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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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불멸의 역사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은 불사신을 꿈꾼다. 죽지 않고 더 오래 사는 것이 인간의 꿈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불로초를 찾아다녔던 진나라 시황제 이야기는 동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양 동로마 제국에도 기독교의 첫 번째 이단으로 불리는 그노시스파에서는 육체인 물질세계는 불완전하고, 정신세계는 완전하다는 이원론을 펼쳤다. 육체를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죽음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육체의 쾌락을 최대화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성생활이 그들을 완전하게 해준다는 이론을 펼쳤다.(기원전 2세기인데... 대단히 놀랍다.) 그 이후 이원론은 연금술로 발전한다. 연금술은 증류기를 통해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6세기에 이미 인조인간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된 문서를 발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불멸의 시작은 이원론에서부터 크다. 불완전한 육체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인간은 여러 생각을 거듭했고, 완전하게 만드는 것만이 죽음을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트랜스 휴머니즘이 시작되었다.

트랜스 휴머니즘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지적 운동

 

 

초기의 트랜스 휴머니즘은 자동기계를 발명하면서 인간도 그와 궤를 같이 한다고 봤다. 기계처럼 인간도 자동 태엽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르네상스를 거치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트랜스 휴머니즘의 방향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령 인간을 도울 있는 계산기와 같은 자동 기기들이 발전하는 반면, 인간을 개량화하여 우월한 유전자만을 골라 후대로 전승하고자 하는 우생학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우생학은 결국 제1.2차 대전과 나치즘에 영향을 미쳐 수많은 전쟁을 야기하고,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영향을 미친다.(출산 전 기형아 검사도 우생학의 한 갈래라고 한다.)

불멸의 역사 속에는 전쟁이 빠질 수 없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이 인류의 상당한 해를 입히긴 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불멸의 역사는 급속도로 성장한다. 그에는 장기이식과 인공지능, 뇌인지 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의 발전이 포함된다.

서술된 방대한 내용들 자체가 쉽지 않았을 내용이었지만, 만화로 접근하니 한결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술자로 컴퓨터 공학의 토대를 마련한 앨런 튜링이 등장해서 역사를 되짚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의 중반부가 지나면서 등장한 인공지능은 과연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생학이 만연했던 당시에는 우생학이 인류의 큰 발전을 이룰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명과 암이 선명히 드러났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불멸의 역사 역시 지금 당장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과학의 발전은 득만큼 실도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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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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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냉이와의 전쟁을 통해, 나는 이 작은 한 뼘의 땅에서 내가 취한 행동과

그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 짓게 되었다.

또한 식물이 내가 한 때 생각했듯 마냥 평화롭고 미미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식물이란 존재가 멋지게 느껴졌다.

생명이 있건 없건 내 손에 들어오면 하나같이 죽거나 고장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선물하는 식물뿐 아니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오는 화분조차 전전긍긍이다. 한편, 식물을 왜 이리 약할까? 조금만 관심을 덜 쏟으면 죽어버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다시금 의문이 생겼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에 관심이 컸고, 그를 전공 및 직업으로 택하고자 했는데 좋지 않은 기억 이후로 동물학에서 생태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우연히 한 동기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공석이 된 석회암 채석장에서 채굴회사가 환경법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는 일자리를 가지게 되면서 그의 삶의 큰 변화가 시작된다.

채석장에서의 일 중에는 복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일은 채굴을 마친 후 그 지역의 환경을 꾸미는 것이다. 깊이가 얕은 경우 흙으로 메우고 잔디를 심거나 못을 만들기도 하고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 말이다. 저자가 만나게 된 복원 프로젝트에는 작은 부전나비(카너 블루)를 위한 서식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저자는 이 일을 하면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바로 곤충과 식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태계에 살아가는 상당수 곤충들의 경우 전문종이라고 한다. 전문종이란,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라, 소수나 한종에 의지해 먹고 번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카너 블루 나비는 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루피너스라는 식물만을 섭취한다. 루피너스가 사라지면, 부전나비도 같이 멸종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곤충과 식물은 생존을 위한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식물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그저 식물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크게 보자면 생태계 전체에 큰 위협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제로 책 속에는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식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식물이 자신만의 능력으로 주변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어떨 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보통 침입종이라고 불리는 외래종들에 의해 원래 그 땅에 살던 토종 생물들이 위협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식물 또한 그런 종이 있다니(마늘냉이 처럼 말이다), 상당히 흥미롭고 무섭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왜 그동안 나는 식물이 수동적이고, 약하다고 생각했을까?'하는 것이었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기에 당연히 약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에 경종을 울리는 대단히 놀라운 식물들의 이야기에 한참을 얼이 빠져 있기도 했다. 오히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기에, 식물은 더 지혜롭고, 더 날렵하고, 더 무시무시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자신의 종자를 널리 퍼뜨려야 하는 식물이기에, 자신만의 강점을 어떤 식으로 발산하는지 책을 읽어보면 정말 충격적이기도 할 듯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자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동물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토막 내고 내장을 처리한 후 식품이나 진액을 만드는 정보만 있다면 어떨까? 아마 동물권 등을 내세워 부당함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는 어떨까? 저자는 동물만큼이나 식물도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어 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식물에 대한 눈이 달라졌다. 식물은 결코 약하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 식물 나름의 삶 속에서 지혜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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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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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책과 프로그램을 비슷한 시기에 본 적이 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사람이 몰리는, 최고의 인기작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그 유명한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인 1시간 넘게 대기하면서 그림을 본다고 하는데, 막상 보기엔 그림이 작기도 하고, 멀기도 해서 핸드폰 줌으로 당겨서 보는 정도로 감상을 마친다고 한다.

