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수리공
경민선 지음 / 마카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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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참 크다. 어쩌면 그 호기심이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과연 어디까지 이루어질까? 이 작품 속 과학은 결국 대체 현실. 증강현실을 사후세계까지 만들어냈다.

인간의 뇌 속에서 자아를 담당하는 일명, 자아 뉴런을 찾아낸다. 죽지 않고 영생을 원하는 인간들의 욕심은 냉동인간을 넘어 좀 더 편리하고, 보관이 간편한 자아 뉴런만을 보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대체 현실 기술로 사후세계 뉴랜드가 만들어진다. 세계적으로 건강보험이 일원화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첫 번째 사후세계의 개발지로 선정된다. 5년 전 서울의 모습 그대로... 문제는, 뉴랜드에 들어가려면 30년간 뉴랜드 발 건강보험을 납부해야 하는데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그렇다 보니 뉴랜드 입성을 위한 건강보험을 내주기 위해 결국 이생에서는 퓨어. 즉, 부양 유령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대납제가 본격화되면서 부양 유령은 급속도로 늘어난다. 게임 출장기사를 직업으로 가진 도지석 역시 자신과 엄마 그리고 7년간 사귀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 엄희진 몫까지 보험료를 내기 위해 낮에는 출장기사로, 밤에는 심부름센터 체커(게임 등 불법적 의뢰를 해결해 주는 직업)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동업자인 배창준 역시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몫의 보험까지 떠 맞고 있는 지경이다. 그날도 그 둘은 고객에게 받은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접속했다가 랭크 2 체커인 열목어에게 제대로 당하고 게임 정지까지 먹게 된다. 그런 그들의 사무실로 새벽 3시의 한 의뢰인이 온다. 뉴랜드의 관리사인 A.L의 컴퍼니 서버 관리 B팀의 대리인 안태규였다. 그가 의뢰한 것은 뉴랜드에 잠입해 한 인물을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문제는, 뉴랜드 서버가 보안이 철저해서 아무나 접속을 할 수 없다는 것과, 혹시나 발각되게 되면 사망 후 뉴랜드 입소가 원천 봉쇄된다는 것이다. 5배나 돈을 얹어준다는 태규의 말에 결국 지석은 뉴랜드에 잠입하는데, 태규가 찾는 인물의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지석은 자신의 여자친구 희진 또한 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태규의 아버지처럼 사라진 것은 아닐까? 결국 태규와 지석은 창준과 열목어(손지우)까지 모아 뉴랜드에 잠입하게 되고, 지석은 희진의 주소의 집이 아예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행패를 부리다 결국 뉴랜드 경찰서까지 잡혀가게 된 지석은 다른 방에 갇혀있던 인물이 부르던 노래가 암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읽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진정한 우군이 누구일까? 아니 살아생전에도 빈부격차로 힘들었는데, 사후세계에서도 빈부격차가 이어진다니... 정말 너무하다. 대국민 사기의 전말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근데 뉴랜드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지, 실제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인간다운 삶은 과연 무엇일까? 이 생에서도 차별받는 삶이었는데, 사후세계까지 그렇다면 정말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

현실에서 소외되고 희망이 없는 인물들이 가상세계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너무 애처로웠다. 근데, 우리의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삼포 사포 N포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현실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대로 담긴 것 같아서 실제적이면서도 슬펐다. 그럼에도 책 속에 등장한 미래에 구현된 증강현실 세계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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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 -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위해 다시 세우는 정의 서가명강 시리즈 22
고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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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 명강의 22번째 주제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고학수 교수의 강의다. 얼마 전만 해도 낯설고 어색했던 AI라는 단어가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식상할 정도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과거 한 다큐멘터리에서 사람이 관심 있게 보고 지나가기만 해도 관련 정보가 핸드폰으로 자동 전송된다는 이야기에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 이상의 빅데이터를 순식간에 주고받는 시대에 이르렀다.

사실 AI라는 단어를 보고, 이 책의 저자가 과학 분야일 거라는 예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이 책의 저자는 법학교수다. 법학과 AI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첫 부분부터 얼마 전에 만났던 이야기가 등장했다. 검사 내전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이 법조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판사나 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인들을 대체할 AI가 개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도 도입부에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법조인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하고, 판결에 대해 불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다 보니 객관적인 AI를 통한 판결이 더 믿을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어서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AI가 판결을 하면, 적어도 인간의 감정이 배제되기에 객관적이고 냉철한 (때론 더욱 공정한) 판결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그럴 수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판례가 뒤바뀌는 경우가 계속 있는데(문화와 세대의 변화에 따라 판단이 달라짐으로), 만약 AI 판사가 판결을 하는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AI는 직접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관련 지식을 처리하고 지원하는 형식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법률보다는 통계학이나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프로파일링 같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법률가 AI뿐 아니라, 현재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AI가 어디까지 개발되었고, 어느 정도의 처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1.2장에 등장한다. 3장과 4장에서는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차별과 공정성, 개인의 프라이버시, 빅 데이터 시대 속에서의 AI 윤리와 정의를 이야기한다. AI 정보로 인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보와 신뢰가 어떻게 뒷받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식견을 만날 수 있다.

