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2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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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일을 잊었니? 난 아직도 생생해. 내가 너를 시체 속에서 꺼냈고,

나도 어렸을 때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참한 경험들을 했어.

상상, 이것은 꼭 기억해야 해. 우리는......

아주 힘들고 힘들게......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 살아남은 이상, 쉽게 죽을 수는 없어."

오랜만에 마주하는 중국 소설이다. 넷플릭스를 안 보는데,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무엇이 먼저가 되든 흥미로울 것 같다.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원작 먼저 보는 나와 같은 경우라면 물론 원작 소설을 먼저 읽겠지만...^^

무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 두 개의 큰 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원수를 향한 복수와 사랑의 이야기. 장야 역시 그렇다. 아직 구체적인 사랑 이야기가 막 샘솟거나 대놓고 나오진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니 말이다. 그 사랑이 한쪽 방향인 거 같아서 더 가슴 아프긴 하지만...

장야의 주인공은 녕결이라는 소년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다니는 시녀 상상. 원래 군관은 따로 시녀를 못 두게 되어 있는데, 어째서 녕결은 시녀를 둘 수 있었던 걸까? 둘 사이는 생각보다 인연이 깊다. 부모를 잃고 혼자 남은 녕결은 시체더미에서 울고 있는 상상을 구해낸다. 그리고 둘은 그때부터 같이 지내게 된다. 둘 사이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녕결이 몸집이 작은 상상을 마구 부려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녕결은 누구보다 상상을 아낀다. 상상을 구해냈을 당시, 상상은 무척 위험한 상태였다. 동네 의원에게서도 안돼서 멀리 있는 의원에게까지 상상의 치료를 맡긴 녕결은 태생적으로 약한 상상의 치료법을 듣게 되고, 그날부터 상상의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힘든 일을 운동으로 시킨다. 발이 찬 상상에게 독주를 먹이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역시 상상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다.

보기에는 4차원으로 보이는 녕결은 사실 동네에서 유명 인사였다. 누가 어려움에 처해 있던지 발 빠르게 상황에 맞는 해결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런 녕결을 좋아한다. 한편, 초원지대 만족의 금정 왕정의 선우(만족의 우두머리)에게 시집을 갔던 당나라의 공주(귀인)는 몇 년 안 돼서 남편을 잃는다. 시동생이 왕위에 오르자, 다시 친정인 당으로 돌아오던 중 마적의 급습을 받게 된다. 돌아가는 길의 길잡이를 한 명 달라는 귀인의 말에 선택된 녕결. 사실 그는 수행자가 될 만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기가 막혀있는 터라 쉽지 않다. 곧 서원 시험을 봐야 할 녕결인지라 장군 마사양은 녕결을 장안으로 보내기 위해 귀인 무리에게 추천한다. 길을 떠나던 중, 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녕결은 공주의 가마를 공격하는 하후 장군의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 사실 녕결은 가족의 복수를 생각하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와 가족을 처참하게 죽게 만든 원수는 바로 하후 장군이었다. 과연 녕결은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 서원에 입학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미리 보지 못해서일까? 두 권으로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3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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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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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연마해 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 힘쓰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갖추는 일이

남자가 할 수 있는 합당하고 훌륭한 소임이라고 말했었지.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대한 일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잘 이끌어 그들로 하여금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풍부하게 가질 수 있게 해주고,

모든 사람이 마땅히 되어야 할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은

 분명히 경탄할 만한 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었지."

키루스라는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막상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이름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성경에 나온 고레스왕과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성경 속에도 고레스왕은 이방국의 왕이었음에도 긍정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소개되었다는 키루스 대왕의 이야기를 통해 위정자를 비롯한 리더들이 진정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는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이론에서 더 나아가 실현 가능한 쪽으로 연구를 한 학자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키루스의 교육에 등장하는 정치와 군사에 관한 이야기들 역시 다분히 실제적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키루스와 타인 간의 대화와 그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 또한 느꼈다.

