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 텔레포터
정해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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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겠다고 너를 힘들게 하지 마.

너를 지켜 줄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너야.

네가 힘든 건 힘들다고 하고 화가 나는 건 화가 난다고 말해. 그래도 돼.

모든 걸 널 위주로 생각해. 이기적으로 되라는 말이 아냐.

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넌 뭘 하고 싶은지 항상 너한테 묻고 널 위주로 행동해.

넌 당당한 한 사람이야. 한 존재라고."

이 책을 접하기 얼마 전에 정해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너여야만 해"를 읽었다. 그래서일까?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 궁금했다. 이번에는 어떤 생각 할 여지를 담고 있을까 싶어서였다. 장편소설이라지만 두껍지 않다. SF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동양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는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연예인 학폭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후보자가 낙마했고, 학폭을 당한 여주인공이 복수하는 드라마가 한참 이슈가 되고 있어서일까? 주인공이자 여고생인 이은아의 상황이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낯을 많이 가리는 은아는 매일 아침이 고문이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나오자마자 유튜버인 언니 은진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사실 은아는 친구가 없다.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 지내게 되었다. 반면, 언니인 은진은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7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다. 언제부턴가 언니가 집 수입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대에 다니는 은진은 성적도 좋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님도 은아보다는 은진에게 관심을 쏟고, 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은아는 마음껏 투정도, 짜증도, 화도 내지 못한다.

은아의 반에 교생선생님이 찾아온다. 근데, 은아와 이름이 같다. 이은아. 너무 예쁘고 근사한 그녀는 자꾸 은아에게 관심을 갖는다. 식당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은아를 찾아오는 선생님. 근데, 은아가 감자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은아가 좋아하는 신상 음료수도, 교생과 마주치기 싫어서 옥상에 혼자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는 걸 알고 은아가 좋아하는 초밥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귀가하는 은아를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교생 은아를 만난 후, 학생 은아는 수진 무리의 괴롭힘을 당한다. 학생 은아에게는 친절하지만, 수진에게는 냉랭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수진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부모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얼른 집으로 들어가려는 은아를 막하서는 교생 은아. 그녀의 손에는 교복이 들려있었다. 아무리 선생이라 하지만, 은아의 집 주소도, 은아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까지 어떻게 알고 있을 수 있을까?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결국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교생 은아. 교생 은아를 만난 뒤, 학생 은아는 조금씩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교생 은아는 조만간 은아에게 친구가 생길 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교생실습이 끝난 다음 날, 채신화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리고 둘은 절친이 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얼마 가지 못하는데...

첫 장면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책의 말미의 그 궁금증이 풀린다. 그리고 당연히 은아라고 생각했던 교생의 정체는 생각지 못한 반전이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소원을 정말 요긴한 순간에 사용했던 은진. 그리고 그 소원 덕분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나를 믿어 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따뜻한 책. 소설처럼 이어진 이 이야기가 세상에 혼자 웅크리고 있는 단 한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은아에게 온, 은아를 믿어 준 그 단 한 사람처럼 말이다.

"괜찮아. 너의 한 사람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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