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간수가 떠난 뒤에 나는 철제 반합에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철제 반합에 비친 얼굴을 향해 아무리 웃어보아도 그 얼굴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얼굴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웃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이름 없는 시간,
저녁의 소리가 감옥 층계 여기저기서 침묵의 행렬을 뚫고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20대에 만난 이방인과 30대에 만난 이방인, 그리고 40이 되어 만난 이방인은 결이 달랐다. 20대의 이방인은, 우울하면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고, 30대의 이방인은 뫼르소의 사형 판결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40대의 이방인은 그동안 느꼈던 느낌과 많이 달랐다. 나도 세상을 더 살아서 그런 걸까?
직장 생활을 하는 뫼르소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우왕좌왕의 감정은 아니었다. 일어날 일이 있어났다, 마치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대표에게 이틀의 휴가를 쓰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검은 정장을 입고 길을 나선다. 양로원 원장과 잠깐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보다 덤덤하게 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안치된 영안실로 안내를 받는다. 어머니를 보겠냐는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하고, 그날 밤을 그곳에서 보낸다. 엄마는 알지만, 뫼르소는 모르는 노인들과 말이다. 담배를 권하는 문지기 말을 지나치기 그래서 담배를 피운다. 구슬피 우는 노인들의 울음을 들으며 밤이 저문다. 엄마의 장례식 날 아침. 밀크커피를 권하는 문지기의 권유를 받아들여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더운 여름 해가 따갑다. 장례식에는 원장과 당직 간호사 그리고 엄마의 연인이었던 토마 페레 영감이 참석한다. 페레 영감은 온통 눈물투성이다. 반면, 뫼르소는 덤덤하다.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마나게 된 전 직장동료 마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밤을 보낸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살라미노 영감은 피부병이 든 노견을 데리고 다닌다. 물론 개에게 늘 욕을 해댄다. 얼굴만 아는 사이기에 굳이 말을 섞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은 동네에 소문이 좋게 나지 않았다. 여자를 등쳐먹고 산다는 소문이다. 우연히 그 남자 레몽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된 뫼르소는 레몽의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되고, 레몽을 대신해 편지를 대필해 준다. 그렇게 안면을 튼 레몽의 집에서 큰 소리가 난다. 레몽이 여자친구를 때리고 그 일로 경찰이 출동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랍인 오빠 무리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경찰에 가서 레몽과 여자친구 일에 대해 진술을 해준 일로 레몽과 친해진 뫼르소는 레몽의 친구인 살라마노로 부터 바닷가 별장으로 초대를 받게 된다. 여자친구인 마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선 뫼르소와 레몽은 그들을 지켜보는 아랍인을 발견하지만 지나친다. 더운 여름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던 중, 아랍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칼을 들고 있는 아랍인에게 레몽이 상해를 입게 된다. 레몽이 맡긴 권총을 가지고 있던 뫼르소는 태양을 피해 한적한 그늘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레몽에게 상해를 가한 아랍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공격을 해오면 권총으로 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칼에 반사된 빛이 뫼르소의 눈을 찌르고 뫼르소는 총을 발사하게 되는데...
"저는 이 사람이 범죄자의 가슴으로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유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