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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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변화와 기술혁신은 인구를 증가시켰고, 달라진 거주지와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도록 인류를 자극했다.

그렇게 인류는 환경을 다루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을 더욱 키웠다.

제목을 읽으며 세계사에 관한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은 소제목을 읽으며 '세계사를 넘어선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인 오데드 갤로어의 인류의 미래를 향한 시선이 놀라웠다. 상당한 책들이 비관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다. 인류사에서는 그때부터 틀 인류의 시작으로 설명한다. 아프리카 지역에 몰려살던 인류는 조금씩 이동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지구상에 인류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년 전 인류는 급격한 기술의 진보를 이룬다. 29만 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티도 안나는 짧디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200년 전 모든 지역이 소위 먹고살게 된 것은 아니다. 왜 기술의 진보가 퍼져나갔음에도 부의 불평등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200년 전에는 비슷한 삶을 영위했다고는 하지만, 부의 불평등 문제가 없었을까?

아쉽게도 불평등의 문제는 인류의 시작과 결을 같이한다. 아니 기술의 진보와 결을 같이 한다는 표현이 더 합당할 것이다. 신석기 혁명이라고 불리는 농업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한곳에 정착하게 만들었고, 인구를 증가시켰다. 고대 문명이 발전한(비옥한 땅과 풍부한 수력을 가진) 지역을 중심으로 말이다. 결국 시작점이 다르다. 그렇게 늘어난 생산량은 또 다른 기술의 진보와 소득 증가, 의학 기술의 발달,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부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많은 생물군 중에서 가장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생물은 인간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발로 일어서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독 인류만 부를 창출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타 생물에 비해 크고 주름진 뇌와 손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뇌와 손을 이용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고 그 생각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구체적인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2부 초반에는 세계지도가 등장하는데, 누리는 지역만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부유한 나라라고 불리는 유럽과 아메리카는 기대수명도, 전기 사용 도도, 교육기간도, 인터넷 사용도 월등히 높고 유아 사망률은 현저히 낮다. 지역의 차이라고만 여기기에는 타당치 않은 게, 구체적인 예로 등장한 한국과 북한이었다. 제2차대전과 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누기 전에는 차이가 없었던 두 나라가 현재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일까? 왜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소득이 24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일까?

저자는 부의 불평등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접근한다. 시작은 지역이었고, 그렇게 늘어난 소득이 마중물이 되어 연쇄적인 부를 일으킨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 사상 등도 부의 불평등을 일으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탄나섬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선진국의 모든 체계가 부를 일으킬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불평등의 문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파멸밖에 남지 않는 것일까? 다행이라면 저자는 인류의 미래의 낙관적 시선을 보낸다. 그의 해답은 교육 그리고 생각이다. 평등에 대한 인류의 시선, 그리고 그에 대한 교육은 인류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세계사, 지리사, 경제사를 비롯한 방대한 내용만큼이나 저자의 지적 통찰력이 깊이 드러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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