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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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분방한 가정에서 자라난 가나이 사라사는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이모집으로 들어간다. 남들이 옳지 않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이해가 안 되는 사라사. 내가 좋은 걸 몇 번 고수해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들이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망. 그리고 엄마 또한 애인과 함께 홀연히 떠난다. 사라사를 맡아줄 가까운 친척이라고 해봤자 이모가 전부다. 하지만 이모는 사라사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그래서 사라사가 하는 행동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라사는 본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서 오늘도 하루를 살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상한 남자가 늘 벤치에 앉아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을 본다. 친구들은 그 남자를 로리콘이라고 한다. 이모집에 가기 싫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모의 아들 다카히로 때문이다. 이모 부부 몰래 사라사를 성추행 했던 것이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사라사는 이상한 남자 후미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집에 가기 싫은 마음에 후미의 집에 가도 되는지를 묻는다. 그렇게 둘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대학생인 후미는 어렸을 때 부터 모든 생활이 각이 잡혀 있었다. 육아서적을 토대로 후미를 키웠던 엄마의 교육철학대로 후미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런 후미의 삶에 사라사가 들어온 후, 둘의 삶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늦잠을 자는 후미, 청소를 하는 사라사. 그렇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던 어느 날. 판다가 보고 싶었던 사라사는 생활의 익숙함 덕분에 동물원에 가게되고, 한달 넘게 뉴스에 유괴로 오르내리던 사라사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둘은 떨어지게 된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사라사는 후미로 부터 어떤 학대도 당한 적이 없고, 오히려 불면증이 없어질 정도로 편안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라사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한 것은 후미가 아니라 다카히로라는 사실도 말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사라사는 후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료라는 남자와 4년째 동거 중인 어느 날, 우연히 간 카페에서 후미를 만나게 된 사라사의 일상은 뒤바뀌기 시작하는데...

사실 조금은 예민한 부분일 수 있는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사라사도, 후미도 그들이 아닌 이상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지레짐작이 두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사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자기의 경험과 판단으로 재단하듯 바라볼 때가 있다. 그리고 마치 다 아는 듯한 말투로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유랑의 달을 읽으며 나 역시 책 속에 등장한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9살 여자아이와 19살 성인 남자가 한 달간 같이 있었다는 상황 속의 자신들의 생각을 붙여 상상하고 판단하고 난도질한다. 15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후미와 사라사.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상황을 아는 독자들이기에 그들을 응원할 수 있지만, 앞의 상황만 읽는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둘을 응원한다. 둘 사이의 행복이 계속되기를... 서로의 구원이 된 후미와 사라사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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