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김미경 강사의 신작. 10여 년 전 30대에 들어서며 그녀가 쓴 두 권의 책 "언니의 독설"을 접했다. 독설이라는 제목이 솔직히 부담스러웠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십여 권의 "서른"이 들어가는 책을 읽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혼도 많이 나고, 독설이라는 말답게 욕(?)도 먹긴 했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 같은(여전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욕쟁이 할머니 욕 먹으러 간다는 게... ㅎ)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 이후 그녀의 책은 꼭 챙겨 읽게 되었다. 강의도 강의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해내는 그녀의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주는 압박을 나 역시 가지고 있다. 누가 이야기해 주지 않았고 서른에도 느꼈지만, 마흔에는 정말 많은 것이 준비되고 갖추어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20대 초반 대학 재학 시절 만들었던 인생설계도에 분명 서른에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몇 있는 공직생활을 하는 워킹맘이고, 40대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삶의 여유와 함께 자기 계발도 게으르지 않은 성공한 여성이 돼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처음 그녀의 책을 마주한 30대 때 아직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보고, 공시도 접고 정말 작디작은 회사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흔 수업을 읽는 지금은 어떨까? 삶의 여유는커녕, 매일 하루를 버티는 하루살이 같은 워킹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마흔이 반갑지 않았다. 아직 갖추고 있는 게 없는데 무슨 마흔이란 말인가?
다행이라면, 그녀의 책에는 그런 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너무 적절한 표현과 안내가 담겨있었다. 우선 마흔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재정립하라고 이야기한다. 기대수명이 80에 못 미쳤을 때와 40대와, 100세 시대를 앞둔 현재의 40대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의 설명을 끌어와 다시 인생을 24시간 시계에 비유했을 때, 40대는 아직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40대는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씩 성취해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하며, 무언가를 거두는 때가 아니라 퍼스트 라이프(20~40대)를 보내며 준비해서 만들어낸 꿈들을 위해 뛰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벌써 좌절은 금물이다. 이제 삶의 궤도를 정하고 그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시기에, 무엇을 거두고,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인가?
그동안의 우리 삶의 주기로 보자면, 50대에 퇴직을 준비하고, 60대의 내려놓는 삶을 산다고 한다. 근데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살면서 과연 50대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게 과연 맞을까? 남은 50년은 무엇을 하고 보내야 하는 걸까? 저자는 40대를 이미 거치고, 50대를 마무리하면서 40대 때의 노력의 성과를 이제서야 맛볼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40대에 무언가를 거두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앞으로 이루어갈 삶을 기대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기를 조언한다.
한편으로는 꿈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40대를 위해 냉철한 조언을 한다. 40대에 기반을 마련하여 50대에 거두어야 앞으로의 노년의 시기를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우선은 늦다 생각하지 말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준비하라고 말한다. 다양하고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다면, 목걸이를 꿸 때 좀 더 내가 원하는 목걸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다양한 경험과 꿈을 가져보자.
아직 늦지 않은 40대. 오전 9시 37분이라는 40대. 나는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물론 여전히 매일의 삶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꿈을 생각해 봐야겠다. 근사한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롭게 시작하고자 늘 마음에만 품고 있었던 캘리그래피를 배워보고 싶다. 언젠가 필요한 구슬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말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40대 친구들아! 우리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