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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드디어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만났다. 그 시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으나 워낙 바쁜 고등학교 시절인지라 기억 한 편으로 넘겨두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그녀가 남긴 에세이를 내리 두 권 만났다. 우리 집 한 편에 고이 모셔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집과 자기만의 방을 언제가 읽어야지... 했지만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만나게 된 댈러웨이 부인! 드디어 그녀의 소설을 나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사실 댈러웨이 부인 제목만 보고도 떠올리지 못했던 버지니아 울프였지만 말이다.
기대가 커서일까? 쉽지 않다. 하루 동안의 이야기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이해가 될까? 싶은 생각으로 글자와 싸웠다. 초반에 꽤 많이 읽었다 싶은데 진도가 안 나간다.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서 줄거리를 먼저 한번 훑어보았다. 그제야 책 속에 등장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리처드 댈러웨이와 결혼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책 이름에 대놓고 등장한 그녀의 진짜 이름은 클라리사 댈러웨이다. 파리를 열 정도로 집안에 여유가 있는 클라리사는 남편 리처드와의 사이에서 엘리자베스라는 딸을 낳아서 기르고 있는 50대 부인이다. 당장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않고, 모든 것이 지극히 평온한 상태인데 비해 그의 마음은 뭔가 어둡기만 하다. 파티에 준비할 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기로 한다. 꽃 가게에서 꽃을 고르는데 총소리가 들린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동차에서 난 소리 같긴 한데, 상황은 알 수 없다. 하늘 위로는 비행기가 묘기를 하는 것인지 이상한 글자를 그리며 위아래로 움직인다. 길을 지나던 전직 군인 출신인 30대의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그 소리에 다시금 공포에 휩싸인다. 아내인 레지아 스미스가 그를 부축하지만 쉽지 않다.
클라리사는 이곳저곳에서 마주하는 상황에 자꾸 빠져든다. 길을 가다가 어떤 장면을 마주하면 그 상황에 빠져 옛 기억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옛 연인이었던 피터 월쉬다. 지금의 남편을 깊이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일까? '피터 월쉬와 결혼을 했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상념에 사라 잡히고 마는 클라리사. 그렇게 파티에서 입을 초록 드레스를 손질하던 중, 누군가 클라리사를 찾아온다. 그는 바로 얼마 전 떠올렸던 옛 연인 피터였다. 클라리사와 헤어진 후 인도로 건너가서 지금은 인도에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하는 피터.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옛 연인 앞에서 사랑 자랑이라니...) 하지만 클라리사와 대화를 나누다 이내 눈물을 쏟는 피터에게 입맞춤을 하는 클라리사. 그를 다독여 보낸 후, 다시 그와의 결혼에 대한 상상을 더하는 클라리사. 그와 결혼했다면 적어도 그와 보내는 시간은 오로지 자신의 차지였겠다는 생각을 떠올리지만 이내 그의 생활력 없고 낭비벽의 모습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는다.
한편, 전쟁에서 들은 포탄 소리 등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를 겪는 셉티머스는 매일이 고통스럽다. 옆에서 그를 간호하고 지켜보는 아내 레지아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셉티머스의 증상을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그는 참혹한 선택을 하고 마는데...
사실 클라리사와 셉티머스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클라리사는 누구보다 셉티머스의 선택에 공감하고 신경을 쓴다. 왜 그녀는 자신의 파티를 앞에 두고 전해진 비보에 마음을 쓰고 공감을 했던 것일까?
하루 동안 벌어진 일치고는 내용을 맞춰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셉티머스의 행동과 훗날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버지니아 울프. 누구보다 여성의 인권 신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에게 당시의 상황을 바라보며 소설로 쓰면서 클라리사에게 가졌던 감정이 복잡 미묘해서였을까? 소설 속 클라리사의 모습이 공감보다는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