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만큼 강하지 않지만 서로 아끼고 하나 되는 인간이란 존재를 보면서 해치는 문득 희망을 떠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수라를 소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역사를 흥미롭게 스토리텔링 하여 전해주는 설민석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을 만났다. 일명 요괴어사다. 역사를 가르치기에, 소설 속에 다분히 역사적 장치들이 담겨있다. 우선 이 책의 배경은 조선 정조 때다. 익히 알다시피 정조의 아버지는 사도세자다. 책 속에서 사도세자는 죽은 이를 보는 능력을 가졌다. 문제는, 죽은 이의 원한과 애달프음을 듣고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은 오랜 시간 묻혀있다가, 혜경궁홍씨에 의해 서찰로 아들 정조에게 전해진다. 망자천도. 구천을 떠도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라는 내용이었다. 구천을 떠돈다는 것은, 죽은 이에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연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풀어주어야 그들이 마음을 놓고 저승으로 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마땅히 듣고 풀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얼마 전 정조의 행차 길에서 한 여자아이 벼리를 만났다.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는 요괴가 된 자신의 아비를 천도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도 없이 홀로 있는 아이가 불쌍해서 정조는 아이를 거둔다. 또 아이의 아비를 수소문하라는 명령도 내린다. 그 일을 건네 들은 혜경궁 홍씨는 그동안 감추어뒀던 사도세자의 서찰을 정조에게 건넨 것이었다.
벼리를 만나 아버지의 말을 건네들은 정조는 벼리에게 요괴를 찾고 천도할 특수팀을 만들기 위해 벼리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모인 요괴 어사대는 죽은 이를 보는 벼리, 말보다 빠른 발을 가진 광탈, 각종 무기를 잘 다루는 백원, 미래를 보고 금계를 칠 줄 아는 무령까지 총 4명이다. 정조가 망자천도의 대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염라는 이들을 도울 신수 해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를 다룰 방울까지 말이다. 과연 해치는 요괴 어사대와 함께 요괴들을 천도시킬 수 있을까?
4개의 사연 중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두 번째 등장한 이야기였다. 폐허가 된 절이 있는 동네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 얼마 전 4명의 성인이 뼈로 발견되었고, 절에는 큰불이 났다고 한다. 도대체 이 일은 어떤 요괴와 연관이 된 것일까?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마친 요괴 어사대들은 두 번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다. 각자 조를 짜서 흩어진 어사대는 과거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마을과 함께 먹을 것이 없었던 떠돌이들이 마을로 들어와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마을에 있던 절의 율도 스님이 그런 뼈들을 잘 묻어주었는데, 자신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는 스님이 못마땅했던 이들은 율도 스님을 살해하고, 절로 들어가 절을 폐허로 만든다. 한편, 절에 있던 스님들이 하나 둘 전쟁(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절을 떠나고, 아이들을 돌보던 율도 스님마저 나타나지 않자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희가 찾는 아이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다만 꼭 찾아야 할 것 같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날이 흘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