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파랑 2 - 마지막 소원을 찾아서,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 2탄 마시멜로 픽션
차율이 지음, 샤토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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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파랑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첫 편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내심 2권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역시나 반가웠다. 파란색 바다가 가득한 첫 편과 달리 두 번째 편은 몽환적인 보라색과 자주색이 강렬하다. 소제목인 "마지막 소원을 찾아서"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음을 나눈 소울메이트를 찾는 초등학생 도미지. 유복자인 미지는 엄마와 살고 있는데, 엄마는 의건씨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절친이 본인이 좋아했던 남자아이와 사귀게 되고 엄마의 재혼까지 심란했던 미지는 바다로 다이버 장비를 들고나가고,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파랑 구슬을 만지면서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거기서 만나게 된 파랑 해적단의 대장 해미와 소울메이트가 된 미지. 하지만 조선에서의 시간과 현대의 시간은 큰 차이가 있다. 학교 때문에 다시 현대로 돌아와야 하는 미지는 해미와 못 만나는 시간이 불안하기만 하다. 설상가상, 신지께 해적단의 차기 대장이 될 다금이의 등장은 미지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자신과 도플갱어 수준으로 꼭 닮은 다금이는 자꾸 해미 주변을 맴돌며 미지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하는 다금이와 미지 때문에 해미 역시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해적단의 일원이었지만 인간이 된 모시와 해적단의 요리사 지락이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해미의 아버지이지 마을 촌장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대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마음 놓고 슬퍼하지 못하는 해미를 위해 미지는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해미에게 아버지와 이별할 시간을 준다.

며칠 후 결혼식 날. 혼례식에 쓸 암탉과 수탉을 구하는 일을 맡은 미지와 다금이. 닭은 무서워하는 다금이는 닭을 엉성하게 묶게 되고 결국 결혼식 중반에 닭이 나르는 통에 결혼식장은 난장판이 된다. 하지만 다금이는 그 모든 일을 미지에게 덮어씌운다. 결국 해미는 크게 화를 내고, 속이 상한 미지는 짐을 챙겨 현대로 떠나게 된다. 속상함에 하루 종일 잠을 청하는 미지. 결국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바다로 향하지만 이상하게 파랑의 빛이 약해진다. 아무리 시간 여행을 떠나려고 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해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불안하기만 한 미지 앞에 파랑 해적 단원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소제목인 "마지막 소원을 찾아서"와 다금, 미지, 해미는 큰 관련이 있다. 판타지지만 우리의 정서와 역사적 이야기(임진왜란)가 어우러져 있어서 왠지 모르게 신선하고 특별하다. 복사 수준으로 닮은 미지와 다금이 사이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역사의 순간에서 역사를 바꾸지 않으면서 해미를 구해내는 미지와 해적단들의 이야기도 놀랍다. 과연 파랑에 빈 마지막 소원 2개는 누구의 소원일까? 그리고 그 소원은 책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져갈까?

'과거를 기억하되, 과거의 세상에 얽매이지 말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세요'

교인의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번에도 열린 결말로 끝났으니, 3편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현대로 온 파랑 해적단의 활약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또한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어디에 있건 변함이 없다는 큰 사실을 깨닫게 된 미지와 해미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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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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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 사실 다산 정약용을 생각하면 조선의 솔로몬이라는 생각과 함께, 시대를 잘못 타고난 희대의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가 아닌 현재에 태어났다면 자신의 재능을 더 많이 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로 알려졌지만 전 작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지 못해서 마냥 아쉬웠는데,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통해 정약용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책 띠지에 한 줄이 사실 상당히 인상 깊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어렸을 때 배웠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평생을 배워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다 배웠다니... 그럼 앞으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가득했다. 물론 다산이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기본"을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 십수 년의 교육의 자리에서 상당수의 지식을 습득한다. 그중 가장 기초가 되는 공중도덕과 예의, 매너 등의 기본 습관은 아주 어렸을 때 이미 체득한다. 하지만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아는 만큼 실천하자."라는 한 줄은 막상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 아닐까?

