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다 읽는 경제 에스프레소 금융 - 29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 돈의 역사
김종승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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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필수과목으로 이수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역시 회계분야이기에 나름 금융상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다 세계사를 좋아하기에 경제사를 비롯한 관련 분야 책을 종종 읽고 있는지라, 그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알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 내가 참 무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속 이야기 전부가 생소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접하는 부분이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아주 기본적인 개념 정도만 알고 있는 부분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금융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역시 책 제목 그대로 "하룻밤에 다 읽는" 소설처럼 빠져들어서 읽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 화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은행(Bank)의 역사가 1부, 투자에 관한 각종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 2부, 위험관리하면 떠오르는 보험과 관련된 이야기가 3부에 등장한다. 이 책 한 권이면 금융과 돈에 관한 역사와 개념 그리고 관련 지식을 한 번에 잡을 수 있기에 금융에 관한 궁금증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1부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Bank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와 최초의 국제금융 조직이라 할 수 있던 템플기사단에 대한 내용이었다. Bank는 어디서 나왔을까? 놀랍게도 Bank는 과거 환전 상이 업무를 보는 테이블로 쓰던 방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는 환전에 필요한 비품인 저울, 금고, 장부 등이 올려져 있었을 텐데 모습만 다를 뿐 현재의 은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템플 기사단의 본업은 기독교인 보호와 성지 회복이었는데, 추후 부업인 금융업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띄게 된다. 성지의 회복과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지에 지부가 설치되고, 이들을 돕기 위한 돈이 모이면서 이들은 환전상이자 결제 등과 같은 금융업을 겸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끝은 참 허무했다.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막대한 빚을 없애기 위해 템플 기사단원들에게 누명을 씌워서 화형에 처하고 조직을 와해시켰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투자 용어를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과거나 현재나 버블이 문제가 된다.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돈을 잃은 뉴턴과 반면 버블이 꺼지기 전에 처분을 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은 헨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IMF 때 외환은행 사건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사냥꾼이라 불린 론스타와 관련된 PEF에 관한 이야기나 반려견 중 가장 부유한 셰퍼드 품종견 군터 6세가 가진 재산이 5억 달러라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동물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없지만, 군터 6세는 어떻게 재산을 가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내용은 신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각종 보험들이 등장하는데, 현재 건강보험의 전신인 장기려 박사가 만들었던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픈 환자들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다 보니 상당한 적자에 시달렸던 복음 병원은 그럼에도 장 박사의 신조를 거울삼아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리고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은 현재 국가적으로 보장되는 요긴한 보험이 되었다.

그 밖에도 기억나는 부분이 참 많지만, 내 짧은 글로는 그를 다 담을 수 없어서 마냥 아쉽기만 하다. 딱딱한 이론이나 개념이 아닌 역사적 예와 함께 그림, 도표 등을 통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한결 이해하기 쉬웠다. 하룻밤에 다 읽는 경제 에스프레소 금융을 읽고 나면, 관련 용어들이 등장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금융이 뭔지 궁금하다면, 관해 해지펀드, 선물, 옵션, 스와프, 주식과 채권 등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일독을 권한다. 아마 이 책을 통해 흥미와 상식의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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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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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라는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책을 읽고 싶었다. 예언의 섬,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시시리바의 집 그리고 나도라키의 머리까지 총 4편의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을 마주했다. (보기왕이 온다는 소장 중인데 아직 못 읽어봤다.) 이번 작품은 6편에 단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나도라키의 머리는 그중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이다. 보기왕이 온다, 시시리바의 집에 이어지는 주인공 히가 자매가 등장한다. 대놓고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비명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학 호러 동아리 회원들로 다들 가명을 사용했기에 히가 자매 역시 등장하지만, 이름이 등장하지 않기에 지레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주인공 아카기 치구사는 호러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다. 자신들만의 호러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목적하에 한 장소에 모인 동아리 회원들은 캠퍼스 근처 이스마 산 정상에 도착한다. 절경이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드문 이유는 과거 한 여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목이 졸려 살해당한 곳으로 그 이후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을 시작한 어느 날, 살인마의 망령 역할에는 이누카이 신스케(잉글랜드) , 살해당한 여학생 역에는 아카기 치구사, 그리고 야마기시가 감독을 맡았다. 졸업한 선배 이세하라는 감독보다 이래저래 참견이 많다. 각종 기자재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촬영에 함께 하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등장이 불편하기만 하다. 촬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야마기시는 촬영을 중단한다. 여자 비명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의 비명소리였을까?

