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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럼에도, 나는 말했습니다 - 직장맘·대디 11인의 인터뷰집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4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과 두 번의 출산, 육아를 경험했다. 큰 아이를 낳기 일주일 전에 출산휴가(출휴)를 들어갔고, 출휴 당일도 인수인계가 안되었다는 핑계로 출근을 강요당했다. 출산 당일 진통을 하면서도 회사의 전화를 받았고,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도 회사 업무를 했다. 아이를 출산한 지 백일도 되지 않아서 복직을 강요받았고, 결국 여러 이유로 육아휴직(육휴)을 일부만 쓰고 조기 복직을 했다. 원래 자리도 아니고 지점의 캐셔 자리로 복직을 했고, 그마저도 내가 본사에서 하던 업무 때문에 시즌에는 본사로 출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작은 중소기업이었고, 스타트업 기업이었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컸기에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복직을 선택했다. 사실 내가 하는 업무 자체가 회계와 인사노무 업무였기에 출휴와 육휴관련 업무들에 대해 스스로 처리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둘째를 낳고는 상황이 더 힘들었다. 첫째 출산 때처럼은 아니지만 휴직 중에도 여전히 이런저런 압박과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는 노무사님이 계셔서, 그분과 이런저런 상담을 하다가 서남권 직장맘 지원센터를 소개받았다. 노무사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여러 가지 조언과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을 마주하고 우선 많이 반가웠다. 책에 내 이야기가 소개되진 않았지만, 나 역시 출휴와 육휴을 쓰면서 서남권 직장맘 지원센터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참 속이 많이 상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장맘 .대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에도 등장하지만, 나 역시 육휴기간 중 들었던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한 직원이 자신의 ERP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화를 했는데, 첫 마디가 "과장님은 늘 쉬고 계신데, 저는 이제 휴가를 가려고 휴가원을 올려야 하는데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서 전화했어요."였다. 늘 쉬고 계신데라니...
그때 알았다. 회사에서 나는 늘 쉬고 있는,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직원이구나...!하는 생각 말이다.
또 하나 육휴을 사용하고 복직했을 때, 대표로부터 참 많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우선 원래 자리인 본사로 복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랑 같이 일하는 직원이 내가 복직한다는 소리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퇴사를 하기 전, 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은 내 복직 날짜조차 몰랐고, 대표랑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당시 여직원이 입사해서 결혼과 출산을 한 게 내가 처음이었는데, 내가 선례가 되어서 다른 직원들도 다들 육휴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회사가 돌아가겠느냐는 말과 함께 이제는 결혼 안한 여직원은 절대 뽑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 일을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하고 있기에(후임을 뽑지 않고 직원들이 분배해갔다.), 너의 휴직이 길어질수록 다른 직원들이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럼에도 너를 위해 다른 직원을 뽑지 않고 기다려주는 거니 회사의 이런 배려를 기억하고 회사의 말을 따르라는 이야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책에도 나와 비슷한 사례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고 육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다양한 불이익을 받고, 출휴를 사용도 하기 전에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출휴와 육휴를 사용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낳는다는 이유로 직장맘. 대디들은 눈치를 보고 불이익을 감수한다. 여전히 이런 내용의 글에 댓글에는 회사에 피해를 주면서 자신이 원해서 아이를 낳았으니 감수해야 한다는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직장맘. 대디들은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했고, 결국은 그 결과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겪고,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경험을 하고,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할 직장맘. 대디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운 상황과 답답한 마음을 어느 곳에도 토로할 수 없을 때 서남권 직장맘 지원센터를 통해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던 경험. 나 역시 해봤기에, 이 책의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다.
혹시 같은 이유로 고민 중이라면, 직장맘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보자. 각 지역별로 직장맘 지원센터가 있으니,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문을 두드려보자.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