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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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의아했다. 도대체 껍데기가 책 속에서 무슨 의미로 쓰였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책 속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넘은 시간이 흐른 뒤다. 라온제라호는 바이오스피어3를 소행성 표면에 안착시키고자 우주로 떠났다. 이 프로젝트의 메인 연구자는 우주생물학자 김수현이다. 과거 우주 레이스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세를 치르던 그녀는 가장 높이 떠올랐던 순간 바닥으로 떨어져 하반신마비가 된다. 그날 이후 삶을 포기하고 살던 그녀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시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팬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책은 그녀를 우주생물학자로 이끈다. 새로운 꿈을 가진 그녀 앞에 나타난 우주 토양생물학자인 이니샤 M.람브슈크리. 이니샤의 동생이 광적인 우주 레이스 팬이었던지라, 둘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번 바이오스피어3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가 된다. 사실 수현은 한국에 로봇박사인 남편과 쌍둥이 아이를 두고 2년 전에 지구를 떠나왔다. 사무치게 보고 싶은 가족들 앞에서 수현은 빨리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한다.

중압감 때문일까? 수현은 괴이한 꿈을 꾼다. 뭔가를 만진 수현의 몸에서 이상한 촉수가 돋아나기 시작하고, 우주선은 처참히 부서진다. 누구에게도 꿈 이야기를 하지 못하던 중, 레이제나호는 소행성과 충돌하게 된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이미 우주선의 선장은 정신을 잃은 터라, 부선장이자 우주항행사인 정중혁의 지휘 아래 선원들이 우주항행사 아수스 뒤마소르. 엔지니어인 타일러와 강민, 닥터 션, 미구엘 로비앙과 흐를료시코프 그리고 침팬지 필립이 라온제나호의 탑승 중인 선원이다. 순찰을 나갔다가 이상한 빛을 내는 돌을 발견하고 우주선 안으로 가지고 온다. 빛이 없음에도 스스로 빛을 내다니.... 신비하다. 선원들은 그 돌에 아스틸베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근데 그 돌이 라온제나호 안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진다. 수현이나 동료들과 가족처럼 지내던 수컷 침팬지 필립이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엔지니어 강민의 목이 뜯긴 채 발견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강민을 도우러 갔던 타일러까지 부상을 당하자 우주선은 동요하기 시작하는데...

빠른 진행에 SF 소설인지라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계속 괴이한 꿈을 꾸는 수현의 이야기는 마치 예지몽같이 느껴졌다. 상당수 꿈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갇힌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꿈을 꾸며 우주로 한발 내디딘 그들은 지구 속에서의 삶을 껍데기라고 표현한다.

아스틸베를 만지면 보이는 영상과 말을 할 수 있게 된 침팬지 필립이 이야기하는 힌두교의 내용 등 뭔가 다른 문화권의 신비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서 흥미로웠지만, 끝맺음이 뭔가 아쉬웠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이야기가 들어있는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이고, 수현은 결국 어떤 선택을 했을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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