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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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칙칙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진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 곧 죽을 거니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주제에 "난 호기심이 많으니까 평생 젊은이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는 기세와 노력이 나이를 잘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틀림없다.

 자신을 꾸밀 줄 알고 노인이라고 편하게 입는 것은 노인임을 입증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할머니 78세의 오시하나. 그날도 열심히 매치한 옷과 화장법, 액세서리를 하고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한 여성. 알고 보니 시니어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잡지 월간 코스모스의 '멋쟁이 발견!'이라는 코너의 편집부 팀장이었다. 하나 역시 이 잡지를 즐겨 보고 있고, 특히 멋쟁이 발견! 코너를 좋아하기에 촬영에 응했다. 기분좋게 간 동창 모임에서 자신을 시기하는 여 동창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하나는 다시는 동창회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하나가 자신을 꾸미는 삶을 살게 된 것은 9년 전. 딸 이치고와 옷 가게를 갔다가 자신을 70대로 여긴 주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조금씩 자신의 외모를 꾸미기 시작한 하나는 이제는 80에 가까운 나이지만, 다들 60대로 밖에 안 볼 정도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며느리 유미는 하나와 달리, 자신을 가꿀 줄 모른다. 바쁜 가게는 제쳐두고 늘 화실에 앉아 그림만 그리는 유미가 못마땅하기만 한 하나. 하지만 아들 유키오가 불편할까 봐 대놓고 내색을 할 수 없어서 아예 안 만나는 쪽을 선택할 정도다.


 그나마 서글서글한 손녀 이즈미는 하나를 높게 평가하고 좋아한다. 이즈미와 하나 그리고 유미가 함께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로 가는데, 자꾸 하나의 걸음이 늦었다. 이즈미는 하나의 걸음에 맞춰 엄마 유미에게 너무 빠르다고 하지만, 자신의 필요한 식빵을 놓칠 수 있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유미. 평소 젊게 입고 꾸미는 하나를 향해 돌려서 노인임을 이야기하는 유미의 말에 마음이 상한 하나는 무리해서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무리해서 운동을 한 게 탈이 났다. 아파하는 아내 하나와 함께 정형외과로 향하는 이와조. 병명은 경년열화. 즉, 노화 때문이란다.


 하나의 남편 이와조와는 55년을 살았다. 평생 종이접기 취미만 하며 함께 가게를 꾸려왔던 이와조는 늘 하나에게 살갑기만 한 남편이었다. 늘 하나에게 칭찬과 함께 하나와 결혼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이와조 덕분에 하나 역시 결혼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얼마 후 있을 종이접기 동호회를 준비하며 열심히 쌍봉낙타를 접는 이와조. 그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맥주와 안줏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가 음식을 가지고 갔을 때, 이와조는 선잠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결국 그날 이와조는 세상을 떠난다. 사인은 경막하혈종이었다. 


 이와조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후, 쓰야부터 장례식, 화장과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모든 기억이 사라질 정도로 하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마지막을 기억하면 하나가 큰 충격을 받을까 봐 그 기억까지 가지고 떠난 것이라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둘은 참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 그런 이와조를 추모하며, 평생 모아두었던 종이접기로 전시회를 기획하는 하나. 전시회에 쓸 물건과 이제는 입을 사람이 없는 이와조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모르는 젊은 남자가 찍힌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전에 이와조가 가게를 아들 유키오에게 넘기면서 건네준 상자 안에서 이와조의 유언장이 나온다. 그리고 펼쳐 본 유언장에는 경악할 내용이 적혀있는데...


 사실 중반부까지는 따뜻한 노부부의 모습에 나 또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내 꿈 중 하나는 나이들어 남편과 둘이 손을 잡고 공원은 산책하는 멋진 노부부가 되는 것이었는데, 바로 하나와 이와조 부부가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사실에 정말 배신감에 부들부들...! 사랑하는 남편이 이런 비밀을 남기고 갔을 줄이야!! 그럼에도 하나는 참 멋지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니 말이다.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까지도 그녀는 절대 노인스럽지 않았다.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왜곡되고 부정적으로 변한 상황이다. 그래서 책 속 주인공 하나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내면과 외면을 지킬 줄 아는 멋진 할머니 오시 하나! 덕분에 나  또한 자극 아닌 자극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칙칙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진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 곧 죽을 거니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주제에 "난 호기심이 많으니까 평생 젊은이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는 기세와 노력이 나이를 잘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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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1
R. F. 쿠앙 지음, 이재경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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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것의 핵심은 은의 지속적인 축적이야. 우리가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은을 보유하게 되었을까? 

다른 나라들을 회유하고 조종하고 협박해서 돈이 계속 영국으로 흘러들게 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은이 다시 불공정 무역협정을 강제하는 데 쓰이지.