우리 문화유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 본 적이 있는 유산도, 교과서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는 유산들도 있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만, 지극히 텍스트로 만난 유산들이 상당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세밀하게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니! 몇 번을 훑어봤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총 3개의 큰 주제 안에서 25개의 유산들을 만날 수 있는데, 첫 번째 주제는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었거나, 준비 중인 유산들, 두 번째는 우리 문화 만의 오랜 역사를 닮고 있는 유산과 인물이, 세 번째 주제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고유한 유산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내용이 한국어와 영어로 이중병기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지만, 세계에 알릴만한 특별하고 가치 있는 문화기에 병기해서 기록한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자면 백제 금동 대향로와 신라의 유리그릇, 정문경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수능이나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문화재다.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늘 교과서를 통해 불교와 도교의 문화가 함께 담겨있다는 글로만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전체적인 윤곽만 떠올릴 수 있었는데, 저자에 의해 세세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 놀라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다음 페이지에 등장한 신라의 유리그릇은 솔직히 처음 접하는 문화재였다. 유리와 신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고, 유리는 과거가 아닌 현대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신라시대에도 무역을 통해 로마시대의 유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정문경. 이 책이 아니라면 사람의 이름일까? 싶을 정도로 낯선 이 문화재는 청동거울의 이름이다. 청동기 기대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비파형동검과 세형동검 그리고 지배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청동거울이 떠오른다. 근데 왜 정문경은 낯설까? 정문경의 다른 이름(다뉴세문경)을 들으니 얼핏 기억이 나긴 하는데, 청동거울로 배웠던 것 같다.

청동기는 철기보다도 정말 먼 옛날인데, 이렇게 기하학적인 무늬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문화유산하면 오래된 유적이나 보물이나 국보급 문화재만 떠올리게 마련인데,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한글, 김치, 온돌, 한지와 토종개(진돗개, 삽살개)들도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한 나라의 문화재로 오랜 시간을 버티며 지냈던 유형의 문화뿐 아니라, 후계자들에 의해 계승되는 무형의 문화 그리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살아 숨 쉬는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문화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루아침에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게 문화일 텐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실한 우리의 문화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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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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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를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아진 것에 역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무척 반갑다. 과거의 배웠던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는 지극히 시험을 위한 교과서 용도였다. 그러다 보니 역사하면 암기해야 할 것이 많고,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벌거벗은 한국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다양한 역사의 사건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도 그렇지만, 아쉽게도 벌거벗은 한국사의 본방을 본 적이 없다.(애 둘 워킹맘의 비애다.) 다행이라면 나와 같이 본방을 놓치거나, 방송을 봤지만 좀 더 꼼꼼하게 한국사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벌거벗은 한국사 인물 편이 먼저 출간되었고, 이번에 만나게 된 사건 편은 소위 2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사 교사 출신인 최태성이 한국사의 사건들을 강의하지만, 책 속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하여 좀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한 사건을 파헤친다. 총 8개의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전자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졌고, 후자는 특정 인물들과 연관된 한국사의 사건들이 등장한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고려~광복까지의 이야기 중 테마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전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임진왜란을 비롯하여 고려 시대 여몽전쟁, 무신정변과 병자호란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고려 시대 여몽전쟁과 무신정변에 대한 사건들을 읽으며 상당히 놀랍고 새로웠다. 우선 무신정변 같은 경우, 학창 시절 그저 문신에 비해 차별을 받았던 무신들이 일으킨 쿠데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킨 이유가 너무 와닿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부식의 아들인 김돈중의 갑질이 있었다는 사실에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변하지 않는 교훈을 맛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몽전쟁의 경우도 6차까지 무려 11번이나 몽골이 고려를 침입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는데, 그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신정변의 최 씨 정권이 껴 있다는 사실을 통해 권력을 잡으면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라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교훈 또한 깨닫게 되어 씁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11번의 몽골의 침입을 막아낸 것은, 기득권층이 아닌 민초들의 희생이었다는 사실에 와닿게 된다.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지방에 있는 나무까지 뽑아서 정원을 만든 위정자들과 어떻게든 내 나라, 내 후손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거한 민초들의 모습이 비교되었다. 결국 전쟁은 실패로 끝났고, 민초들의 이름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이 책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들에 의해 그들의 열정과 마음이 전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 밖에도 환관(내시)가 역할보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일했을 때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를 박한종과 김처선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매국노 하면 떠오르는 이완용의 이야기, 한글 어학회와 주시경, 이극로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사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역사를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점은, 과거에도 현재와 같은 사건이 무수히 일어났지만 그 안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를 공부하고, 그로부터 참된 교훈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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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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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비정상을 무시하는 게 어른의 일이잖아.

