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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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책과 프로그램을 비슷한 시기에 본 적이 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사람이 몰리는, 최고의 인기작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그 유명한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인 1시간 넘게 대기하면서 그림을 본다고 하는데, 막상 보기엔 그림이 작기도 하고, 멀기도 해서 핸드폰 줌으로 당겨서 보는 정도로 감상을 마친다고 한다.

우리 문화유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 본 적이 있는 유산도, 교과서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는 유산들도 있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만, 지극히 텍스트로 만난 유산들이 상당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세밀하게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니! 몇 번을 훑어봤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총 3개의 큰 주제 안에서 25개의 유산들을 만날 수 있는데, 첫 번째 주제는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었거나, 준비 중인 유산들, 두 번째는 우리 문화 만의 오랜 역사를 닮고 있는 유산과 인물이, 세 번째 주제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고유한 유산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내용이 한국어와 영어로 이중병기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지만, 세계에 알릴만한 특별하고 가치 있는 문화기에 병기해서 기록한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자면 백제 금동 대향로와 신라의 유리그릇, 정문경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수능이나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문화재다.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늘 교과서를 통해 불교와 도교의 문화가 함께 담겨있다는 글로만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전체적인 윤곽만 떠올릴 수 있었는데, 저자에 의해 세세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 놀라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다음 페이지에 등장한 신라의 유리그릇은 솔직히 처음 접하는 문화재였다. 유리와 신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고, 유리는 과거가 아닌 현대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신라시대에도 무역을 통해 로마시대의 유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정문경. 이 책이 아니라면 사람의 이름일까? 싶을 정도로 낯선 이 문화재는 청동거울의 이름이다. 청동기 기대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비파형동검과 세형동검 그리고 지배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청동거울이 떠오른다. 근데 왜 정문경은 낯설까? 정문경의 다른 이름(다뉴세문경)을 들으니 얼핏 기억이 나긴 하는데, 청동거울로 배웠던 것 같다.

청동기는 철기보다도 정말 먼 옛날인데, 이렇게 기하학적인 무늬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문화유산하면 오래된 유적이나 보물이나 국보급 문화재만 떠올리게 마련인데,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한글, 김치, 온돌, 한지와 토종개(진돗개, 삽살개)들도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한 나라의 문화재로 오랜 시간을 버티며 지냈던 유형의 문화뿐 아니라, 후계자들에 의해 계승되는 무형의 문화 그리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살아 숨 쉬는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문화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루아침에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게 문화일 텐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실한 우리의 문화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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