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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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눈물이 화폐가 되는 세상을 그린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가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내 모습도 반추되었다. 나는 참 눈물이 많다. 아무것도 아닌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때도 많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하도 잘 우는 내게 담임선생님이 "우네가 안 울면 하루가 안 간다."(하루라도 안 우는 날이 없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하실 정도였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은 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대표님은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극히 이성적이 되려고 참 많이 노력을 했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의 분리는 정말 어려웠다.

평소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30번째 책의 제목은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이다.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감정적"이라는 의미 자체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내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꾸중 아닌 꾸중을 듣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다행이라면 꾸중이 아닌 위로를 들었다.

서양보다 유독 동양은 감정 표현에 서툴다. 개인주의적인 서양에 비해 동양은 전체주의, 우리라는 문화가 더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공감 능력이 현격하게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이 요즘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그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참 이중적인 사회다 싶다.

저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감정과 정서를 나누어서 설명한다. 물론 둘 다 감정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느낌상 구별이 필요할 때 각 용어를 채택해서 사용했다. 특히 신기했던 게 정서지능이라는 단어였다. 정서에도 지능이 있다? 정서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과거의 EQ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지만, 공감 능력을 넘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까지 포함되는 개념이기에 더 큰 개념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정서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은연중에 남성과 여성의 감정을 이중잣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에 대한 개념도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가졌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긍정과 부정의 감정 경험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밀도가 결정된다고 말이다. 그러려면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아야 유리하지 않을까? 책 중반부에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방법도 담겨있으니 감정에 대해 고민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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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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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면 책을 죽여라."

콤비 개그로 유명했던 개그맨 고명환을 어느 순간부터 티브이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작가이자 사업가 그리고 강연자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가 책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가 된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궁금해서 검색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삶의 큰 고비를 넘기며 그의 삶이 전환되었다니 이럴 때를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책을 읽고 싶지만 책을 손에 잡는 게 힘든, 혹은 책만 잡으면 집중이 안 되는 독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삶을 들어 설명한다. 자신 또한 매일의 삶이 지겹고, 무엇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책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함께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책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소위 책 맛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독서 초보자들의 가장 큰 걱정이 아닐까?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책 맛을 들이기 시작한 방법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은 총 2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2부는 독서의 단계별로 독서의 패턴 혹은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2부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빗대어 독서의 3단계(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설명한다.

'남들도 다 그래'에 속한 사라들은 자본주의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쪽에 위치한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그 자리에 머무른다.

책을 읽고 사자가 된 사람들은 "난 안 그래!"라고 외치며 점점 위로 올라가

결국 소수들만 차지하는 삼각형의 맨 위쪽에 자리한다.

자본주의는 늘 이런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조차 종종 책태기라는 게 올 때가 있다. 책이 참 좋은데, 한 번씩 진도가 안 나가고 책 읽는 게 싫어질 때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할 때뿐 아니라, 때론 읽을 책이 밀려있을 때는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에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 읽는 것에 의의를 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당연히 독서의 본질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이 정도면 사자의 단계라고 한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용기가 욕심으로 바뀌면 지친다. 용기와 욕심을 구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자다.

용기는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믿고 계속 나가는 꾸준함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책을 만나면 책을 죽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내가 갖지 못한 경험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큰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책은 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을 죽이라고... 다시 설명하자면 이 말은 책의 내용에 휘둘리고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바꾸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글을 통해 표현하기에 그 부냐의 좀 더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맞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책의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각 단계에 읽으면 좋을 책 리스트가 담겨있다. 어디까지나 추천도서이지, 이 또한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 인생 책은 사람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르다.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으면, 하루 10쪽을 읽겠다는 목표라도 정해서 시작해 보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용기가 욕심으로 바뀌면 지친다. 용기와 욕심을 구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자다.

용기는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믿고 계속 나가는 꾸준함이다.

‘남들도 다 그래‘에 속한 사라들은 자본주의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쪽에 위치한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그 자리에 머무른다.

