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당뇨병으로 돌아가신 탓에 우리 가족은 혈당에 좀 민감하다.
당뇨의 특징 중 하나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본다는 것,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래서 난 늘 '당뇨병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다행스럽게도 내 혈당은 늘 100-105 정도를 왔다갔다하는데
혈당의 정상치는 내가 학생 때는 70-120, 지금은 상한선이 110이라
당뇨 진단을 받진 않았다.
그렇게 혈당을 조심하며 살던 중
고혈압 진단을 받아 6개월에 한번씩 의사한테 들려 혈압약을 타가는 신세가 됐다.
어느 날, 내 혈액분석표를 보던 의사는 "혈중 콜레스테롤도 정상 범위긴 하지만 맨 위쪽이어요"라며
고지혈증 약을 먹길 권했다.
난 순순히 의사 말에 따랐다.
그 뒤부터 6개월에 한번씩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타서 귀가한다.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 이젠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지난 2월 17일, 외래진료에 대비해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 2월 20일, 외래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간호사가 말한다.
"저...환자분은 2월 27일 진료예약이 잡혀 있는데요."
아뿔사, 내가 '진료가 목요일이다'는 것에만 사로잡혀 날짜를 착각했구나!
그래도 간호사는, 내가 학교 근무한다는 점을 참작해 그날 진료를 보게 해줬다.
의사: 혈압은 정상이네요.
나: 그럼요. 약 한두번 빼고 다 먹었습니다. 하하하.
의사: 그러신 거 같네요. 콜레스테롤도 많이 떨어졌어요.
나: 네.
의사: 그런데..혈당이 좀 높네요?
나: 네???
검사결과를 보니 내 혈당이 무려 110이었다.
의사: 공복 중에 잰 거 맞아요?
나: 그럼요. 그건 기본이죠.
의사: (고개를 갸웃거리며) 혈당이 이렇게 높아진 게 영 좋지 않네요.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 다, 당뇨요.
집에 온 뒤 기분이 울적해 옆으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2월 17일 생각이 났다.
그날은 천안에 눈이 14센티 가량이 온 날이었고,
병원에 가던 난 폭설로 교통이 마비된 탓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랑 같이 소고기국밥을 먹었고,
눈이 좀 녹은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난 의사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런 답을 받았다.
"어쩐지 너무 높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을 듯합니다."
야호, 난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조기위암에 걸렸을지언정 당뇨는 아니다! 당뇨만 아니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