그 은과 바벨의 작업이 만나서 우리 배들을 더 빠르게, 우리 군대를 더 강하게, 

우리 총기를 더 치명적으로 만들거든. 

이건 이익의 악순환이야.

어떤 외력이 이 순환을 깨지 않는 한, 조만간 영국이 세계의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될 거야.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성경 창세기 속 바벨탑이 떠올랐다. 신의 자리까지 넘본 인간들이 신까지 닿기 위해 세웠던 바벨탑. 그 일로 인간들은 더 이상 같은 언어를 쓸 수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옥스퍼드 대학 안에 지어진 리드클리프 도서관 앞에 있는 왕립번역원은 바벨이라고 불린다. 이 책은 사변소설(과학 소설의 일종이나, 과학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현대인의 사고의 틀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두는 소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1830년대의 옥스퍼드를 배경으로 쓰였다. 


시작은 중국의 광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난 어느 집이었다. 리처드 러벌 교수는 자신이 가진 주소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 살아있는 사람은 소년이 유일했다. 이미 마을 전체가 전염병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아침에 사망한 어머니 옆에 있는 소년 역시 같은 운명이었다. 러벌 교수는 소년의 가슴 위에 은막대를 올리고 트리아클이라고 외친다. 막대가 창백하게 빛난다. 소년은 입 주변에 단 맛을 느낀다. 그렇게 광둥을 떠난 소년은 러벌 교수와 함께 영국으로 향한다. 소년이 탄 배에는 한 중국인이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유일하게 중국어와 영어를 알아듣는 소년에게 그의 통역을 시키는 러벌 교수. 하지만 소년은 자신이 알아들은 목욕을 안 해서 태울 수 없다는 말을 전하지 않고 그저 탈 수 없다는 말만 한다.



광둥을 떠나 영국으로 온 소년은 중국 이름을 버리고 로빈 스위프트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다. 또한 러벌 교수는 로빈의 후견인이 된다. 영국에 도착한 후 로빈은 강도 높은 교육을 받게 된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수업은 쉽지 않았다. 거기에 한 달에 두 권씩 러벌 교수로부터 영어 책을 받아 읽었기에 영어를 이해하고 말할 줄 알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에다 중국어를 잊지 않기 위한 수업까지 들어야 했다. 그렇게 6년의 교육을 받은 로빈은 옥스포드 왕립번역원의 학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입학생 자격으로 가운까지 입었지만, 동양인인 그를 향한 옥스포드 학생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유일하게 외국인 학생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왕립번역원. 그곳에서 만나게 된 캘커타 출신의 라미즈 라피 미즈자(라미)와 백인 여성인 레티샤 프라이스(레티)와 흑인 여성 빅투아르 데그라브. 이들은 올해 왕립번역원의 입학생들이었다.


인종차별이 심한 옥스포드의 다른 학생들로부터 가운을 빼앗길 위험에 처한 로빈은 그들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도망을 치고, 라미가 놓고 온 공책을 가지러 다시 바벨 안으로 들어간 로빈은 그곳에서 은막대를 훔치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하지만 왠지 그들을 신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조용히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마주한 일행 중 하나는 로빈과 너무 닮은 도플갱어 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그리핀 러벌이라고 소개한 그는 지금 로빈이 사용하고 있는 다락방과 기숙사의 전 주인이자, 자신의 이복형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후 도망자의 신세가 된 그는 헤르메스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가 로빈을 찾아온 이유는, 바벨의 은막대를 비롯한 번역본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멋있게 보였던 왕립번역원 바벨에 감춰진 탐욕과 타국의 언어로 쓰인 책은 영어로 번역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 또한 그렇게 축적된 부가 영국과 선진국들의 배는 불릴지언정, 원 국으로는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게 된 로빈은 고민에 빠지는데...



 번역과 통역은 단지 언어를 전달하는 의미 이상으로 그 상황과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만 제대로 된 전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 또한 공감한다. 왕립번역원 바벨이라는 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타국의 문화와 언어를 수용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일을 하는 곳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모든 부와 지식을 자신들만 누리려고 하는 독선적인 모습이 깔려있었다. 바로 그 사실을 깨닫고 일을 벌이는 그리핀과 헤르메스 협회. 그런 그리핀의 말을 듣고 조금씩 바뀌어가지만, 자신이 누린 것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는 로빈. 2권에서는 과연 로빈과 그리핀 그리고 러벌 교수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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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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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드디어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만났다. 그 시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으나 워낙 바쁜 고등학교 시절인지라 기억 한 편으로 넘겨두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그녀가 남긴 에세이를 내리 두 권 만났다. 우리 집 한 편에 고이 모셔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집과 자기만의 방을 언제가 읽어야지... 했지만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만나게 된 댈러웨이 부인! 드디어 그녀의 소설을 나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사실 댈러웨이 부인 제목만 보고도 떠올리지 못했던 버지니아 울프였지만 말이다.


