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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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변화와 기술혁신은 인구를 증가시켰고, 달라진 거주지와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도록 인류를 자극했다.

그렇게 인류는 환경을 다루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을 더욱 키웠다.

제목을 읽으며 세계사에 관한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은 소제목을 읽으며 '세계사를 넘어선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인 오데드 갤로어의 인류의 미래를 향한 시선이 놀라웠다. 상당한 책들이 비관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다. 인류사에서는 그때부터 틀 인류의 시작으로 설명한다. 아프리카 지역에 몰려살던 인류는 조금씩 이동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지구상에 인류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년 전 인류는 급격한 기술의 진보를 이룬다. 29만 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티도 안나는 짧디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200년 전 모든 지역이 소위 먹고살게 된 것은 아니다. 왜 기술의 진보가 퍼져나갔음에도 부의 불평등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200년 전에는 비슷한 삶을 영위했다고는 하지만, 부의 불평등 문제가 없었을까?

아쉽게도 불평등의 문제는 인류의 시작과 결을 같이한다. 아니 기술의 진보와 결을 같이 한다는 표현이 더 합당할 것이다. 신석기 혁명이라고 불리는 농업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한곳에 정착하게 만들었고, 인구를 증가시켰다. 고대 문명이 발전한(비옥한 땅과 풍부한 수력을 가진) 지역을 중심으로 말이다. 결국 시작점이 다르다. 그렇게 늘어난 생산량은 또 다른 기술의 진보와 소득 증가, 의학 기술의 발달,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부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많은 생물군 중에서 가장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생물은 인간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발로 일어서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독 인류만 부를 창출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타 생물에 비해 크고 주름진 뇌와 손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뇌와 손을 이용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고 그 생각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구체적인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2부 초반에는 세계지도가 등장하는데, 누리는 지역만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부유한 나라라고 불리는 유럽과 아메리카는 기대수명도, 전기 사용 도도, 교육기간도, 인터넷 사용도 월등히 높고 유아 사망률은 현저히 낮다. 지역의 차이라고만 여기기에는 타당치 않은 게, 구체적인 예로 등장한 한국과 북한이었다. 제2차대전과 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누기 전에는 차이가 없었던 두 나라가 현재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일까? 왜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소득이 24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일까?

