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 사람을 보고 길을 찾은 리더의 철학
권영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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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대기업이라도 한번 들어간 직장에서 소위 뼈를 묻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직장에서는 있어주길 원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물론 1957년 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직장을 45년을 다녔고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부회장으로 퇴직을 한 LG그룹 최고경영자 출신 권영수 님의 저서다.  


 사실 책의 초반을 읽으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성공기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시작부터 병역 특례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 카이스트에 입학을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마치 수능 만점자의 수기에 꼭 등장하는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이야기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서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이유는 자신의 삶을 적어내린 글이라고 하기에 이 책을 읽는 사회생활의 후배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 속에 녹아있는 성공의 포인트 속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성실하고 꾸준한 것이 미덕이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그런지 좀 다른 방식의 성공 포인트들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미움받은 용기 전에 내가 한 일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그것이 옳다는 판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하나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업무 능력의 탁월함과 그에 대한 주위의 인정.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식의 능력으로는 결코 저자와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또 하나!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신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업무를 받고 그에 대한 효율성을 구사했지만, 자신이 만든 매뉴얼 등을 바탕으로 후배들은 조금 더 편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는데 그를 위해 저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런 자세는 업무에 대한 기쁨과 함께 타인을 향한 애정이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그의 뛰어난 능력 이전에 꾸준함과 나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며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고 하는 모습들, 모두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바꾸려는 노력들이 바로 저자의 성공의 비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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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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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문이든 모든 문이 된다.

 어린시절 참 많은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읽던 동화 속 세계에 들어가 공주도 되보고 싶었고, 탐나는 보석들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만 크면 알게 된다. 그 모든 것은 동화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 한번씩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장소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만원 지하철에 끼어탔을 때,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면 매일 같이 드는 생각이다. 그렇게 어린시절 내 상상력은 지극히 실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선 안에서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나 또한 주인공 캐시 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정말 내 손에 문의 책이 있다면 나는 어디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상상만 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뉴욕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서점 컬너북스의 직원 캐시는 단골손님인 존 웨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웨버 씨는 늘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늦은 시간 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그는 지금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있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웨버 씨이기에 그 익숙한 감정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었던 지라, 바깥을 돌아보는 사이 그렇게 웨버 씨는 조용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캐시에게도 꽤 큰 충격이었다. 경찰과 구급차에 웨버 씨를 인계한 캐시. 가게를 정리하다 웨버 씨 자리에 두고 간 두 권의 책을 보게 된다. 그 중 한권은 웨버 씨가 죽기 전에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고 또 한권은 가죽으로 쌓인 작은 책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건 문의 책이다.

손에 들고 있으면 어느 문이든 모든 문이 된다.



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또한 이 책을 캐시에게 준다는 웨버 씨의 편지도 담겨있었다. 이게 무슨 뜻인 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은 캐시. 룸메이트인 친구 이지와 함께 웨버 씨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꺼낸다. 과거 여행을 갔던 베네치아 이야기를 나누던 둘. 갑자기 캐시의 눈 앞에 참 좋았던 베네치아의 광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캐시와 이지는 문의 책의 사용법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지는 이 책의 대단한 능력에 걱정이 앞선다. 캐시 같이 선량한 사람에 손에 이 책이 있으니 망정이지, 나쁜 마음을 먹고 악용하는 사람 손에 들어갔으면 어쩔 뻔했냐는 내용이다. 이 말은 꼭 복선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외로 세상에는 많은 특별한 책들이 있었다. 문의 책 뿐 아니라 환상의 책, 그림자의 책, 행운의 책, 치유의 책... 그 마다의 쓰임이 있기에 이 책들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다.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 책의 능력을 노리고 소위 사냥을 하는 책 사냥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캐시에게 문의 책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책사냥꾼은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단지 책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 조차 아무렇지 않았다.


 다양한 책 만큼이나 숨가쁘게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가 다 의심스러웠다.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가를 자꾸 의심하게 되기도 했다. 왜 하필 웨버 씨는 캐시에게 이 책을 준 것인지도 무척 궁금했다. 물론 끝까지 읽어야 그 모든 비밀과 진실이 풀린다는 사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던 캐시에게 문의 책은 꼭 필요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뻔한 이야기일 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괜시리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그리움의 깊이와 감정이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신비한 여러 책이 등장하다보니 어떤 책을 가장 가지고 싶은지를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과거였으면 문의 책이 가지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치유의 책이 꼭 필요하다. 많이 아픈 조카가 꼭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을거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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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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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죽음을 주제로 요양보호사와 인터뷰를 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체험판처럼 이 책을 만났다.  재봉틀과 금붕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 지 궁금했는데, 많이 아픈 뜻이었다.


