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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고종석의 <발자국>은 그의 전작 <히스토리아>가 그런 것처럼,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그날에 태어난 유명인의 삶이나 사건을 간략하게 기술해 놓은 책이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익히 알던 사람이고, 나머지도 최소한 이름 정도는 들어본 유명인들인지라 "아, 이 사람이 이날 태어났구나(혹은 죽었구나)"며 추억에 젖을 수 있었다.
이렇게 써야 하는데.
난 어찌된 게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아는 사람이 링컨하고 전두환밖에 없는가. 니콜로 아마티는 누구고 찰스 데이너는 또 누군가. 애당초 알지 못했던 인물들인지라 그가 그날 태어났다 해도 일말의 감회가 있을 리가 없다. 평소 드러나지 않던 무식함을 깨우쳐 주는 이런 책을 난 '각성서'라 부르는데, 그래도 이런 각성서들을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는 걸 보면 내게는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 남아 있는가보다. 아는 사람이 도대체 언제쯤 나오나 페이지를 넘기다, 스스로를 이렇게 위안했다.
"다 알면 뭐하러 책을 읽어? 이렇게 읽으면서 알게 되는 맛도 있잖아?"
읽다가 감명 깊었던 대목이 있어 옮겨본다. '로시니'라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축구선수인가 했는데 작곡가란다.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던 그는 37세에 <빌헬름 텔>(아, 이 사람은 아는 사람인데!)을 쓴 이후 오페라 작곡에서 손을 뗐다. 이유가 뭘까?
"그 전에는 저절로 오페라가 써졌는데, 그 뒤로는 오페라를 쓰려고 했더니 궁리를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글의 말미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천재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테다."
이 구절을 읽으니 나도 로시니같은 말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해본다.
"결혼 전에는 하루 웬종일 글만 썼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나니까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아내가 뭐하냐고 날 찾더라. 이런 사람을 두고 세인들은 유부남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