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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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큰 이야기가 하나로, 때론 두개로 이어진다.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이미 낯이 익은 중국 작가인 위화의 신작이다.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위화는 자신의 나라 중국의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냈다고 한다. 일본으로부터 강압적인 조약을 맺었던 그 시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우리 또한 일본으로부터 오랜 시간을 고통을 겪었으니 말이다.

한자로는 문성(文城)이라 쓰여있지만, 중국어 발음은 원청이기에 이 책의 제목은 원청이라 쓰여있다. 그뿐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 역시 중국어 발음 그대로 담겨있다. 왠지 그래서 더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청 속 시대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까지의 일이기에 대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정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작품의 시작은 린샹푸가 어린 딸 린바이자를 안고 추운 겨울 젖동냥을 다니는 장면이다. 린샹푸는 이곳이 원청이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이 시진이라고 말한다. 왜 린샹푸는 딸을 안고 추운 겨울 원청을 향해 다니는 것일까? 이야기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부유한 목수의 집에 아들로 태어난 린샹푸는 5살에 아버지를 잃는다. 아들에게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주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린샹푸를 키운다. 다행히 린샹푸의 집에서 일하는 집사 텐다의 5형제들이 린샹푸를 도와 농사를 해내간다. 하지만 여자 혼자의 몸으로 린샹푸를 키운 어머니마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된다. 다행히 아버지의 목공일을 이어받아 솜씨가 있었던 린샹푸는 마을의 유명한 목수들을 통해 기술을 배운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생전에 린샹푸의 짝을 찾아다녔듯이 자신의 아내를 찾아 나선다. 마음에 들었던 여인을 오해로 놓친 어느 날, 두 남녀가 린샹푸의 집을 찾아온다. 자신은 남쪽 원청 사람인 아창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함께 온 여성을 자신의 동생 샤오메이라고 소개한다. 부모를 잃고 이모부를 찾아가는 길에 마차의 바퀴가 고장 나서 신세를 지려는 둘을 린샹푸는 맞아들인다. 다음 날, 출발하려는 데 갑자기 샤오메이가 앓아눕는다. 결국 아창 혼자 길을 떠나고, 샤오메이는 린샹푸와 머물게 된다. 남녀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절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진 날, 린샹푸와 샤오메이는 밤을 보낸다. 그리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린샹푸는 아내인 샤오메이에게 자신의 집 문서와 함께 조상 대대로 모았던 금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샤오메이는 오지 않는 오빠 걱정과 함께 근처의 부모님의 제를 드릴 곳을 묻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샤오메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린샹푸가 알려준 금괴의 반을 들고 떠났다. 하지만 몇 달 후 샤오메이는 돌아온다. 금괴를 어떻게 했냐는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샤오메이. 그녀는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오래지 않아 다시 사라진다.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찾아 아창이 말한 원청을 향해 핏덩이 딸 린바이자를 데리고 길을 떠난다. 둘과 비슷한 말씨를 쓰는 곳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원청이 아니라 시진이라 했다. 눈이 쌓여 길을 나서기 어려운 날 만나게 된 천융량과 리메이롄 부부를 통해 젖동냥을 하게 된 린샹푸는 결국 천융량의 집에 머무르며 목수 일을 시작한다. 솜씨가 좋기도 하고, 마음이 예쁜 천융량과 린샹푸의 목공소는 시진에서 유명한 곳이 된다. 물론 린샹푸는 이곳에서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머무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동네의 유력한 상인 회장인 구이민의 큰 아들 구퉁녠과 약혼을 하게 되는 리바이자. 하지만 도둑인 토비에 의해 린바이자는 납치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리메이롄은 린바이자 대신 자신의 큰아들인 천야오우를 보낸다. 몸값을 요구하는 토비들에게 보낼 돈을 마련했지만, 북양군과 국민혁명군 간의 내전 때문에 제때 돈을 보내지 못하고 결국 천야오우의 귀가 인편으로 전해지게 되는데... 과연 천야오우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북양군과 국민혁명군 간의 전쟁뿐 아니라 토비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고, 고문을 당하는 장면은 너무 끔찍했다. 돈을 노린 도둑 토비들의 행동은 일본군의 행동과 그리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잔인한 시대상과 재난에 가까운 천재지변 그리고 전쟁. 그 어떤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더 아픈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한편, 책 뒷부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된다. 바로 린샹푸가 찾아 나선 샤오메이와 아창의 이야기다. 예상대로 샤오메이와 아창은 부부였다. 샤오메이는 어려운 시절 민며느리로 11살 나이의 수선집을 하는 아창의 집으로 시집을 갔다. 과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일까? 그리고 린샹푸와 샤오메이는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과 함께 가슴 아픈 가족사가 등장해 벽돌 책임에도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저자 서문에 담긴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그랬기에 책을 읽으며 그 뜻을 찾아보려 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도시 원청을 향해 샤오메이를 찾아 나선 린샹푸. 그는 어떤 마음으로 샤오메이를 찾아 나선 것일까? 또한 아창과 샤오메이는 있지도 않은 도시 원청에서 왔다고 이야기했을까?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이 하나하나 풀려나가며 속은 시원해지지만, 진실에 가닿지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돋아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의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가 풀어지며 위화의 작품은 이번에도 여운과 애달픔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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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아, 엄마는 말이야 - 도담이에게 남기는 엄마이야기
도담맘앤파 지음 / Bud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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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모른다고 느낀 그때부터 ‘내가 나의 은인이 돼 주자.‘하고 한 번만 자기를 안아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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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삽니다
예세 휘센스 지음, 마리케 텐 베르헤 그림,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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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동물들의 생태와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만날 수 있고 거기에 환경오염까지 생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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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삽니다
예세 휘센스 지음, 마리케 텐 베르헤 그림,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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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북극곰 가족이다. 모 회사의 콜라 선전으로 유명해진 북극곰의 유쾌한 분위기와 달리 몇 년 전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가면서 곰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북극곰뿐 아니라 북극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요즘 부쩍 환경오염과 지구를 지키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오 함께 읽으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 안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북극 하면 떠오르는 북극곰이나 펭귄, 여우뿐 아니라 다양한 이름의 오리들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순록 그리고 고래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듯 낯선 동물들이 가득하다. 각 동물별로 두 페이지 분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동물의 모습을 그린 삽화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동물의 입장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기록되어 있다. 생태나 습성, 짝짓기, 먹이 등이 담겨있다