저자는 부의 불평등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접근한다. 시작은 지역이었고, 그렇게 늘어난 소득이 마중물이 되어 연쇄적인 부를 일으킨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 사상 등도 부의 불평등을 일으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탄나섬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선진국의 모든 체계가 부를 일으킬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불평등의 문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파멸밖에 남지 않는 것일까? 다행이라면 저자는 인류의 미래의 낙관적 시선을 보낸다. 그의 해답은 교육 그리고 생각이다. 평등에 대한 인류의 시선, 그리고 그에 대한 교육은 인류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세계사, 지리사, 경제사를 비롯한 방대한 내용만큼이나 저자의 지적 통찰력이 깊이 드러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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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해 소중해 너의 마음도 - 5-7세를 위한 첫 회복탄력성 그림책 소중해 소중해 시리즈
아다치 히로미 지음, 가와하라 미즈마루 그림, 권남희 옮김, 최성애 해설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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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왕따를 겪고 나서 부쩍 내향적이 되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고,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누군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20대가 되어서부터 현재까지 "자존감"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찾고 읽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내 낮은 자존감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치려고 하지만 여전히 내 말 중 상당수가 "**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친구(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네 말이다. 육아와 직장 생활 그리고 살림의 3마리 토끼를 다잡기에는 체력도, 머리도 안되는 하루살이 워킹맘인지라 별것 아닌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큰 아이에게 퍼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턴가 엄마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보며 나쁜 꿈을 꾸었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기분을 가라앉힌 후 물어보니, 몇 시간 전 일어난 일이 갑자기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고 했다. 또 한 번은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화를 내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당혹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그럼 화나는데 누구한테 풀어?"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를 믿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 역시 당황스러웠다. 그런 경험을 하던 터였던지라 이 책의 이야기가 아이의 기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내고, 다시금 원래의 마음으로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 속 이야기는 5-7세의 아이들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지만 눈높이를 조금만 달리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할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화의 감정들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책은 그 감정을 묵히지 말고 표현하라고 이야기한다. 분노와 같은 감정에 "울컥이", "훌쩍이"등의 이름을 붙여주고 그런 감정을 어떻게 수용하고 표출해야 할지를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한다. 소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도 다루고 있다. 가령 그림을 그리거나,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무언가를 통해 감정을 치환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 이런 방법을 사용해 봐야겠다! 싶은 것도 있었다. 문제는 여러 울컥이를 만났을 때, 이 방법이 즉각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러 번에 걸쳐 책을 읽고 또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은 내 감정만큼 타인의 감정의 중요성도 설명해 준다. 친구와 싸웠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라는 질문에 책은 "마법의 안경"을 이야기한다. 당장 내가 기분이 나빴던 이유를 설명하며 내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조금 가라앉은 마음에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의 표지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자존감 관련 책을 여럿 접했으면 아마 익숙한 단어일 듯싶다. 상처 입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다시 원래의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아이들로 하여금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려준다. 실제 대입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기에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런 감정이 들 때 이런 방법으로 우리의 울컥이를 작게 만들어보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아이 보다 우선은 내게 더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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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마흔 수업 -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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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김미경 강사의 신작. 10여 년 전 30대에 들어서며 그녀가 쓴 두 권의 책 "언니의 독설"을 접했다. 독설이라는 제목이 솔직히 부담스러웠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십여 권의 "서른"이 들어가는 책을 읽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혼도 많이 나고, 독설이라는 말답게 욕(?)도 먹긴 했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 같은(여전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욕쟁이 할머니 욕 먹으러 간다는 게... ㅎ)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 이후 그녀의 책은 꼭 챙겨 읽게 되었다. 강의도 강의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해내는 그녀의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주는 압박을 나 역시 가지고 있다. 누가 이야기해 주지 않았고 서른에도 느꼈지만, 마흔에는 정말 많은 것이 준비되고 갖추어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20대 초반 대학 재학 시절 만들었던 인생설계도에 분명 서른에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몇 있는 공직생활을 하는 워킹맘이고, 40대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삶의 여유와 함께 자기 계발도 게으르지 않은 성공한 여성이 돼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처음 그녀의 책을 마주한 30대 때 아직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보고, 공시도 접고 정말 작디작은 회사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흔 수업을 읽는 지금은 어떨까? 삶의 여유는커녕, 매일 하루를 버티는 하루살이 같은 워킹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마흔이 반갑지 않았다. 아직 갖추고 있는 게 없는데 무슨 마흔이란 말인가?

다행이라면, 그녀의 책에는 그런 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너무 적절한 표현과 안내가 담겨있었다. 우선 마흔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재정립하라고 이야기한다. 기대수명이 80에 못 미쳤을 때와 40대와, 100세 시대를 앞둔 현재의 40대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의 설명을 끌어와 다시 인생을 24시간 시계에 비유했을 때, 40대는 아직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40대는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씩 성취해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하며, 무언가를 거두는 때가 아니라 퍼스트 라이프(20~40대)를 보내며 준비해서 만들어낸 꿈들을 위해 뛰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벌써 좌절은 금물이다. 이제 삶의 궤도를 정하고 그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시기에, 무엇을 거두고,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인가?

그동안의 우리 삶의 주기로 보자면, 50대에 퇴직을 준비하고, 60대의 내려놓는 삶을 산다고 한다. 근데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살면서 과연 50대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게 과연 맞을까? 남은 50년은 무엇을 하고 보내야 하는 걸까? 저자는 40대를 이미 거치고, 50대를 마무리하면서 40대 때의 노력의 성과를 이제서야 맛볼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40대에 무언가를 거두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앞으로 이루어갈 삶을 기대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기를 조언한다.