 기대가 커서일까? 쉽지 않다. 하루 동안의 이야기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이해가 될까? 싶은 생각으로 글자와 싸웠다. 초반에 꽤 많이 읽었다 싶은데 진도가 안 나간다.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서 줄거리를 먼저 한번 훑어보았다. 그제야 책 속에 등장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리처드 댈러웨이와 결혼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책 이름에 대놓고 등장한 그녀의 진짜 이름은 클라리사 댈러웨이다. 파리를 열 정도로 집안에 여유가 있는 클라리사는 남편 리처드와의 사이에서 엘리자베스라는 딸을 낳아서 기르고 있는 50대 부인이다. 당장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않고, 모든 것이 지극히 평온한 상태인데 비해 그의 마음은 뭔가 어둡기만 하다. 파티에 준비할 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기로 한다. 꽃 가게에서 꽃을 고르는데 총소리가 들린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동차에서 난 소리 같긴 한데, 상황은 알 수 없다. 하늘 위로는 비행기가 묘기를 하는 것인지 이상한 글자를 그리며 위아래로 움직인다. 길을 지나던 전직 군인 출신인 30대의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그 소리에 다시금 공포에 휩싸인다. 아내인 레지아 스미스가 그를 부축하지만 쉽지 않다. 


 클라리사는 이곳저곳에서 마주하는 상황에 자꾸 빠져든다. 길을 가다가 어떤 장면을 마주하면 그 상황에 빠져 옛 기억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옛 연인이었던 피터 월쉬다. 지금의 남편을 깊이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일까? '피터 월쉬와 결혼을 했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상념에 사라 잡히고 마는 클라리사. 그렇게 파티에서 입을 초록 드레스를 손질하던 중, 누군가 클라리사를 찾아온다. 그는 바로 얼마 전 떠올렸던 옛 연인 피터였다. 클라리사와 헤어진 후 인도로 건너가서 지금은 인도에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하는 피터.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옛 연인 앞에서 사랑 자랑이라니...) 하지만 클라리사와 대화를 나누다 이내 눈물을 쏟는 피터에게 입맞춤을 하는 클라리사. 그를 다독여 보낸 후, 다시 그와의 결혼에 대한 상상을 더하는 클라리사. 그와 결혼했다면 적어도 그와 보내는 시간은 오로지 자신의 차지였겠다는 생각을 떠올리지만 이내 그의 생활력 없고 낭비벽의 모습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는다. 


 한편, 전쟁에서 들은 포탄 소리 등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를 겪는 셉티머스는 매일이 고통스럽다. 옆에서 그를 간호하고 지켜보는 아내 레지아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셉티머스의 증상을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그는 참혹한 선택을 하고 마는데...


 사실 클라리사와 셉티머스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클라리사는 누구보다 셉티머스의 선택에 공감하고 신경을 쓴다. 왜 그녀는 자신의 파티를 앞에 두고 전해진 비보에 마음을 쓰고 공감을 했던 것일까?


하루 동안 벌어진 일치고는 내용을 맞춰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셉티머스의 행동과 훗날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버지니아 울프. 누구보다 여성의 인권 신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에게 당시의 상황을 바라보며 소설로 쓰면서 클라리사에게 가졌던 감정이 복잡 미묘해서였을까? 소설 속 클라리사의 모습이 공감보다는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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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양 책고래마을 62
아우야요 지음 / 책고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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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마을에 박치기 양이 살았다. 박치기가 특기인 이 양이 왜 그렇게 박치기를 하는 걸까? 바로!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냅다 머리부터 갖다 박는 나쁜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술이 나면 어디든 상관없이 달려가서 머리를 박는다. 덕분에 마을의 동물들은 박치기 양이 나타나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박치기 양이 심술이 날 때는 언제일까? 배가 고플 때다. 배가 고프면 이곳저곳 아무 동물의 집 문에 대고 박치기를 한다. 쿵쿵! 소리가 동물들은 무섭기만 하다. 오늘도 박치기 양은 늑대의 집으로 향한다. 문에 대고 쿵쿵 머리를 박는 박치기 양 때문에 늑대 가족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박치기 양이 들어와 행패를 부릴까 봐 아기 늑대들은 벌벌 떤다. 사실 박치기 양이 이러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들이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달려와 혼자 맛있는 음식들을 독차지한다. 매번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마을의 동물들은 박치기 양이 마을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아무리 쿵쿵대도 늑대네 집 문을 열리지 않았고, 참다못한 박치기 양은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근데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신기한 열매가 맺힌 나무가 보였다. 하지만 나무는 너무 컸고, 열매는 너무 높이 달려있었다. 이번에도 박치기 양은 있는 힘껏 나무를 향해 머리를 쿵! 아무리 나무를 박아도 맛있는 먹이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에서 자고 있던 삼총사 새들이 놀라서 날아오를 뿐이었다. 