 

 

 

 

특히 페이지 말미에는 각 동물이 어느 분류에 속하는지와 사는 곳, 수명과 보호 상태 등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기에 그를 통해 실제 크기와 함께 보호가 필요한 종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단편적인 지식만이 아닌 좋아하는 것, 성격 등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동물은 귀여운 외모의 북방병코고래와 범고래였는데, 범고래의 악명이 책 속에도 등장한다. 돌고래의 왕이자 이빨 수도 제일 많은 범고래는 잔인한 습성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책 속에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근데, 의외로 범고래는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나이 많은 암컷을 중심으로 90여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닐 정도인데, 그런 습성 덕분에 모성애 뿐 아니라 암컷(엄마)에 대한 의존성도 높은 것 같다.  

 

 

 

그 밖에도 책 말미에는 책 속에 등장한 35종의 동물들이 사는 곳이 세계지도 형태로 등장하고, 각 동물들의 이름이 색인으로 마지막 페이지에 있기에 관심 있고, 궁금한 동물들은 직접 페이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취학 전 아동이나 저학년들이 읽기에는 글 밥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아이와 함께 읽으며 북극에 사는 동물들을 알아보는 것과 함께 우리의 무지와 편리함 위주의 생각과 행동이 북극에 사는 동물들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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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아, 엄마는 말이야 - 도담이에게 남기는 엄마이야기
도담맘앤파 지음 / Bud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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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모른다고 느낀 그때부터 '내가 나의 은인이 돼 주자.'하고 한 번만 자기를 안아주면 어떨까요.

유난히 마음이 내려앉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에도 큰 아이와 또 한바탕 했다. 말이 한바탕이지 아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혼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겨울이 되니 해가 늦게 뜨고 아침에 더 힘들다. 출근 때문에 아침마다 아이는 짜증과 울음을 반반 섞어가며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는 엄마인지라, 결국 오늘도 소리를 지르게 되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옷을 입는다. 하필 오늘 출근길에 들고 나온 책이라니... 책 속의 도담 맘은 참 의연해 보인다. 유방암 수술로 아픈 몸을 이끌고, 워킹맘으로 일하면서도, 독박맘의 삶을 살면서도 책까지 낼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근데 나는 왜 이런 걸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근데 이 책은 나에게 자괴감을 주려고 쓰인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보듬아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워킹맘이고, 아이 둘의 등 하원은 오롯이 내 몫이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남편, 평일에도 일찍 나가 아이들 재울 시간 즈음 들어오는 남편 대신 독박을 감당하는 평범하고 인내심 부족한 평범한 엄마다. 아침마다 동동거리며 출근길을 재촉하지만, 아이를 5분이라도 더 자게 해주고 싶어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차를 포기하고, 5분이라도 아끼려고 몇 번씩 환승하고, 결국에는 지하철로 갈아타며 뛰는 엄마다.

그럼에도 도담 맘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된 엄마기도 하다. 특히 시부모님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솟았다. 우리 시어머니의 경우 병 때문에 주기적으로 오셔서 검사를 받고 약을 타 가신다. 집이 먼 관계로 보통 오시면 최소 2박 3일 이상을 있다 가시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쉽지 않고 늘 스트레스가 심하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변호사의 남편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 우리 남편이 보기에 나 또한 그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생각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물론 입장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니 남편이 참 많이 속상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와중에도 아이를 챙기고, 아이에게 예쁜 말을 해준 도담 맘. 그리고 그런 엄마를 헤아려주고, 엄마에게 예쁜 말을 갚아주는 의젓한 도담이. 저자의 말처럼 아이는 마냥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듯싶다. 물론 이 책은 아들 도담이를 생각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쓴 책이 맞다. 근데, 나는 읽는 내내 우리 부모님이 보였다. 본인이 힘듦에도 딸 생각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여전히 내어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부모님이 아플 때 보다, 내 아이가 아플 때 더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이 또한 내리사랑인가 보다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크고 작은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저자와 그 가족이 더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싶다. 도담 맘의 그 꿈이(아프고 힘든 아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꼭 이루어 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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