한편으로는 꿈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40대를 위해 냉철한 조언을 한다. 40대에 기반을 마련하여 50대에 거두어야 앞으로의 노년의 시기를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우선은 늦다 생각하지 말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준비하라고 말한다. 다양하고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다면, 목걸이를 꿸 때 좀 더 내가 원하는 목걸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다양한 경험과 꿈을 가져보자.

아직 늦지 않은 40대. 오전 9시 37분이라는 40대. 나는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물론 여전히 매일의 삶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꿈을 생각해 봐야겠다. 근사한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롭게 시작하고자 늘 마음에만 품고 있었던 캘리그래피를 배워보고 싶다. 언젠가 필요한 구슬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말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40대 친구들아!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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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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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겠다고 너를 힘들게 하지 마.

너를 지켜 줄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너야.

네가 힘든 건 힘들다고 하고 화가 나는 건 화가 난다고 말해. 그래도 돼.

모든 걸 널 위주로 생각해. 이기적으로 되라는 말이 아냐.

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넌 뭘 하고 싶은지 항상 너한테 묻고 널 위주로 행동해.

넌 당당한 한 사람이야. 한 존재라고."

이 책을 접하기 얼마 전에 정해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너여야만 해"를 읽었다. 그래서일까?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 궁금했다. 이번에는 어떤 생각 할 여지를 담고 있을까 싶어서였다. 장편소설이라지만 두껍지 않다. SF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동양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는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연예인 학폭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후보자가 낙마했고, 학폭을 당한 여주인공이 복수하는 드라마가 한참 이슈가 되고 있어서일까? 주인공이자 여고생인 이은아의 상황이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낯을 많이 가리는 은아는 매일 아침이 고문이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나오자마자 유튜버인 언니 은진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사실 은아는 친구가 없다.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 지내게 되었다. 반면, 언니인 은진은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7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다. 언제부턴가 언니가 집 수입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대에 다니는 은진은 성적도 좋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님도 은아보다는 은진에게 관심을 쏟고, 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은아는 마음껏 투정도, 짜증도, 화도 내지 못한다.

은아의 반에 교생선생님이 찾아온다. 근데, 은아와 이름이 같다. 이은아. 너무 예쁘고 근사한 그녀는 자꾸 은아에게 관심을 갖는다. 식당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은아를 찾아오는 선생님. 근데, 은아가 감자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은아가 좋아하는 신상 음료수도, 교생과 마주치기 싫어서 옥상에 혼자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는 걸 알고 은아가 좋아하는 초밥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귀가하는 은아를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교생 은아를 만난 후, 학생 은아는 수진 무리의 괴롭힘을 당한다. 학생 은아에게는 친절하지만, 수진에게는 냉랭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수진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부모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얼른 집으로 들어가려는 은아를 막하서는 교생 은아. 그녀의 손에는 교복이 들려있었다. 아무리 선생이라 하지만, 은아의 집 주소도, 은아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까지 어떻게 알고 있을 수 있을까?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결국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교생 은아. 교생 은아를 만난 뒤, 학생 은아는 조금씩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교생 은아는 조만간 은아에게 친구가 생길 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교생실습이 끝난 다음 날, 채신화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리고 둘은 절친이 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얼마 가지 못하는데...

첫 장면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책의 말미의 그 궁금증이 풀린다. 그리고 당연히 은아라고 생각했던 교생의 정체는 생각지 못한 반전이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소원을 정말 요긴한 순간에 사용했던 은진. 그리고 그 소원 덕분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나를 믿어 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따뜻한 책. 소설처럼 이어진 이 이야기가 세상에 혼자 웅크리고 있는 단 한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은아에게 온, 은아를 믿어 준 그 단 한 사람처럼 말이다.

"괜찮아. 너의 한 사람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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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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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간수가 떠난 뒤에 나는 철제 반합에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철제 반합에 비친 얼굴을 향해 아무리 웃어보아도 그 얼굴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얼굴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웃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이름 없는 시간,

저녁의 소리가 감옥 층계 여기저기서 침묵의 행렬을 뚫고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20대에 만난 이방인과 30대에 만난 이방인, 그리고 40이 되어 만난 이방인은 결이 달랐다. 20대의 이방인은, 우울하면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고, 30대의 이방인은 뫼르소의 사형 판결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40대의 이방인은 그동안 느꼈던 느낌과 많이 달랐다. 나도 세상을 더 살아서 그런 걸까?