키루스 대왕은 페르시아 안샨왕국의 왕이었다. 아버지인 캄비세스와 메디아왕국 공주 출신 만다네 사이에서 태어난 키루스 대왕은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소년 키루스 시절에 일화부터 외삼촌인 키악사레스가 아시리아와의 전쟁 중 안샨왕국에 지원병을 요청하자 총사령관으로 참여하게 된 때의 이야기부터 본인이 왕이 되어서 통치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엄마 만다네와 함께 외할아버지이자 메디아왕국의 왕인 아스티아게스를 만나러 간 키루스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생각을 똑똑하게 말할 수 있었다. 메디아와 안샨 사이의 문화적 차이조차 정확히 꿰뚫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사냥한 후, 외할아버지로 부터 그 고기를 전부 얻자, 주위의 사람들에게 각자가 해낸 일들을 칭찬하며 다 나누어준다. 어려서부터 나누기를 좋아했던 그의 천성 때문일까? 성인이 된 후에도 그는 전리품을 비롯하여 얻게 된 이익을 혼자 독차지하기 보다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책 안에는 군사를 지휘하고 그에 따른 포상을 하는 방법,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방법,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군사들을 설득하는 방법 등을 상당히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전쟁에 필요한 말 타는 기술이나 창을 쓰는 기술만큼이나 전술 그리고 사람을 설득하는 언변도 능했던 키루스 대왕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훈련을 시키기도 하고, 군사들이 꾸준히 운동을 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외삼촌인 키악사레스로 받은 돈을 병사들을 사기를 북돋기 위한 포상과 식사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든지 훌륭한 협력자를 만들려면

 고통을 주어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보다 좋게 말하고 좋게 대해

스스로 일하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의 소신은 현대의 리더들에게도 필요한 자질 일 것이다. 태양과 바람의 비유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냉혹한 채찍이 아닌 따뜻한 당근일 테니 말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상당히 논리정연한데,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의 제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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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일기 1 - 수박 서리
한즈 지음 / 좋은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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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서 수박서리를 비롯하여 서리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종종 서리를 하다가 혼이 난 경험이 있었다. 어차피 다 동네 사람들이라서 해봤자 금방 들통이 날 텐데, 그때는 그게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졸지에 간접 체험을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올해 7살이 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정보가 전부인 아이는 전 학교에 선생님, 친구들과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엄마 아빠에 이끌려 이사를 오게 된다. 이사 오자마자 부랴부랴 학교에 가게 된 주인공은 그날이 방학식이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방학이 시작된다는 것은 앞으로 몇 달간 친구를 사귈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니 말이다. 친절하지 않은 담임선생님은 방학식에 전학을 온 아이와 엄마를 향해 며칠만 일찍 오지 그랬냐는 꾸지람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방학 이후 반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거푸 하고, 아예 전학생인 아이의 자리조차 배정해 주지 않아서 아이는 뻘쭘하게 뒤에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푸대접을 받은 아이는 비로소 전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가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오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된다.

한편, 한 동네 형(뻥쟁이 형)이 아이에게 말을 건다. 4학년은 돼 보이는 형은 아이에게 수박서리를 하러 가자고 이야기한다. 이제 7살인 아이에게 수박 서리는 두려움이지만, 이 기회에 동네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예쁜 여학생들도 2명이나 온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고 함께 하기로 한다.

약속한 날 11시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나무 아래로 모인 아이들은 총 9명. 주인공까지 10명이었다. 겨우 숫자를 채웠다는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 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참가비를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 아뿔싸! 돈이 없던 아이는 평소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함에도 "얼마 내면 돼요?"라고 큰 소리로 묻지만, 처음 참여하는 아이는 무료라는 말에 무리에 합류한다. 2시간이 걸린다는 뻥쟁이 형의 말과 달리 40분여를 걸어서 도착한 수박밭. 형은 4가지 규칙을 읽는다. 동네는 소문이 나고 금방 잡히기 때문에 멀리까지 원정을 간 것일까? 아이는 궁금하지만 섣부르게 묻지 못한다.

드디어 수박서리가 시작된다. 걸렸을 때를 대비해 수박 꼭지로 만든 꼬챙이까지 야무지게 챙겨온다. 혹시 걸렸을 때는 꼬챙이를 엉덩이에 끼고 뿡뿡 호박을 세 번 외치면 호박으로 변신할 수 있단다. 하지만 얼마 안 돼서 걸리고 마는데... 과연 주인공의 마법은 통할 것인가?