장소를 옮겨 이번에는 동아리방에서 촬영이었다.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희생자 A로 출연하기로 한 1학년 리탄 하퍼(리호)까지 함께한 가운데 촬영이 시작되지만 이번에도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동아리 사람들은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졸업생 선배인 이세하라가 놀라서 복도로 뛰어나간다. 과연 이 모든 것은 망령의 저주였을까, 누군가가 꾸민 장난이었을까?

이후 선배 이세하라가 이스마산 정상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다. 그리고 두 부원이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의 습격을 받는다. 과연 이 모든 기묘한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 사건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모든 사건을 풀어낸 리호는 장난삼아 추리를 했지만, 사건의 범인은 결국 형사에게 리호의 말 그대로 자백을 한다. 정말 이 모든 게 언령 때문인 것일까? 말의 힘이 결국 모든 사건의 힘일까?

6편의 작품 모두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다. 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한 호러에 생각을 해볼 만한 사건들이 함께 담겨있다. 쉽게 넘기기에는 뭔가 찝찝함이 남는다. 역시 사와무라 이치의 색이 담긴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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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베리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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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두 인물이 떠올랐다. 성경 속 남편이 다섯인 사마리아 여인과 여러 번의 결혼을 했던 미국 배우이자 8번의 결혼을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책을 읽은 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책 속 주인공인 에블린 휴고와의 공통점이 많았다. 그녀의 남편들 이야기나 작품, 그녀가 기부했던 단체 이야기 등 완벽하게 닮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

유명한 여배우 에블린 휴고가 자신의 드레스를 경매를 통해 유방암 자선기금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섹시스타로 두각을 나타냈고, 7번의 결혼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던 에블린인지라 매체들은 그녀와의 인터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잡지사 비방트의 1년차 기자인 모니크 그랜트. 아직 신참인 그녀에게 에블린 휴고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 전적으로 에블린 측에서 모니크를 지목했다. 사장인 프랭키 트룹은 어떻게든 에블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진촬영까지 하도록 모니크를 압박한다. 에블린을 처음 만난 자리. 모니크는 긴장한다. 누구와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평생 배우로 살아온 그녀이기 때문이다. 왜 에블린은 모니크를 지목한 것일까? 어린 시절 영화 제작사 쪽에서 일하다 사망한 아버지가 혹시나 에블린과 접점이 있나 싶어서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답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마주한 에블린 휴고는 80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당당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그녀 앞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니크. 그리고 에블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는 이야기였다. 모니크에게만 자신의 일곱 번의 결혼생활을 물론 평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니크는 책으로 만들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단, 에블린이 사망한 후에 가능하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일생일대의 큰 기회에 모니크는 당황하지만,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겠다는 에블린의 말에 모니크는 에블린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듣기 시작한다.

 

 

 

