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앤솔로지 : 이상한 나라 이야기 앨리스 앤솔로지
배명은.김청귤.이서영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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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이상할 정도로 난해하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마주한 앨리스가 이해하기 더 쉬웠다고 해야 할까? 사실 앨리스 앤솔로지인 이 책을 접하며, 원작 자체도 난해한데 과연 여기서 더 파생된 이 책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원작도 어려웠으니, 뭐... 이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의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우선 원작을 읽은 지 오래지 않았던 것 같은데(찾아보니 2019년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 주요 등장인물 모자 장수를 마주하고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앨리스와 무슨 연관이 있지? 하... 다시 찾아본 앨리스에 모자 장수가 등장한다는 사실! 그리고 나서야, 이야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총 3편의 앤솔로지 작품이 담겨있는데, 첫 번째 등장한(모자 장수가 앨리스만큼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모자 장수는 갓귀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앨리스를 원작으로 취하지만, 내용은 다 달랐다. 개인적으로 세 편의 이야기 중 두 번째 등장한 앨리스 인 원더랜드가 가장 이해가 잘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너무 과거 배경이었고, 마지막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라서 그랬을까? 세편 중 두 번째 이야기가 앨리스 이야기를 가장 그대로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혼 상태인 아이는 우연히 토끼를 따라가다 나무 구멍으로 떨어진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건네받은 조언 한마디는 "모든 건 네 선택에 달렸다"라는 말이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가장 용기 있는 아이의 이름인 앨리스를 선물 받은 아이. 그 시간부로 소녀는 앨리스가 된다. 타고난 외모가 예뻐서일까? 앨리스를 마주한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후기 여왕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단 한 사람! 모자 장수만 빼고 말이다. 시종일관 앨리스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그는 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모자를 계속 바꿔쓴다. 왕과 여왕 앞으로 인도된 앨리스. 왕은 여왕 몰래 앨리스에게 호감의 눈빛을 보낸다. 가냘플 만큼 날씬한 여왕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갖 더럽고 추한 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타지인인 앨리스가 자신의 왕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왕국을 제대로 못 지켰다는 사유로 경비병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자세히 마주한 여왕은 왕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여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왕으로부터 건네진 말이니 말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소녀의 이름은 앨리스고, 나는 그 이름을 선물받았어.

모든 건 내가 선택할 수 있어.

나는, 선택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현재의 여왕을 앨리스로 바꾸려고 하는 왕은 음모를 꾸미고, 여왕을 사치와 불륜이라는 죄목으로 처형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모든 상황의 진실이 밝혀질까?

앨리스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상한 앨리스 앤솔로지 속 작품들 역시 기묘하고, 특이하다. 다양한 접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덕분에 좀 더 새로운 앨리스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왕이면, 앤솔로지를 접하기 전에 원작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실제 소설과 앤솔로지 작품 사이의 차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원작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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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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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 방영했던 올림포스 가디언을 본 기억이 있는데, 볼 때마다 감질맛이 났다. 흥미로울 만하면 딱딱 끊어지는 그 장면 때문이었다. 책으로 만난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책의 인기가 엄청났기에, 예약을 해야 겨우 빌릴 수 있었는데다가 다음 권이 나오지 않아서 애타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기대가 되었던 것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전 이야기를 명화와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200여 점의 명화와 함께 마주한 그리스 로마신화는 방대한 양만큼이나 다채로운 명화들이 등장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고 흥미로운 표현들이 담겨있다고 할까? 물론 앞의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며, 다른 인물들을 파생시키기 때문에 (궁금함에 잠 못 들어)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역시 천하의 난봉꾼 제우스와 남편의 바람을 상대에게서 찾아 끝까지 쫓아가 복수 아닌 복수를 해대는 헤라의 이야기는 정말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 질투(이게 과연 질투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는 게 과연 맞을까?)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원인 제공자(제우스)는 아무렇지 않게 태평하게 있(물론 헤라의 눈치를 보면서 헤라가 가하는 위해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다는 사실이 분노를 자극한다.

그리스 로마신화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에코, 나르키소스, 미다스, 안드로메다, 메두사 등)을 마주할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사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내용들은 참 흥미롭지만,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름 때문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름 탓에 읽을 때마다 헷갈리기도 하는데 책의 초반에는 낯설거나 헷갈리는 인물들의 경우 이름 옆에 괄호로 그 인물이 누구와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에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가 상당수 있는데 그중 하나를 꼽자면 양성을 가졌던 인물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였다. 역시 시작은 제우스와 헤라인데, 남 여 중 누가 더 쾌락을 느낄까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던 중, 양성을 다 경험한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여기서 테이레시아스는 짝짓기 중인 뱀을 죽인 일로 여성으로 7년, 다시 남성으로 변해서 살아봤던 인물이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신들 사이의 싸움에 끼어든 사람은 누구를 선택하든, 결국 어떤 상황이라도 피해를 받기 망정인데 테이레시아스 역시 선물과 재앙 두 가지를 다 받았다.

