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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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컸다. 내가 처음 마주한 죽음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하신 외숙모가 돌아가셨고, 당시는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병풍을 치고 병풍 뒤에 비닐을 깔고 외숙모 시신을 안치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게, 큰 이모가 울면서 올케 얼굴을 보자고 병풍을 걷었을 때 눈을 뜨고 돌아가신 시신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이모는 울면서 우리 올케가 눈도 못 감고 갔다며 눈을 감겨드렸다. 당시는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모두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은 슬픈 거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다. 또한 언니들이 엄마를 부르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외숙모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트라우마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죽음은 무섭고 두렵다. 성인이 되어 가게 되는 장례식장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언제부터 였는지, 죽음에 관한 책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인다. 웰다잉에 대한 생각들이 자리 잡으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나 역시 죽음에 관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기 시작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사후 세계에 대한 나 나름에 생각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온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기에 여전히 죽음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보인다. 한편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죽음이기에 나에게 언젠가 올 죽음을 조금 더 잘 준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책 안에는 죽음과 관련된 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그래도 그동안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접해서 그런지, 책 속에 인터뷰어 5명 중 3명은 구면이다. 요즘은 재가복지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 그만큼 노인의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책에는 번역가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은주 님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어머니와 조카 손주의 양육까지 하고 있는 그녀는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돌보는 할아버지는 제우스로, 할머니는 뮤즈로 칭하는 그녀에게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뮤즈와 제우스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도 뮤즈와 제우스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기에 지금의 일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또 기억에 나는 내용 중에는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어머니는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라는 말이다. 독박 돌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고 죄책감을 가지는 자녀들에게 이은주 님은 절대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시간 돌봄은 결코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 안에는 종교인인 홍성남 신부님과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솔직히... 종교적인 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들이나 인터뷰가 좀 있어 보였다. 물론 이 말은 타 종교나 무종교를 가진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죽고 부활했을 때 나를 반겨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의 질문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조금 다른 표현이지만, 나 역시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죽는다면 몇이나 슬퍼하고 내 장례식에 올까?를 한참 고민하면서 우울해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위해 슬퍼할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 주변에 선을 끼치며 살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말이 될 것이다. 


 만약 나를 반겨줄 사람이 적다면, 나는 어떻게 주변에 처신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래도 내가 잘 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돈이 많다고,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죽음이 비껴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가지기에 생이 더 빛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삶을 조금 더 윤기나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마지막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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