책을 읽고 사자가 된 사람들은 "난 안 그래!"라고 외치며 점점 위로 올라가

결국 소수들만 차지하는 삼각형의 맨 위쪽에 자리한다.

자본주의는 늘 이런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책을 만나면 책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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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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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의 5번째 편의 주제는 잔혹사다. 잔혹사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가? 책 속에 어떤 장을 읽어도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일제의 만행 또한 이 파트에 담겨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빠져있어서 유감이긴 했다.

총 10장에 이르는 주제들이 하나같이 놀랍고 비극적이다. 현재 과거에 일어난 사건도 있지만 진행 중인 상황도 담겨있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사람의 욕망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자면 아무래도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내용 때문에 천일염 사재기 등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인류 최대의 원전 폭발사고로 불리는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을 읽으며 원자력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역시나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인수 공통 전염병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둘 다 현재 우리의 상황과 가장 가까운 이슈여서 그런지 빠져들어서 읽었던 것 같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1986년 벌어졌다. 4호기 원자로가 터졌고 이는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무지와 욕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빨리빨리 주의가 낳은 부실공사가 그중 첫 번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핵무기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고, 화력발전보다 운영비가 적게 드는 원자력발전소의 건립은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원전을 건설하면서 안전 공사를 건너 뛰었다는 데 있었다. 거기다 냉각수를 사용하는 VVER방식보다 흑연을 사용하는 RBMK가 훨씬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었기에 소련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RBMK 방식으로 대부분의 원전을 짓는다. 그리고 과거 부실공사로 건너뛰었던 안전 실험을 폭발 하루 전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지 않았는데다가 당시 실험 담당자조차 경력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었다는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되었다.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원자력에 대한 무지 때문일까? 그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결국 수백만의 사람들이 피폭되고 사망하게 된다.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오히려 1,100Km나 떨어진 스웨덴에서 먼저 알게 된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물질이 스웨덴까지 날아갔고 스톡홀름 인근 포르스마르크 원자력발전소에서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이후 타국에서 사고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소련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한다. 결국 이 일은 소련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고,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체르노빌 근처 지역은 개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수 공통감염병에 대한 부분은 읽는 내내 씁쓸했다. 사실 코로나19 때 역시 바이러스를 옮긴 동물이 박쥐라고 밝혀졌고,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감염이 확산되어 결국 전 세계적으로 끔찍한 유행이 일어났는데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동물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모든 원인은 인간에게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물들이 살 공간마저 빼앗아버린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볼 수 있으니 결국 인간의 죄과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스페인 독감(이름의 출처가 궁금했는데,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을 비롯하여 원숭이 두창, 메르스, 에볼라, 사스 등 요 근래 특히 유행한 감염병들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바이러스는 계속 출몰할 것이고, 변이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한 잔혹사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에서 모든 사건들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내 것을 더 많이 지키고자 하고, 타인의 것을 빼앗으려는 얄팍한 속내가 결국은 많은 사람들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가슴 아팠다. 잘못된 판단과 탐욕의 끝은 결국 희생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누군가의 희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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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 사회적 성찰 - 청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갈등하고 고민하며 사는가? 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곽태웅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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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28살 MZ 세대다. 워낙 시중에 MZ 세대에 관한 책이 많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섣부르게 MZ의 잣대로 모두를 보는 일명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눈을 넓혀 역사와 철학, 국가와 법,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평화와 전쟁,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개념까지 아우르며 쓴 책의 내용을 읽으며 어린 나이에 깊이 있는 관점을 가졌다는 것과 함께 방대한 주제를 자신만의 색으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 또한 느꼈다. 비교하면 안 되지만, 나는 그 나이에 이 정도의 인문학적 소견을 가졌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K韓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자신만의 닉네임 K韓(Korea,대한민국) 으로 부르며 이 책을 기록한다. K韓의 또 다른 닉네임은 자신과 또래인 청년들이 아닐까 싶다.