함께 곁들여진 명화에는 명화의 제목과 함께 화가의 이름이 담겨있다. 그중 상당수가 여인인데, 여인들의 경우 나체거나 가슴을 드러내고 등장한다.(그래서 초반에는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읽다 보니 적응이 된다.)

이 책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같은 인물이지만, 어느 언어에서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가령 제우스의 경우 영어로는 주피터, 로마어로는 유피테르로 불린다. 제우스는 그리스어 이름이다.)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고, 신들의 가계도 역시 담겨 있어서 헷갈릴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신(신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간화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인지라, 사랑과 분노 등의 감정이 상당히 격한 것이 특징인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가진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신을 통해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신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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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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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아니 손에서 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세상의 모든 화폐가 사라지고 오직 "눈물"이 화폐가 된 세상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작가가 썼음에도,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영어다. 마치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늘 남을 돕고, 나는 손해를 봐도 남의 일을 먼저 도와주는 오지랖녀 엠마 화이트.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람에는 타인의 알바 대행, 타인 대신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일정만 빼곡하다. 그런 그녀는 졸업을 앞두고 교수 캐런 플러와 면담을 하게 된다. 다음 주에 눈물 관리청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엠마에게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늘어놓은 캐런은 Together라고 쓰여있는 티켓 하나를 쥐여준다. 과연 이 티켓은 무엇일까?

교육을 받으러 간 날,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특이했다. 명품 가방에 물인 퓨리를 쏟았다고 화를 내는 그레이스, 유명한 호텔의 후계자인데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고 욕을 하는 데이먼 펠튼, 그리고 7살은 되어 보이는데 할 줄 아는 말이 없어 보이는 루디와 머들까지...교육을 마치고 돌아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 중이던 어느 날, 한 통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1월 1일부로 눈물 관리청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문자였다.

그녀가 근무하게 된 곳은 제일 꼭대기 층으로, 청장인 레이먼과 이성 담당관인 이던 펠트로가 팀 동료였다. 엠마는 감정 담당관으로 측정이 어려운 눈물들의 가격을 매기는 일이었다. 근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날, 동료이자 상관인 레이먼은 엠마에게 한 가지 질문을 건넨다. 최근에 자신을 위해 울어본 날이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엠마는 이상하게 대답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얼마 후 엠마는 B동으로 파견근무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상황은 끔찍했다. 일명 악어의 눈물이라 부르는 썩은 눈물들을 처리하는 폐수처리장의 조 아저씨를 비롯하여 과거 자신과 같이 교육을 받았던 레이먼은 뒷골목에서 사람들의 기억을 빼앗는 악랄한 범죄자로, 명품을 두르고 다녔던 그레이스는 레이먼에게 기억을 빼앗긴 피해자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예상치 못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엠마와 관계를 맺게 된다.

늘 자신은 피해자라고 여기며, 자신이 벌인 파렴치한 일에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었던 데이먼은 피해자인 조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사실 데이먼 또한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뒤에 밝혀지긴 하지만,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엠마는 느낄 수 있었다. 좀 전까지 당당했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믿었던 신념에 금이 갔음을.

수치심과 좌절감, 죄의식과 죄책감이 뜨거운 온도로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되어 그를 집어삼키고 있음을.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용서받고 싶다는 생각이

몇 분 사이에 그를 완전히 장악했다.

자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언급하게 되는데, 책 속에 여러 사건이 등장하며 주인공인 엠마의 이야기와 엠마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하나 둘 펼쳐진다. 계속 곱씹게 되는 것은 레이먼이 엠마에게 한 질문이었다. 타인을 위해서는 울어주고 신경을 써주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언제 울어봤고, 언제 마음을 써줬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방법을 찾아가는 시간이 참 의미 깊었다.