 자신들의 나무를 향해 박치기를 하는 양을 향해 삼총사는 항의를 한다. 하지만 욕심쟁이 박치기 양은 열매를 내놓으라고 성화만 부릴 뿐이다. 삼총사는 박치기 양을 피해 입에 열매를 물고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박치기 양은 삼총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기만 한다. 과연 박치기 양은 원하는 열매 모두를 먹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책은 확실한 교훈을 선사한다. 그와 함께 책을 통해 어른보다 더 객관화를 잘 시키기도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지 않는 아이, 좋은 것은 내가 다 차지해야 하는 아이, 양보할 줄 모르는 아이라면 박치기 양을 통해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양보할 줄 모르고, 심술만 피우던 박치기 양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함께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기쁨 또한 알게 된다. 


  사실 책을 읽으며 조카가 떠올랐다. 모든 것을 늘 자기가 가져야 하는 버릇 때문에 친구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동생이 고민이 많다. 그런 조카가 박치기 양 책을 통해 조금이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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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학교 1 - 꿈의 대모험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스티브 그림 / 주부(JUBOO)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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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런 말 신경 쓰지 마. 

넌 누구보다 용감해질 수 있어.

해피 넌 생각보다 훨씬 강해. 그러니까 우리 끝까지 도전해 보자!

 이가 하나 빠진 귀여운 꼬마 숙녀가 표지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런던이다. 도시 이름으로만 봤던 런던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했다. 처음 만난 책이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전작이 있었다. 책의 제목은 런던이의 마법 병원이다. 기회가 된다면 역주행을 해야겠다 싶다. 물론 전 작과 구별되는 제목과 구별되는 책이기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단, 앞에 내용이 살짝 언급돼서(책에 등장하는 꼬마곰 해피의 아빠인 북극곰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궁금할 뿐이다. 


 북극곰(왜 아들은 이름이 있는데, 아빠는 그냥 북극곰이 걸까?!)과 오랜만에 조우한 런던. 예지몽일까? 런던이는 북극곰을 꿈에서 만난다. 근데 등 뒤에 북극곰이 있을 줄이야?! 다시 만난 둘 사이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던 걸까? 북극곰은 그 사이 아들을 둔 어엿한 아빠곰이 되었다. 아들의 이름은 해피. 근데, 해피가 고민이 있단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하는 북극곰을 대신해 해피를 만나러 간 런던.


 자연스럽게 마음을 연 해피는 큰 몸(보기에는 너무 귀여운 아기곰인데...)에 비해 용기가 없어서 학교 친구들(모두 동물들이다.)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 후 미로 대회가 있는데, 사실 나가는 게 두렵기만 하다는 속 마음을 털어놓는 해피. 해피는 이 대회의 우승자인 아빠 북극곰이 자신의 실패를 보고 실망하는 것도 두렵지만, 미로 대회 출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는지라, 그런 해피의 마음이 너무 공감되는 런던은 가능하다면 해피와 함께 미로 대회를 출전하기로 한다. 다행히 팀전의 있기에 해피와 런던은 함께 미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여러 관문을 이겨내며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온 런던과 해피. 하지만 역시 마지막 단계는 쉽지 않기만 한데...


해피와 런던의 모험뿐 아니라 틱장애가 있는 럭키의 이야기, 런던의 상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책 안에 담겨있다. 사실 눈물이 핑 돌 만큼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럭키와 해피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런던이지만, 런던 또한 과거에 대한 상처와 아픔 그리고 두려움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런던은 그때마다 부정적인 생각 속에 파묻히지 않고 용기있게 앞으로 나갈 줄 아는 아이였다.


 두번째 이야기 속에 틱 장애를 가진 수영선수 럭키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유일하게 틱이 나타나지 않는 시간이 수영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만큼 자신 있고 좋아하는 시간이어서 집중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여러 장애를 가진 동물들이 모여있는 신비로운 강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평범한 모습이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또렷하게 살아가는 용기 있는 친구들이었다. 


 사진같이 예쁜 그림체와 용기를 주는 글들이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아이 역시 책에 빠져들어서 그런지 런던이 처럼 용기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런던이의 이야기는 용기와 도전이라는 진정한 마법을 선사해 주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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