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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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죽음을 주제로 요양보호사와 인터뷰를 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체험판처럼 이 책을 만났다.  재봉틀과 금붕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 지 궁금했는데, 많이 아픈 뜻이었다.


 주인공은 야스다 가케이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다. 가족 방문일을 제외하고는 요양보호사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케이를 돌본다. 밋짱이라고 부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병원을 방문한 날. 자신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니...! 


 밋짱의 도움으로 먼저 배꼽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포즈를 해야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일어났는데, 걷는 것도 어기적 어기적. 기저귀를 차고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에 스스로 속이 상할 정도다. 왜 이렇게 문이 먼 걸까? 


 검진 결과 특별히 나빠진 것은 없음에도 약이 바뀌었다. 무슨 성분인지 궁금했지만, 가케이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안 들리는 건 노인들이나 활용 가능한 건데, 괘씸하기만 하다. 가케이를 대신해 밋짱이 대신 약에 대해 묻는다. 의사는 가케이에게 탄산 리튬 성분의 항조제를 처방했다. 몇 달 전 이 성분이 든 약을 먹고 큰일이 날 뻔했기 때문에 밋짱은 의사에게 이 약을 빼달라고 말한다. 상황 설명을 했음에도, 의사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지금 이야기 한 모든 것을 적어두겠다고 반 협박을 한다.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한 이유는 너무 업되어 시끄럽게 떠드는 가케이를 좀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대응하는 밋짱! 이 책에서 가장 사이다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밋짱은 가케이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치매를 앓는 가케이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려본다. 술에 취해 폭력을 내뱉는 아버지, 가케이를 낳고 사망한 어머니, 파친코 가게를 하다 자살한 오빠 긴짱. 윤락가 출신이자 가케이에게 폭력만 휘둘렀던  새엄마.  아픈 기억들만 떠오른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핏덩이 가케이를 돌보지 않고 긴짱에게 맡기다 보니 긴짱은 집에서 키우는 개 다이짱의 젖을 먹고 자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옆집 할머니로부터 재봉을 배운 가케이는 그날부터 부지런히 일을 찾아 한다. 레이스 달린 여성 속옷을 잘 만들어 견본품이 될 정도로 칭찬을 받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나쁜 사장이 다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오빠의 파친코 가게에서 빚을 진 남자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 그에게는 이미 미노루라는 아들이 있었다. 미노루의 생모는 미노루를 버리고 집을 떠났고, 관공서에서 일하던 미노루의 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큰 빚을 지게 된다. 당시 파친코 가게를 운영하던 긴짱은 기계를 만져 손님들을 속이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한 결혼에서 가케이는 아들 겐이치로를 낳는다. 어느 날, 미노루만 남기고 남편이 사라진다. 졸지에 미노루와 겐이치로를 키워야 할 상황이 된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한 가케이. 가케이가 임신을 하자, 긴짱은 아이를 지우라고 닦달을 하지만 가케이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화장실에서 진통을 하며 딸을 낳은 가케이. 오빠인 긴짱은 아이에게 미치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말 아이를 살뜰히 돌봐준다. 미치코에게 제대로 된 삼촌이 되고 싶었던(실은 아빠처럼 미치코를 돌봤다.) 긴짱은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산다. 자신의 몸에 있던 문신까지 지우고 말이다. 긴짱의 아내였던 히로세 역시 미치코를 돌본다. 하지만 그런 미치코는 오래지 않아 사망하게 되고, 미치코의 사망은 가족 전체에게 끔찍한 기억을 선물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를 하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년 전에 죽은 아들 겐이치로에 대해 늘 묻는 가케이는 그럼에도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쉽게 놓이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인 재봉틀과 금붕어는 가케이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해하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역자의 말처럼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불행하고 아팠던, 특히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가케이의 삶은 단편적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불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떠올린다.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말이다. 


 아픈 몸과 마음에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것은 노인인 지금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가케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상처를 보듬아 주고 용서하는 모습들이 꽤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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