언제나 그랬으면서 왜 지금 이 순간에만 착한 척하는데?

유우는 '평범한 어른'이잖아? 무시하면 돼. '평범한 어른'답게."

표지만큼이나 의미심장한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사랑스러워 보였던 핑크색이 가득한 표지가 책을 읽고 나니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지구별 인간이라는 제목 역시도...

유난히 예민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언니 사사모토 기세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는 동생 사사모토 나스키. 그녀는 지구별 인간이 아닌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출신의 외계인이다. 그녀는 마법 소녀였기에 그녀 곁에는 포하피핀포보비아별 출신 마법경찰인 퓨트가 있다. 지구별에 살고 있지만, 지구인들의 행동과 생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나스키는 매년 백중절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인 아키시나에 내려간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촌인 사사모토 유우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유우에게 친척 이상의 감정을 가지는 나스키는 그에게 애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일 년에 한번 만나는 연인이 된다.

사실 나스키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자, 학원 선생인 이가사키 선생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고 있다. 큰 딸과 달리 유독 나스키는 무시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엄마에게 번번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스키. 엄마는 나스키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 엄마의 말에 나스키 역시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기에는 깔끔하고 잘생겨서 학원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이가사키는 자신의 욕구를 제자인 나스키에게 푼다. 마치 특별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나스키를 성추행 하기도 하고, 집으로 불러서 성폭행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알면 질투하니 누구에게도 특별수업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입조심을 시킨다. 나스키는 이가사키가 자신에게 하는 일이 나쁜 짓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나스키의 몸은 달랐다. 그 일 이후로 미각을 느끼지 못한다. 이가사키와 통화를 한 뒤로 한 쪽 귀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스키의 몸은 그렇게 하나 둘 살해되고 있었다.

자신의 온몸이 살해되기 전에, 나스키는 유우와 하나가 되고 싶었다. 더럽혀지지 않은 몸 그대로 말이다. 그리고 나스키는 유우에게 섹스를 하자고 제안한다. 문제는 그들의 행위를 친척들이 발견했다는 데 있다. 그날 이후로 나스키와 유우의 삶은 달라졌다.

집에 도착한 나스키를 이가사키가 또 특별보충을 핑계로 집으로 불러들인다. 그때 퓨트가 마녀를 해치우자고 이야기한다. 이가사키가 알려준 대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방으로 향하는 나스키. 갑자기 방이 핑크색으로 바뀌고, 유체이탈을 한 모습이 보인다.

"빨리, 빨리. 네가 마녀한테 당해버리면 이 세상은 멸망해.

네 마법이 유일한 희망이야.

힘을 내! 힘을 내! 힘을 내서 살아남는 거야!"

그저 퓨트의 말대로 힘을 내서 마녀를 무찔렀다. 그런데, 다음 날 이가사키가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는 나스키. 과연 이가사키는 누구에게 살해된 것일까?

시간이 지나 30대가 된 나스키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남자 도모오미와 계약 결혼을 한다. 인간 공장의 법칙은 돈을 벌어서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고, 때가 되면 인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둘은 지구별 사람이 아니기에, 인간 공장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던 차에, 도모오미는 나스키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근데, 아키시나에는 유우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나스키. 도모오미와 나스키, 유우는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나스키의 시선에서 본 지구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남들 앞에서는 평범한 척, 정상적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음흉하고 더러운 생각이 가득하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억누르려 하고, 타인의 선택조차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조언을 가장한 명령을 내뱉기도 한다. 나스키와 유우, 도모오미의 결말은 예상치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한다. 과연 그들은 자신의 별인 포하피핀포보피아에서는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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