고의 입담꾼인 신해철이 만난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책이 재미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근데 난 이번 책을 읽으면서 신해철보다 지승호에 대해 더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 그건 그가 너무도 박학다식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치 관련 인터뷰집을 낼 때야 "전공이니까"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감독과의 인터뷰집을 두권 낼 때 보니까 영화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었다. 그때도 그렇구나 했다. 원래 책과 영화와 정치는 어느 정도 통하니까. 이번 책에서 지승호는 자신이 음악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아는 게 많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걸 보니, 그건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갑자기 공부한 게 아니었다. 아마도 그는 젊은 시절 음악에 빠져 살았을 것이고, 나이든 이후에도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이상하다. 내가 몇 번 만나뵌 지승호님은 새벽까지 술만 드시던데, 언제 그런 방대한 공부를 다 하는 걸까?


지승호도 지적한 바 있지만, 가끔 그에게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의 인터뷰집도 좀 내달라"고 요구하는 팬들이 있단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코드가 맞는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얘기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만일 지승호가 우리 동네에서 출마하는 전여옥과 인터뷰를 한다면? 십중팔구 싸움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도..."를 외치는 사람들은 싸움구경이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러지 말자. 싸움구경이야 재미있을지 몰라도 직접 싸우는 당사자는 무척 힘들다. 그리고 내가 알기에 지승호님은-앗 나도 모르게 존칭을!-매우 소심한 분이라, 싸우고 나면 후유증이 오래 갈 거다. 최고의 인터뷰어는 우리 사회의 재산, 그를 싸움판으로 내모는 대신,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자. 책 사는 것도 존중의 한 방법이다.

 

* 한가지 아쉬운 점. 신해철은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배우나 미덕이 있잖아요. 미더덕 말고." 이런 개그, 아무리 신해철이라 해도 욕먹는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유머를 한단 말인가. 이런 건 지승호 님이 정리해 주셨어야 하는데 그대로 실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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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0 0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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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8-03-30 10:56   좋아요 0 | URL
그러믄요. 근데 한 인간의 무궁무진함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빠'라면 저 그냥 빠 할거예요^^

세실 2008-03-30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두 이 책 읽으려고 찜해두었습니다. 신해철과 지승호의 진솔한 인터뷰 궁금합니다. 마지막개그 정말 신해철이 한거 맞나요? 마태님이 붙인거 같은뎅...

마태우스 2008-03-3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실님! 여전히 제게 정겨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마지막 개그, 정말 신해철이 했다니깐요! 신해철이 유머가 없다는 걸 폭로하려는 지승호님의 음모라고 생각되요

순오기 2008-03-3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지승호님에 대한 애정이 듬북 묻어나는 리뷰인데요.^^ 존중의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 마태님께 감사~~~해요. ^6^
신해철이 나름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뎅~~ㅎㅎ 진짜 지승호님의 음모인지 들여다 봐야 알겠군요.ㅋㅋ 저도 제목에 공감해요. 궁금해요~

마태우스 2008-03-30 16: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제가 잘나갈 때는 일일이 감사 표시를 못했는데, 지금은 한분한분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서 좋네요. 앞으로...잘할께요!

2008-03-3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30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2 0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1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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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4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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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5 0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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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3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언급하신 점이 좋았어요. 신해철이 다음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받아친다거나, 질문을 하는것이 기존에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 보였거든요. 게다가 사전준비도 철저히 한 듯 했구요. 그래서 이 책을 쉽게 읽어냈답니다. 흣 :)

마태우스 2008-04-04 14:48   좋아요 0 | URL
님과 제가 이 책을 통해 서로 교감을 하는군요 독서의 매력이죠!!

stella.K 2008-03-3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작가들도 보면 매일 술만 먹는 것 같던데 할건 또 다 하더란 말이죠.
작년에 지승호님 번개 치실 때 한번 나가서 뵐걸 그랬습니다.
이 책은 정말 읽고 싶은 책이어요.^^
전여옥에 누가 어울릴까요? ㅎㅎ

마태우스 2008-04-04 14:48   좋아요 0 | URL
저는 술만 먹느라 연구를 안했는데, 올해는 술을 줄이고 연구를 열시미 할 생각이어요!! 이 책 꼭 읽어주시길! 후회안해요

paviana 2008-03-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책읽고 리뷰 쓰실 시간도 생기셨네요.ㅎㅎ

마태우스 2008-04-04 14:47   좋아요 0 | URL
시간은 생기는 게 아니라 내는 거더군요. 좀 미루고 더 늦게 자면 되는 거...호홋.

Mephistopheles 2008-04-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께 알려드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미덕 혹은 미더덕..이런 개그는 지승호님께서도 매우 즐겨하시는 개그 중에 하나입니다..ㅋㅋㅋ 그리고. 행여라도 마태님 지역구에서 지승호님과 전여옥아줌마가 싸움뭍었다..면 저에게 119마냥 전화 부탁드립니다.

마태우스 2008-04-04 14:47   좋아요 0 | URL
그죠? 미더덕 읽고 저도 "이거 지승호님 개그인데..."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글구 전여옥 아줌마와 싸우는 건 극구 말려야죠..^^

soyo12 2008-03-3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걸 자신만이 알고 공격당하지 않고 널리 알리기 위한 지승호님의 생각 아닐까요? 살까말까 망설였는대, 님께서 이런 호평을 해주시니......ㅋㅋ 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08-04-04 14:47   좋아요 0 | URL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지승호님 아는 분이라 이러는 건 절대 아님. 보고 있어도 그저 흐뭇하게 책장이 넘어간다는....

2008-04-01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2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04-0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저 님 서재에 글 남긴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알아온 세월 5년, 정말 길군요!! 님은 제게 미녀도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신 고마운분입니다. 글구... 선물을 얘기하시는데, 너무도 많은 걸 한꺼번에 받은지라 요즘 좀 어리둥절하거든요. 나중에 고르면 안될까요????^^

2008-04-04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