'스스로 사랑할 시간이에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쩌면 외면하고 무시했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과거의 어떤 하루,

평생 나를 힘들게 했던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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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후드 -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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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질풍 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폭풍의 비유할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정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청소년기는 당연히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다분히 청소년기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와일드 후드는 청소년기가 단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와일드후드란 무슨 뜻일까? 와일드 후드란 종에 관계없이 청소년기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을 가리키며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 때 시작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기술을 익히는 시기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이 정도나 지속되는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와일드 후드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동물들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안전 확보와 사회적 지위 협상, 성적 욕구 제어, 어른으로서의 자립 등 4가지 기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이 책은 이 4가지를 중심으로 와일드 후드 시기에 필요성과 배워야 할 내용들이 앞으로의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책 속에는 네 종류의 야생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청소년들이다 남극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태어나 자란 킹 펭귄 우르술라, 탄자니아 응고롱고로산에 살던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 도미니크 공화국 근처에서 태어난 북대서양 혹등고래 솔트, 그리고 유럽 늑대인 슬라브츠가 그 주인공이다.



동물들 또한 부모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의 시간이 힘겹다는 것도, 성경이 말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친구나 이성과의 관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또한 책의 사례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나 또한 부모인지라 자녀들을 평생 보호해 주고 싶지만, 이 행동이 자녀의 삶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어느 동물에게나 와일드 후드는 꼭 필요한 시기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만 늘어놓았다면 책 속 개념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에게 적용되는 와이드 후드의 의미를 정확히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한 예시와 함께 실제적인 동물들의 생태와 삶의 변화를 통해 한결 다양하고 흥미롭게 와이드 후드를 만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청소년기 시기가 왜 필요한지를 넘어 꼭 필요한 시기라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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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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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만큼 강하지 않지만 서로 아끼고 하나 되는 인간이란 존재를 보면서 해치는 문득 희망을 떠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수라를 소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역사를 흥미롭게 스토리텔링 하여 전해주는 설민석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을 만났다. 일명 요괴어사다. 역사를 가르치기에, 소설 속에 다분히 역사적 장치들이 담겨있다. 우선 이 책의 배경은 조선 정조 때다. 익히 알다시피 정조의 아버지는 사도세자다. 책 속에서 사도세자는 죽은 이를 보는 능력을 가졌다. 문제는, 죽은 이의 원한과 애달프음을 듣고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은 오랜 시간 묻혀있다가, 혜경궁홍씨에 의해 서찰로 아들 정조에게 전해진다. 망자천도. 구천을 떠도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라는 내용이었다. 구천을 떠돈다는 것은, 죽은 이에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연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풀어주어야 그들이 마음을 놓고 저승으로 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마땅히 듣고 풀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얼마 전 정조의 행차 길에서 한 여자아이 벼리를 만났다.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는 요괴가 된 자신의 아비를 천도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도 없이 홀로 있는 아이가 불쌍해서 정조는 아이를 거둔다. 또 아이의 아비를 수소문하라는 명령도 내린다. 그 일을 건네 들은 혜경궁 홍씨는 그동안 감추어뒀던 사도세자의 서찰을 정조에게 건넨 것이었다.

벼리를 만나 아버지의 말을 건네들은 정조는 벼리에게 요괴를 찾고 천도할 특수팀을 만들기 위해 벼리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모인 요괴 어사대는 죽은 이를 보는 벼리, 말보다 빠른 발을 가진 광탈, 각종 무기를 잘 다루는 백원, 미래를 보고 금계를 칠 줄 아는 무령까지 총 4명이다. 정조가 망자천도의 대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염라는 이들을 도울 신수 해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를 다룰 방울까지 말이다. 과연 해치는 요괴 어사대와 함께 요괴들을 천도시킬 수 있을까?

4개의 사연 중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두 번째 등장한 이야기였다. 폐허가 된 절이 있는 동네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 얼마 전 4명의 성인이 뼈로 발견되었고, 절에는 큰불이 났다고 한다. 도대체 이 일은 어떤 요괴와 연관이 된 것일까?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마친 요괴 어사대들은 두 번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다. 각자 조를 짜서 흩어진 어사대는 과거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마을과 함께 먹을 것이 없었던 떠돌이들이 마을로 들어와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마을에 있던 절의 율도 스님이 그런 뼈들을 잘 묻어주었는데, 자신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는 스님이 못마땅했던 이들은 율도 스님을 살해하고, 절로 들어가 절을 폐허로 만든다. 한편, 절에 있던 스님들이 하나 둘 전쟁(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절을 떠나고, 아이들을 돌보던 율도 스님마저 나타나지 않자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희가 찾는 아이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다만 꼭 찾아야 할 것 같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날이 흘렀지만......"

사실 한 권으로 끝날 거라는 생각과 달리, 끝이 애매하게 맺어진다. 아마 다음 권이 준비되어 있을 것 같다. 해치가 이를 가는 수라라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망자천도의 대업을 이어갈 요괴 어사들의 앞으로의 활약상 역시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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