 주인공은 야스다 가케이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다. 가족 방문일을 제외하고는 요양보호사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케이를 돌본다. 밋짱이라고 부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병원을 방문한 날. 자신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니...! 


 밋짱의 도움으로 먼저 배꼽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포즈를 해야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일어났는데, 걷는 것도 어기적 어기적. 기저귀를 차고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에 스스로 속이 상할 정도다. 왜 이렇게 문이 먼 걸까? 


 검진 결과 특별히 나빠진 것은 없음에도 약이 바뀌었다. 무슨 성분인지 궁금했지만, 가케이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안 들리는 건 노인들이나 활용 가능한 건데, 괘씸하기만 하다. 가케이를 대신해 밋짱이 대신 약에 대해 묻는다. 의사는 가케이에게 탄산 리튬 성분의 항조제를 처방했다. 몇 달 전 이 성분이 든 약을 먹고 큰일이 날 뻔했기 때문에 밋짱은 의사에게 이 약을 빼달라고 말한다. 상황 설명을 했음에도, 의사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지금 이야기 한 모든 것을 적어두겠다고 반 협박을 한다.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한 이유는 너무 업되어 시끄럽게 떠드는 가케이를 좀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대응하는 밋짱! 이 책에서 가장 사이다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밋짱은 가케이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치매를 앓는 가케이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려본다. 술에 취해 폭력을 내뱉는 아버지, 가케이를 낳고 사망한 어머니, 파친코 가게를 하다 자살한 오빠 긴짱. 윤락가 출신이자 가케이에게 폭력만 휘둘렀던  새엄마.  아픈 기억들만 떠오른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핏덩이 가케이를 돌보지 않고 긴짱에게 맡기다 보니 긴짱은 집에서 키우는 개 다이짱의 젖을 먹고 자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옆집 할머니로부터 재봉을 배운 가케이는 그날부터 부지런히 일을 찾아 한다. 레이스 달린 여성 속옷을 잘 만들어 견본품이 될 정도로 칭찬을 받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나쁜 사장이 다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오빠의 파친코 가게에서 빚을 진 남자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 그에게는 이미 미노루라는 아들이 있었다. 미노루의 생모는 미노루를 버리고 집을 떠났고, 관공서에서 일하던 미노루의 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큰 빚을 지게 된다. 당시 파친코 가게를 운영하던 긴짱은 기계를 만져 손님들을 속이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한 결혼에서 가케이는 아들 겐이치로를 낳는다. 어느 날, 미노루만 남기고 남편이 사라진다. 졸지에 미노루와 겐이치로를 키워야 할 상황이 된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한 가케이. 가케이가 임신을 하자, 긴짱은 아이를 지우라고 닦달을 하지만 가케이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화장실에서 진통을 하며 딸을 낳은 가케이. 오빠인 긴짱은 아이에게 미치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말 아이를 살뜰히 돌봐준다. 미치코에게 제대로 된 삼촌이 되고 싶었던(실은 아빠처럼 미치코를 돌봤다.) 긴짱은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산다. 자신의 몸에 있던 문신까지 지우고 말이다. 긴짱의 아내였던 히로세 역시 미치코를 돌본다. 하지만 그런 미치코는 오래지 않아 사망하게 되고, 미치코의 사망은 가족 전체에게 끔찍한 기억을 선물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를 하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년 전에 죽은 아들 겐이치로에 대해 늘 묻는 가케이는 그럼에도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쉽게 놓이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인 재봉틀과 금붕어는 가케이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해하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역자의 말처럼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불행하고 아팠던, 특히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가케이의 삶은 단편적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불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떠올린다.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말이다. 


 아픈 몸과 마음에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것은 노인인 지금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가케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상처를 보듬아 주고 용서하는 모습들이 꽤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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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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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컸다. 내가 처음 마주한 죽음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하신 외숙모가 돌아가셨고, 당시는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병풍을 치고 병풍 뒤에 비닐을 깔고 외숙모 시신을 안치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게, 큰 이모가 울면서 올케 얼굴을 보자고 병풍을 걷었을 때 눈을 뜨고 돌아가신 시신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이모는 울면서 우리 올케가 눈도 못 감고 갔다며 눈을 감겨드렸다. 당시는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모두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은 슬픈 거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다. 또한 언니들이 엄마를 부르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외숙모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트라우마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죽음은 무섭고 두렵다. 성인이 되어 가게 되는 장례식장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언제부터 였는지, 죽음에 관한 책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인다. 웰다잉에 대한 생각들이 자리 잡으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나 역시 죽음에 관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기 시작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사후 세계에 대한 나 나름에 생각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온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기에 여전히 죽음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보인다. 한편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죽음이기에 나에게 언젠가 올 죽음을 조금 더 잘 준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책 안에는 죽음과 관련된 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그래도 그동안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접해서 그런지, 책 속에 인터뷰어 5명 중 3명은 구면이다. 요즘은 재가복지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 그만큼 노인의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책에는 번역가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은주 님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어머니와 조카 손주의 양육까지 하고 있는 그녀는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돌보는 할아버지는 제우스로, 할머니는 뮤즈로 칭하는 그녀에게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뮤즈와 제우스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도 뮤즈와 제우스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기에 지금의 일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또 기억에 나는 내용 중에는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어머니는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라는 말이다. 독박 돌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고 죄책감을 가지는 자녀들에게 이은주 님은 절대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시간 돌봄은 결코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 안에는 종교인인 홍성남 신부님과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솔직히... 종교적인 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들이나 인터뷰가 좀 있어 보였다. 물론 이 말은 타 종교나 무종교를 가진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죽고 부활했을 때 나를 반겨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의 질문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조금 다른 표현이지만, 나 역시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죽는다면 몇이나 슬퍼하고 내 장례식에 올까?를 한참 고민하면서 우울해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위해 슬퍼할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 주변에 선을 끼치며 살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말이 될 것이다. 