직장 생활을 하는 뫼르소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우왕좌왕의 감정은 아니었다. 일어날 일이 있어났다, 마치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대표에게 이틀의 휴가를 쓰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검은 정장을 입고 길을 나선다. 양로원 원장과 잠깐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보다 덤덤하게 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안치된 영안실로 안내를 받는다. 어머니를 보겠냐는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하고, 그날 밤을 그곳에서 보낸다. 엄마는 알지만, 뫼르소는 모르는 노인들과 말이다. 담배를 권하는 문지기 말을 지나치기 그래서 담배를 피운다. 구슬피 우는 노인들의 울음을 들으며 밤이 저문다. 엄마의 장례식 날 아침. 밀크커피를 권하는 문지기의 권유를 받아들여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더운 여름 해가 따갑다. 장례식에는 원장과 당직 간호사 그리고 엄마의 연인이었던 토마 페레 영감이 참석한다. 페레 영감은 온통 눈물투성이다. 반면, 뫼르소는 덤덤하다.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마나게 된 전 직장동료 마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밤을 보낸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살라미노 영감은 피부병이 든 노견을 데리고 다닌다. 물론 개에게 늘 욕을 해댄다. 얼굴만 아는 사이기에 굳이 말을 섞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은 동네에 소문이 좋게 나지 않았다. 여자를 등쳐먹고 산다는 소문이다. 우연히 그 남자 레몽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된 뫼르소는 레몽의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되고, 레몽을 대신해 편지를 대필해 준다. 그렇게 안면을 튼 레몽의 집에서 큰 소리가 난다. 레몽이 여자친구를 때리고 그 일로 경찰이 출동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랍인 오빠 무리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경찰에 가서 레몽과 여자친구 일에 대해 진술을 해준 일로 레몽과 친해진 뫼르소는 레몽의 친구인 살라마노로 부터 바닷가 별장으로 초대를 받게 된다. 여자친구인 마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선 뫼르소와 레몽은 그들을 지켜보는 아랍인을 발견하지만 지나친다. 더운 여름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던 중, 아랍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칼을 들고 있는 아랍인에게 레몽이 상해를 입게 된다. 레몽이 맡긴 권총을 가지고 있던 뫼르소는 태양을 피해 한적한 그늘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레몽에게 상해를 가한 아랍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공격을 해오면 권총으로 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칼에 반사된 빛이 뫼르소의 눈을 찌르고 뫼르소는 총을 발사하게 되는데...

"저는 이 사람이 범죄자의 가슴으로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유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뫼르소는 분명 사람을 죽였다. 그 일로 그는 구속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해이던, 더운 날씨로 인한 짜증이던, 아랍인을 죽였다는 사실만이 죄가 될 뿐이다. 과연 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요양원에서 지내게 한 것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목 놓아 울지 않은 게, 어머니 장례식 다음 날 여자를 만나 코믹 영화를 보고 밤을 같이 보낸 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뫼르소의 사형 판결에는 살인죄 외에 다른 조항이 많이 붙어있다. 만약 이방인이 1942년 프랑스가 아닌, 2023년 한국에서 발표되었어도 과연 뫼르소에게 주어진 판결이 이해가 되었을까? 사회적 분위기와 그에 따른 행동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해제를 통해 만난 1942년의 프랑스의 분위기에서는 뫼르소의 판결이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글쎄다. 가족의 사망에 슬퍼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또 다른 죄의 전가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모두의 형편이 다르니, 감정의 표현도, 말이 많지도 않은 뫼르소라면 그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있겠다. 물론 뫼르소의 행동이 사이코패스나 공감각이 결여된 사람의 행동과는 다르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그저 내 눈에는 뫼르소가 감정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시크한 사람 정도로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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