사실 이 책에 각 주제의 첫 줄은 주례. 예기. 곡례 등에서 나왔다. 그래서 처음 한자어를 접했을 때는 도통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로 아래 줄에 한글로 풀어서 뜻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구체적으로 그 주제가 무슨 의미인 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중 상당수는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고, 익숙하게 아는 이야기들이다. 옛 조상들처럼 사서삼경이나 어린 시절 가장 먼저 접한다는 소학과 같은 고전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왜 익숙한 것일까? 우리 역시 그런 바탕이 되는 책들을 은연중에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똑같다고 하지 않는가?

덕분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의 각 장을 읽어가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상당수 있었다. 특히 다산은 귀양 중에도 자녀들에게 주옥같은 글들을 남겼다. 비록 관직을 얻고, 소위 출세를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 학문에 전념해야 할 이유들을 설명하는 글은 단지 자녀들을 위한 글이기보다는 후세를 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찔리기도 많이 찔렸다. 사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하는 이유에는 목적이 강했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주된 이유였다. 그랬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의 과목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다. 실제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공부의 주된 목적이 사라졌기 때문이 가장 크다. 사회에 나와서도 그런 모습은 되풀이되었다.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하고, 독서를 한다고 하지만 관심사가 좁아지고, 편협해지는 것 또한 학창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아는 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가 하는 것이다. 곁에 두고 꾸준히 읽으면 좋은 책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조금씩 체화되어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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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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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분방한 가정에서 자라난 가나이 사라사는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이모집으로 들어간다. 남들이 옳지 않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이해가 안 되는 사라사. 내가 좋은 걸 몇 번 고수해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들이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망. 그리고 엄마 또한 애인과 함께 홀연히 떠난다. 사라사를 맡아줄 가까운 친척이라고 해봤자 이모가 전부다. 하지만 이모는 사라사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그래서 사라사가 하는 행동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라사는 본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서 오늘도 하루를 살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상한 남자가 늘 벤치에 앉아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을 본다. 친구들은 그 남자를 로리콘이라고 한다. 이모집에 가기 싫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모의 아들 다카히로 때문이다. 이모 부부 몰래 사라사를 성추행 했던 것이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사라사는 이상한 남자 후미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집에 가기 싫은 마음에 후미의 집에 가도 되는지를 묻는다. 그렇게 둘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대학생인 후미는 어렸을 때 부터 모든 생활이 각이 잡혀 있었다. 육아서적을 토대로 후미를 키웠던 엄마의 교육철학대로 후미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런 후미의 삶에 사라사가 들어온 후, 둘의 삶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늦잠을 자는 후미, 청소를 하는 사라사. 그렇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던 어느 날. 판다가 보고 싶었던 사라사는 생활의 익숙함 덕분에 동물원에 가게되고, 한달 넘게 뉴스에 유괴로 오르내리던 사라사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둘은 떨어지게 된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사라사는 후미로 부터 어떤 학대도 당한 적이 없고, 오히려 불면증이 없어질 정도로 편안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라사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한 것은 후미가 아니라 다카히로라는 사실도 말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사라사는 후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료라는 남자와 4년째 동거 중인 어느 날, 우연히 간 카페에서 후미를 만나게 된 사라사의 일상은 뒤바뀌기 시작하는데...

사실 조금은 예민한 부분일 수 있는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사라사도, 후미도 그들이 아닌 이상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지레짐작이 두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사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자기의 경험과 판단으로 재단하듯 바라볼 때가 있다. 그리고 마치 다 아는 듯한 말투로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유랑의 달을 읽으며 나 역시 책 속에 등장한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9살 여자아이와 19살 성인 남자가 한 달간 같이 있었다는 상황 속의 자신들의 생각을 붙여 상상하고 판단하고 난도질한다. 15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후미와 사라사.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상황을 아는 독자들이기에 그들을 응원할 수 있지만, 앞의 상황만 읽는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둘을 응원한다. 둘 사이의 행복이 계속되기를... 서로의 구원이 된 후미와 사라사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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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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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이라서 그런지 책의 제목이 유독 와닿는다.

