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모른다고 느낀 그때부터 '내가 나의 은인이 돼 주자.'하고 한 번만 자기를 안아주면 어떨까요.
유난히 마음이 내려앉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에도 큰 아이와 또 한바탕 했다. 말이 한바탕이지 아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혼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겨울이 되니 해가 늦게 뜨고 아침에 더 힘들다. 출근 때문에 아침마다 아이는 짜증과 울음을 반반 섞어가며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는 엄마인지라, 결국 오늘도 소리를 지르게 되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옷을 입는다. 하필 오늘 출근길에 들고 나온 책이라니... 책 속의 도담 맘은 참 의연해 보인다. 유방암 수술로 아픈 몸을 이끌고, 워킹맘으로 일하면서도, 독박맘의 삶을 살면서도 책까지 낼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근데 나는 왜 이런 걸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근데 이 책은 나에게 자괴감을 주려고 쓰인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보듬아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워킹맘이고, 아이 둘의 등 하원은 오롯이 내 몫이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남편, 평일에도 일찍 나가 아이들 재울 시간 즈음 들어오는 남편 대신 독박을 감당하는 평범하고 인내심 부족한 평범한 엄마다. 아침마다 동동거리며 출근길을 재촉하지만, 아이를 5분이라도 더 자게 해주고 싶어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차를 포기하고, 5분이라도 아끼려고 몇 번씩 환승하고, 결국에는 지하철로 갈아타며 뛰는 엄마다.
그럼에도 도담 맘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된 엄마기도 하다. 특히 시부모님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솟았다. 우리 시어머니의 경우 병 때문에 주기적으로 오셔서 검사를 받고 약을 타 가신다. 집이 먼 관계로 보통 오시면 최소 2박 3일 이상을 있다 가시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쉽지 않고 늘 스트레스가 심하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변호사의 남편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 우리 남편이 보기에 나 또한 그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생각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물론 입장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니 남편이 참 많이 속상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와중에도 아이를 챙기고, 아이에게 예쁜 말을 해준 도담 맘. 그리고 그런 엄마를 헤아려주고, 엄마에게 예쁜 말을 갚아주는 의젓한 도담이. 저자의 말처럼 아이는 마냥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듯싶다. 물론 이 책은 아들 도담이를 생각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쓴 책이 맞다. 근데, 나는 읽는 내내 우리 부모님이 보였다. 본인이 힘듦에도 딸 생각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여전히 내어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부모님이 아플 때 보다, 내 아이가 아플 때 더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이 또한 내리사랑인가 보다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크고 작은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저자와 그 가족이 더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싶다. 도담 맘의 그 꿈이(아프고 힘든 아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꼭 이루어 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