모두의 관심사는 에블린의 진짜 사랑은 누구였나이다. 과연 그녀는 누구를 사랑했을까? 쿠바 출신의 가난했던 아이는 헬스 키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가 되기로 한다. 타고난 외모가 있었기에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보기로 한다. 물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14살의 그녀는 첫 번째 결혼 상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 그리고 제작자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제작자 해리를 만나게 된다. 배우가 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단역배우만 맡던 에블린은 자신의 소속사의 제작자를 찾아가고 이름부터 머리색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로운 인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에블린. 결국 그녀의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대세 배우인 두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책 속 소제목은 모두 에블린의 남편 이름이다. 각가지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의 결혼생활은 에블린에게 계속 돈을 벌어준다. 영화 홍보를 위한 결혼뿐 아니라 드러나면 안 되는 이슈를 감추기 위한 결혼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에블린의 진짜 사랑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 또한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는데, 첫 번째 질문은 거의 반전 수준으로 등장한다. 내가 모니크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듯싶다. 근데 그 상황에 대처하는 에블린의 모습을 보니 역시 에블린이다 싶다. 타인이라면 절대 그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원하지 않는 삶까지 살아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를 얻으면 자신 또한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책으로 풀어낸 것 같이 보인다. 우리 눈에는 마냥 부유한 배우로 보였던 그녀의 속내가 이렇게 처절할 수 있었다니, 모든 걸 가진 것 같이 보였던 그녀지만 더 이상 남아있는 사랑이 없는 그녀의 삶을 마주하니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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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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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이라는 단어와 의자 한 개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나 혼자 있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상에 쫓겨 정신없이 살다 보면 '가끔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했는데,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의도적이던 의도하지 않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들기도 한다. 참 웃긴 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막상 잠깐의 짬이 남아도 유독 집안일이나 해야 할 일이 자꾸 눈에 들어오다 보니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특히 여러 가지 일에 치여서 방전되는 날이 계속되면 더 그렇다.

22명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담겼다. 22명은 다 다른 사람이다. 외모도, 성별도, 직업도, 인종도, 그리고 개인의 취향도 다 다르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 했고,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중에는 워킹맘도 있었고, 가정주부도 있었고, 흑인 여성도, 동성애자도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녀 3명을 가진 워킹맘이었다. 육아와 살림 그리고 직장 일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성이었다. 식기세척기에 마구 그릇을 넣다가, 잔소리를 할 남편 생각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그녀의 남편은 티브이를 보며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있는데, 남편은 늘 자신의 편의만 충족했다. 언제부턴가 부부 사이의 대화가 사라졌다. 가족이 있지만, 그녀는 공허했고 외로웠다. 이렇게 사는 게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결국 그녀는 이혼을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런 그녀가 동기부여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여성의 몸으로 혼자 도보여행을 했던 릴리언 올링이었다. 1920년대 테니스 슈즈 한 켤레를 신고 떠난 그녀의 여행을 보며 저자 에이미 션은 자신의 삶의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밖에도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주인공, 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유능했던 엄마가 하루아침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되자 아이들과 엄마까지 부양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 중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한 후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는 주인공 등 다양한 외로움과 혼자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외로움의 모습을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외로움은 힘든 감정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불쑥불쑥 찾아온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외로움을 안 느끼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책 속의 주인공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묵묵히 잘 보냈던 자신의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외로움과 혼자 있는 시간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스스로가 만들기도 하지만, 원하지 않지만 겪게 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외로움을 통해, 혼자의 시간을 통해 조금 더 자라보자. 피하기보다는 즐겨보자.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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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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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눈물이 화폐가 되는 세상을 그린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가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내 모습도 반추되었다. 나는 참 눈물이 많다. 아무것도 아닌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때도 많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하도 잘 우는 내게 담임선생님이 "우네가 안 울면 하루가 안 간다."(하루라도 안 우는 날이 없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하실 정도였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은 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대표님은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극히 이성적이 되려고 참 많이 노력을 했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의 분리는 정말 어려웠다.

평소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30번째 책의 제목은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이다.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감정적"이라는 의미 자체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내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꾸중 아닌 꾸중을 듣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다행이라면 꾸중이 아닌 위로를 들었다.

서양보다 유독 동양은 감정 표현에 서툴다. 개인주의적인 서양에 비해 동양은 전체주의, 우리라는 문화가 더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공감 능력이 현격하게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이 요즘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그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참 이중적인 사회다 싶다.

저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감정과 정서를 나누어서 설명한다. 물론 둘 다 감정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느낌상 구별이 필요할 때 각 용어를 채택해서 사용했다. 특히 신기했던 게 정서지능이라는 단어였다. 정서에도 지능이 있다? 정서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과거의 EQ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지만, 공감 능력을 넘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까지 포함되는 개념이기에 더 큰 개념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정서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은연중에 남성과 여성의 감정을 이중잣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에 대한 개념도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가졌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긍정과 부정의 감정 경험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밀도가 결정된다고 말이다. 그러려면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아야 유리하지 않을까? 책 중반부에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방법도 담겨있으니 감정에 대해 고민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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