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의 사진이 뭔가 의미심장하다. 달이 뜬 멋진 밤, 멋진 정원의 풍경. 그리고 등에 나비 문신을 한 여자의 뒷모습.

아마 책을 읽다 보면 이 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실히 느낄 것이다. 첫 느낌만큼이나 엄청난 사실이 담겨 있는 표지를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다시 보니, 마냥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없던 왠지 모를 느낌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BI 특별 수사팀장인 빅터 하노베리언 앞에 앉아있던 한 여자. 입을 열지 않는 그녀를 보고 수사관들은 답답해진다. 마야라는 이름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다. 빅터와 특별 수사관 브랜던 에디슨은 그렇게 마야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마야에게 정보를 얻고자 하는 둘. 생각보다 마야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 나비정원의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초반에는 마야라는 인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그녀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야, 아니 이나라 모리세이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 둘 풀려나오며 그녀의 끔찍하고 안타까웠던 과거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방치되기만 했던 과거의 이나라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담담한 그녀의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놀이공원 하면 떠오르는 회전목마와 부모에 대한 추억도 그녀에게는 슬픈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일 뿐이었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이나라를 사랑으로 보듬어 줄 사람은 없었다. 그녀 주위에는 그녀를 농락하고 자신의 추악한 욕구를 채우려는 인간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웃에 살던 신혼부부가 유일하게 그녀를 챙겨주고 웃어줬던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외할머니 집에서 자란 이나라는 역시나 끔찍한 상황 속에 살게 된다. 죽은 동물을 박제한 집에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이나라는 결국 외할머니가 사망하자 짐을 챙겨 그곳을 떠난다. 14살의 이나라는 뉴욕으로 향하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지내게 된다.

그녀가 일하던 곳에 손님으로 온 부자(父子). 이나라의 손목에 나비 문양이 그들에게 그런 빌미를 제공할 줄이야...! 이 주일 후 이나라는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게 되고 뉴욕 한복판에서 납치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름다운 나비로 만들어 간직하기 위해 정원사는 그렇게 이나라와 리요네트 등을 납치해서 나비 문신을 새긴다. 그리고 21세가 되는 날 그녀들은 갑자기 사라진다. 과연 정원사는 그녀들을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이나라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그간의 이야기는 무섭고 당혹스럽다.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도 되는 것일까? 당연히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머리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잠시만 들여다봐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멋진 유리 정원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추악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극단적 소설 속 장치기만 할 뿐일까? 아님 정원과 정원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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