책을 읽어갈수록 자꾸자꾸 궁금증이 더해간다. 같이 서리를 한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것일까? 정말 주인공의 말대로 자신은 수박서리를 하기 위한 볼모인 것일까? 수박밭 주인인 고래 아저씨와 그의 딸로 보이는 백설 공주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든 궁금증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빵 터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1이라는 제목이 있는 걸 보니, 다음 편이 나온다는 것인데 과연 개학 후 주인공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함께 수박서리를 한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다음 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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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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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아무리 약해 보여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 잘해둔 일은 영원히 간다.

하지만 우리는 행동에 나서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만 열심히 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는 또 한 권의 유명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시민 불복종이다. 작년에 처음 접했는데, 월든에 가려져서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얇지만 그 어떤 책보다 생각할 여지를 가득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애덤 스미스와 같은 의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덤 스미스 역시 정부보다 시장 혹은 개인의 참여를 정부의 참여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긴 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를 필요악으로 보기도 했다. 그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역시 정부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에 반대했다. 예를 들자면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사실 책에도 담겨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6년간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로 하루 동안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책안에 깊이 있게 우러나 있다.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면, 저자는 정부에 대해 거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소로 역시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다.) 단지,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하고, 잘못된 정부의 행태는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은 정부의 행태에 무조건적인 찬성만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서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이성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 한다.

또한 그와 함께 저자는 다수결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가 선택한 것이 모두에게 옳은 결과로 주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소수의 의견의 정당성에 대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19세기에는 지금보다 더 큰 문제들이 산적해있었을 것이다.(노예제도와 같은) 하지만 여전히 소로의 생각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반대도, 무조건적인 찬성도 정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200년 전 소로는 미리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책은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지금에도 충분히 적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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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6-19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든을 한 3년만에 다시 읽는데 여전히 읽기 편한 책은 저에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민불복종이라니 감히 엄두가 안나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명랑걸우네 2023-06-20 09:40   좋아요 1 | URL
처음에 읽었을 때는 어렵더라구요. 이번에는 좀 쉬운 번역판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에보다 이해는 잘 되더라구요~기회가 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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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두려움 보다, 눈에 버젓이 보이는 존재가 대놓고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겠다 싶은데, 바로 이 책 카디프, 바이 더 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 4편의 단편(혹은 중편) 소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이 책을 통해 진한 인상을 받았다. 4권 중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이 이 책의 표제작인 카디프, 바이 더 시다. 30세의 미술학사 클레어 사이들은 유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전화의 주인공은 루셔스 피셔라는 변호사였는데, 얼마 전 클레어의 친할머니인 모드 도니걸이 사망을 했는데 그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유산 관련 정리를 위해 카디프를 방문해달라는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클레어는 당황스러웠다. 유산을 물려준 할머니가 과연 누구일까? 처음 마주하는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기에 장난전화로 치부하고 싶지만, 부동산과 건물 등의 유산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사실 클레어는 입양아였다. 나이가 많은 해나 부부에게 입양된 것은 3살 즈음이었다. 변호사와의 통화 후, 양 엄마인 해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묻지만 해나 역시 아는 게 없다는 말만 한다.

클레어를 맞이하는 엘스페스 레이시와 모랙 레이시는 모드 도니걸의 자매이자 클레어에겐 이모할머니가 된다. 그리고 삼촌 제러드 도니걸까지 소개를 받는다. 왠지 뭔가 이상한 분위기의 대 저택을 본 클레어는 자신이 왜 입양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는 이미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사인조차 모르고 있던 클레어는 도서관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코너 도니걸이 엄마 캐서린과 두 명의 자녀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당시 30개월 된 클레어는 그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자신을 구해줬다는 두 이모할머니에 대한 기억조차 없었다. 과연 클레어의 아버지는 정말 가족들을 살해했을까? 석연치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책 속에서 점점 풀어지고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에 가닿게 되는데...

4편의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나이와 환경이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공포와 위협을 경험한다. 그녀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람은 가족이기도 하고,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공포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처음에 책 표지에 담긴 고딕 서스펜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유령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책 속에는 유령보다 더 무시무시한 상황과 가해자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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