 만약 나를 반겨줄 사람이 적다면, 나는 어떻게 주변에 처신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래도 내가 잘 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돈이 많다고,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죽음이 비껴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가지기에 생이 더 빛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삶을 조금 더 윤기나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마지막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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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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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묘하게 불편한 말이 있었다. 띠지에 새겨진  한 줄이었다.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순서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모두 그다음이라고!"


 과거였다면 당연하다고 느꼈을 이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찝찝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럴까? 정말 인간의 생명이 최우선 순위일까? 그건 누가 정한 걸까?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이게 이 책 안에 담긴 메시지라면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을 덮기 전에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렇기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거나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여러 백신들을 개발하는 데 동물에게 투약을 하는 임상실험도 있었다.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에 먼저 실험 쥐나 동물들을 통해 효능이나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AI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만 해도 나는 챗 GPT로 업무의 부족 부분을 채웠고, 키오스크로 점심을 주문하고 결재했으며, 오늘 온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과 함께 남편이 담아둔 신발장을 결재했다. 그 모든 것이 AI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공두뇌 시큐어를 개발한 과학자 조이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자신에게 남은 날 수가 7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 조이 박사는 남편이자 동료인 강해솔과 아들 마루, 딸 리아를 남겨둔 채 종적을 감춘다. 아내 조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황에 해솔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실험실에서 무참히 부서진 인공두뇌 시큐어를 발견한 해솔은 시큐어를 다시 원상 복귀 시킨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시큐어는 조이가 살아있다는 결과를 내고, 그날 이후로 해솔은 시큐어를 신뢰한다. 시큐어는 얼마 후 심각한 감염질환이 퍼질 거라는 의견을 내고, 시큐어의 판단에 해솔은 마스크를 개발한다. 함께 연구하는 가온은 많은 돈이 드는 해솔의 연구를 반대하지만, 얼마 후 시큐어의 판단대로 감염질환이 창궐한다. 개발을 해둔 마스크를 실용화하여 감염질환이 점차 줄어가지만 이번에는 눈을 통해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하지만 가온이 만든 고글은 시큐어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다시금 고글을 개발하지만, 검증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완벽한 검증을 하지 못한 채 고글이 상용화된다. 다행히 고글의 효과 덕분에 평화가 오나 싶었지만, 더 심각한 질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조이 박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새로운 질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생전 조이 박사가 앓았던 질병과 유사함을 깨달은 시큐어는 이에 대한 백신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변이와 함께 해당 질병으로 사망률이 치솟고, 결국 가온은 변환 주사를 사람들에게 놓기로 독단적으로 결정을 한다. 그렇게 호모 사피엔스에서 변환 주사를 맞고 피부가 고무로 변하는 호모 프로프리우스 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칩거에 들어간 해솔을 대신해 질병대책 위원회를 맡은 가온은 점점 더 시큐어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시큐어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뇌에 시큐어를 심고 마는데...



 AI가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면서 인류는 AI에 의해 인류가 지배를 받는 상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조이 박사가 시큐어를 파괴한 이유도 같았다. 농담처럼 뱉어낸 시큐어의 말을 듣고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편, 위에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문장 역시 조이 박사가 강아지를 구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했던 시큐어를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이 말은 들은 시큐어는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처음 시큐어가 강아지를 구했을 때, 사람들은 시큐어를 칭찬하기 바빴다. 시큐어는 바뀌지 않고 여전히 강아지를 구하고, 인간도 구했지만 사람들은 강아지를 구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시큐어에게 요구했다. 


 시큐어가 버린 일은 정당하지 않지만, 인감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중요한 사실! 과거에 비해 이 한 줄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은 생태감수성이 좀 더 생겼기 때문인 걸까? 덕분에 고민할 것이 많아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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