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프 ㅣ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묘하게 불편한 말이 있었다. 띠지에 새겨진 한 줄이었다.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순서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모두 그다음이라고!"
과거였다면 당연하다고 느꼈을 이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찝찝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럴까? 정말 인간의 생명이 최우선 순위일까? 그건 누가 정한 걸까?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이게 이 책 안에 담긴 메시지라면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을 덮기 전에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렇기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거나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여러 백신들을 개발하는 데 동물에게 투약을 하는 임상실험도 있었다.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에 먼저 실험 쥐나 동물들을 통해 효능이나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AI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만 해도 나는 챗 GPT로 업무의 부족 부분을 채웠고, 키오스크로 점심을 주문하고 결재했으며, 오늘 온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과 함께 남편이 담아둔 신발장을 결재했다. 그 모든 것이 AI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공두뇌 시큐어를 개발한 과학자 조이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자신에게 남은 날 수가 7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 조이 박사는 남편이자 동료인 강해솔과 아들 마루, 딸 리아를 남겨둔 채 종적을 감춘다. 아내 조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황에 해솔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실험실에서 무참히 부서진 인공두뇌 시큐어를 발견한 해솔은 시큐어를 다시 원상 복귀 시킨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시큐어는 조이가 살아있다는 결과를 내고, 그날 이후로 해솔은 시큐어를 신뢰한다. 시큐어는 얼마 후 심각한 감염질환이 퍼질 거라는 의견을 내고, 시큐어의 판단에 해솔은 마스크를 개발한다. 함께 연구하는 가온은 많은 돈이 드는 해솔의 연구를 반대하지만, 얼마 후 시큐어의 판단대로 감염질환이 창궐한다. 개발을 해둔 마스크를 실용화하여 감염질환이 점차 줄어가지만 이번에는 눈을 통해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하지만 가온이 만든 고글은 시큐어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다시금 고글을 개발하지만, 검증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완벽한 검증을 하지 못한 채 고글이 상용화된다. 다행히 고글의 효과 덕분에 평화가 오나 싶었지만, 더 심각한 질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조이 박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새로운 질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생전 조이 박사가 앓았던 질병과 유사함을 깨달은 시큐어는 이에 대한 백신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변이와 함께 해당 질병으로 사망률이 치솟고, 결국 가온은 변환 주사를 사람들에게 놓기로 독단적으로 결정을 한다. 그렇게 호모 사피엔스에서 변환 주사를 맞고 피부가 고무로 변하는 호모 프로프리우스 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칩거에 들어간 해솔을 대신해 질병대책 위원회를 맡은 가온은 점점 더 시큐어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시큐어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뇌에 시큐어를 심고 마는데...
AI가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면서 인류는 AI에 의해 인류가 지배를 받는 상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조이 박사가 시큐어를 파괴한 이유도 같았다. 농담처럼 뱉어낸 시큐어의 말을 듣고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편, 위에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문장 역시 조이 박사가 강아지를 구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했던 시큐어를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이 말은 들은 시큐어는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처음 시큐어가 강아지를 구했을 때, 사람들은 시큐어를 칭찬하기 바빴다. 시큐어는 바뀌지 않고 여전히 강아지를 구하고, 인간도 구했지만 사람들은 강아지를 구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시큐어에게 요구했다.
시큐어가 버린 일은 정당하지 않지만, 인감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중요한 사실! 과거에 비해 이 한 줄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은 생태감수성이 좀 더 생겼기 때문인 걸까? 덕분에 고민할 것이 많아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