근데 왜 가을의 "감옥"인 걸까? 나는 가을 하면 오곡백과와 추수 등의 풍성함이 떠오르는 데 말이다.

3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왜 "감옥"이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등장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단편소설들이 그렇듯이 책 속에 등장하는 한 작품의 제목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붙였다.

감옥은 흔히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진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무언가에 갇혀있는 사람들이다. 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감옥 말이다. 행동의 제약을 받기도 하고, 시간의 제약을 받기도 한다. 또한 환상 속에 갇히기도 한다.

세 작품 모두 진한 인상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등장한 "신의 집"이라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쉬워 골목길을 지나다 만난 초가집 한 채. 주인공은 신기한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향하게 되고, 노인 탈을 쓴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노인의 말이 왠지 찝찝하지만 잠깐 말벗만 돼주고 나오려다가 집에 갇혀버리게 된다. 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집을 물려받을 다음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다. 매달 일본 곳곳에 나타나는 집이기에 뭔가 기묘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기 발로 찾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고민하던 주인공은 초가집을 카페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생각대로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온다. 하지만 손님들은 기존의 주인인 노인 탈을 잘 아는 사람들이고, 막상 찾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사정들이 걸려서 집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생활에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는 어느 날, 드디어 집을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각 작품을 읽으며 그들이 처한 감옥들에 내가 들어갔다면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좋은 점을 찾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맞닿아 있기에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우리 역시 각자의 상황 속에서 자유롭게 무엇을 할 수 없는 감옥 아닌 감옥들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 감옥을 감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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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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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사진이 뭔가 의미심장하다. 달이 뜬 멋진 밤, 멋진 정원의 풍경. 그리고 등에 나비 문신을 한 여자의 뒷모습.

아마 책을 읽다 보면 이 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실히 느낄 것이다. 첫 느낌만큼이나 엄청난 사실이 담겨 있는 표지를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다시 보니, 마냥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없던 왠지 모를 느낌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BI 특별 수사팀장인 빅터 하노베리언 앞에 앉아있던 한 여자. 입을 열지 않는 그녀를 보고 수사관들은 답답해진다. 마야라는 이름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다. 빅터와 특별 수사관 브랜던 에디슨은 그렇게 마야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마야에게 정보를 얻고자 하는 둘. 생각보다 마야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 나비정원의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초반에는 마야라는 인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그녀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야, 아니 이나라 모리세이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 둘 풀려나오며 그녀의 끔찍하고 안타까웠던 과거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방치되기만 했던 과거의 이나라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담담한 그녀의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놀이공원 하면 떠오르는 회전목마와 부모에 대한 추억도 그녀에게는 슬픈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일 뿐이었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이나라를 사랑으로 보듬어 줄 사람은 없었다. 그녀 주위에는 그녀를 농락하고 자신의 추악한 욕구를 채우려는 인간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웃에 살던 신혼부부가 유일하게 그녀를 챙겨주고 웃어줬던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외할머니 집에서 자란 이나라는 역시나 끔찍한 상황 속에 살게 된다. 죽은 동물을 박제한 집에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이나라는 결국 외할머니가 사망하자 짐을 챙겨 그곳을 떠난다. 14살의 이나라는 뉴욕으로 향하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지내게 된다.

그녀가 일하던 곳에 손님으로 온 부자(父子). 이나라의 손목에 나비 문양이 그들에게 그런 빌미를 제공할 줄이야...! 이 주일 후 이나라는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게 되고 뉴욕 한복판에서 납치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름다운 나비로 만들어 간직하기 위해 정원사는 그렇게 이나라와 리요네트 등을 납치해서 나비 문신을 새긴다. 그리고 21세가 되는 날 그녀들은 갑자기 사라진다. 과연 정원사는 그녀들을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이나라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그간의 이야기는 무섭고 당혹스럽다.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도 되는 것일까? 당연히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머리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잠시만 들여다봐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멋진 유리 정원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추악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극단적 소설 속 장치기만 할 뿐일까? 아님 정원과 정원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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