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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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람이여, 물결이여, 구름이여, 형태도 머무름도 없는 너희는 본질적으로 우리와 닮았으니,

우리 방랑자들, 우리 닻 없는 항해자들을 닮았으니.

 꾸준히 읽어오고 있는 열림원 열다 시리즈의 5번째 책이자,  두 번째 만나는 헤르만 헤세의 선집의 주제는 구름이다. 다행히 헤르만 헤세의 유명한 두 권의 소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지만, 그럼에도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면 명확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유명한 두 권의 소설보다, 구름이 앞으로 헤세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헤세의 작품 속에는 유독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놀랍게도 헤세의 글에 등장하는 구름을 모아서 한 권의 선집이 되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을 만나서인지, 유독 요즘은 하늘을 볼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얼마 전 폭우 수준의 비가 온 다음 날,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로 나가면서 건물 사이에 보이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보면서 감흥에 젖었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더 화창한 하늘에 정말 사진으로도 표현되지 않을 하얗디하얀 구름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져 있어서 한참을 감탄하면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어제.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1박 2일로 바름을 쐬러 나갔다 왔다. 전날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이번에는 너무 잘 맞아서 실망스러웠다. 비를 맞으면서 워터파크에서 놀이를 한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도 하늘은 잔뜩 흐렸다. 워낙 공기 중에 습도가 높아서인지, 그리 높지 않은 산을 따라 구름이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들렀던 유적지로 가는 길에도 먹구름을 품고 있는 가득한 구름이 빽빽하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주 살짝 보이는 파란 하늘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구름은 내 감정이 어떠냐에 따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하늘인지라, 헤르만 헤세뿐 아니라 우리 역시 구름과 하늘에 대한 감상이 짙은 것 같다.


 책 안에 등장하는 구름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 이 정도면 헤세는 정말 구름 박사가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작품 어디나 구름이 등장하니 말이다. 덕분에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구름에 흠뻑 빠졌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헤세는 자신의 글 속에 구름을 통해 자신의 감정들을 살뜰히 풀어내었던 것 같다. 물론 과학적인 면에서 보면 구름은 수증기 덩어리라고 볼 수 있지만, 구름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통해 도달할 수 없는 종교적인 무엇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입술이기도 하며, 그리웠던 무언가이기도 하다. 아마 일기의 변화만큼 변화무쌍한 구름의 특징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기에 그렇겠지만, 또 우리는 헤세가 작품 속에 그렸던 구름을 보며 그의 감정을 함께 곱씹게 되기도 한다.


 현대인은 유독 하늘을 안 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이 팍팍하게 사는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하늘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하늘과 구름을 많이 보았던 헤세는 누구보다 삶을 향한 생각의 깊이가 깊었기에 그런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헤세가 말하는 그 다양한 감정을 담은 구름을 통해 나 또한 여러 생각을 갖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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