총 10가지 주제가 갈등(문제의 제기), 고민(문제로부터 도출한 질문), 희망(고민에 대한 자신만의 답변), 압축파일과 위로의 거울 앞에서(지도. 감수자의 강의 내용 요약)으로 나누어 담겨있다. 시작의 질문부터 날카롭고 실제적이었다. MZ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N포세대라고 부른다. 3포에서 4포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 세대라는 뜻이다. 연애, 결혼과 출산뿐 아니라 내 집 마련, 미래 등 다양한 것들을 포기하고 산다. 그렇기에 그저 오늘 하루의 삶에만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상처를 입고 더 이상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친구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20대를 살아가면서 어쩌면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상적인 것이라 여겨지는 개념들이 과연 내 삶에 어떻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의 삶에 어떤 필요를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나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다. 답답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나라의 상황들을 저자 지적한다. 우리만의 아집으로 똘똘 뭉쳐서 서로 편을 가르고 싸워대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비판만 고수하며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미워하거나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이라는 것도 서로 차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 마음을 서로 인정하게 되면 보편성을 지닌 힘을 가지게 된다.

그 힘이 우리의 정치라면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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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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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의아했다. 도대체 껍데기가 책 속에서 무슨 의미로 쓰였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책 속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넘은 시간이 흐른 뒤다. 라온제라호는 바이오스피어3를 소행성 표면에 안착시키고자 우주로 떠났다. 이 프로젝트의 메인 연구자는 우주생물학자 김수현이다. 과거 우주 레이스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세를 치르던 그녀는 가장 높이 떠올랐던 순간 바닥으로 떨어져 하반신마비가 된다. 그날 이후 삶을 포기하고 살던 그녀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시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팬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책은 그녀를 우주생물학자로 이끈다. 새로운 꿈을 가진 그녀 앞에 나타난 우주 토양생물학자인 이니샤 M.람브슈크리. 이니샤의 동생이 광적인 우주 레이스 팬이었던지라, 둘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번 바이오스피어3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가 된다. 사실 수현은 한국에 로봇박사인 남편과 쌍둥이 아이를 두고 2년 전에 지구를 떠나왔다. 사무치게 보고 싶은 가족들 앞에서 수현은 빨리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한다.

중압감 때문일까? 수현은 괴이한 꿈을 꾼다. 뭔가를 만진 수현의 몸에서 이상한 촉수가 돋아나기 시작하고, 우주선은 처참히 부서진다. 누구에게도 꿈 이야기를 하지 못하던 중, 레이제나호는 소행성과 충돌하게 된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이미 우주선의 선장은 정신을 잃은 터라, 부선장이자 우주항행사인 정중혁의 지휘 아래 선원들이 우주항행사 아수스 뒤마소르. 엔지니어인 타일러와 강민, 닥터 션, 미구엘 로비앙과 흐를료시코프 그리고 침팬지 필립이 라온제나호의 탑승 중인 선원이다. 순찰을 나갔다가 이상한 빛을 내는 돌을 발견하고 우주선 안으로 가지고 온다. 빛이 없음에도 스스로 빛을 내다니.... 신비하다. 선원들은 그 돌에 아스틸베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근데 그 돌이 라온제나호 안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진다. 수현이나 동료들과 가족처럼 지내던 수컷 침팬지 필립이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엔지니어 강민의 목이 뜯긴 채 발견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강민을 도우러 갔던 타일러까지 부상을 당하자 우주선은 동요하기 시작하는데...

빠른 진행에 SF 소설인지라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계속 괴이한 꿈을 꾸는 수현의 이야기는 마치 예지몽같이 느껴졌다. 상당수 꿈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갇힌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꿈을 꾸며 우주로 한발 내디딘 그들은 지구 속에서의 삶을 껍데기라고 표현한다.

아스틸베를 만지면 보이는 영상과 말을 할 수 있게 된 침팬지 필립이 이야기하는 힌두교의 내용 등 뭔가 다른 문화권의 신비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서 흥미로웠지만, 끝맺음이 뭔가 아쉬웠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이야기가 들어있는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이고, 수현은 결국 어떤 선택을 했을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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