기본 개념은 복잡하지 않지만, 그를 이루는 내용을 이해하려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다양한 사례가 중간중간 등장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기름칠을 해줬다. 가령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얼굴을 통해 동성애자를 찾는 기술은 심히 쇼킹했다. 잘못된 알고리즘이 심각한 차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와닿게 설명했던 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차별과 AI의 차별은 결이 다르다. 앞으로 AI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문제들은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기술로부터 공정을 지키기 위해 계속적인 개발과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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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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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내게 영어 같다. 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있지만, 실력이 향상(혹은 지식의 진보) 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덕분에 가지고 있는 철학 입문서도 상당하고, 철학 입문 혹은 철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이 간다. 도입에는 흥미를 가지고(때론 의지를 가지고;;) 읽지만, 중반부가 넘어가면 흥미를 잃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런 면에서 색다른 맛의 철학 책을 만났다. 철학 책이 분명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저자 소개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해야 할 것 같다. 저자 R.D. 프레히트는 독일 현대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겸 독일권에서 인정받는 지성인 중 한 사람인데, 현재 독일 공영방송에서 철학 방송을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내가 읽은 이 책 또한 독일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리 책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처음 책 표지에 100만 부 이상 팔렸다는 말에, 독일인들이 철학에 관심이 아주 많거나(독일 출신 철학자가 상당수 있으니), 책이 흥미롭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자는 잘 모르겠고, 후자는 맞는 것 같다.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지만... (대학시절 한 교양수업에서 비슷한 제목으로 리포트를 쓰면서 머리카락을 상당히 뽑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말의 어원(?)은 술자리였단다. 저자의 독일어판 제목을 보고, 역자 역시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3개의 큰 주제가 담겨있다. 첫 번째 주제 속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상당히 철학적이자 심리학적인 주제들이 등장한다.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 나는 누구인가, 감정과 무의식, 기억이란 무엇인가처럼 정의를 논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강점은 곁들여지는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는 것이다. 가령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라던가, 드라마 등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로 주위를 환기시킨다. 그런 후 그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철학적 속내를 철학자들의 이론과 주장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서술한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철학을 이끌어내기 위해 책 속에 담고 있는 주제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경험담 뿐 아니라 매체나 영화, 작품뿐 아니라 과학기술이나 외국의 사건들, 국제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덕분에 철학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각 분야의 전문서를 읽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두 번째 주제인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서는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의 행동에 대한 철학적 정의가 담겨있다. 예전에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각 소 주제들이 등장한다. 남은 돕는 행위, 도덕, 선한 행위에 대한 보답, 살인과 낙태, 안락사와 복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현대 사회에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서술한다. 사실 이런 질문을 우리 또한 받고, 하지만 쉽게 답을 내기 어렵기도 하다. 때론 포괄적이고, 때론 지극히 윤리적이고 민감하다. 그래서 또한 흥미롭기도 했다.

마지막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 속에는 우리 삶을 파고드는 문제들(사랑과 행복, 신, 재산과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사색과 정의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첫 장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언급하며 등장한 니체에서부터 인생의 의미에 대한 34장의 이야기 속 매트릭스와 플라톤의 이야기까지 각 주제별로 다양한 철학자와 이야기 속에서 한참을 빠져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이유가, 원하는 철학 입문서가 없어서라고 했는데 책을 읽으며 그 뜻이 이해가 갔다. 또한 그의 머릿속에는 철학으로 가득 차있겠다는 생각을 나 또한 해봤다. 어떤 주제를 눌러도 마치 자판기처럼 그에 대한 철학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뜻깊은 책이었다.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주야장천 철학의 역사만 읊어대는 책이 부담스럽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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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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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미호 식당을 접할 때는 시리즈물로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특이한 제목에,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함에 읽기 시작했는데 3권까지 읽게 되었다. 시리즈처럼 이어지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연성이 없다. 즉, 앞 권을 읽지 않아도 뒤 권을 먼저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각 권의 큰 제목이 다른 듯싶다. 공통점이라면 구미호가 등장한다는 것과 저승이라는 공간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17살에 구타로 사망한 채우. 짧은 생애와 범죄를 심하게 저지른 적이 없는지라 인간으로의 환생이 결정된다. 그런 채우 앞에 나타난 구미호 만호. 자신에게 환생할 생애를 주면,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일정 기간(30~100일) 같이 할 수 있는 삶을 주겠다는 이야기에 채우는 만호의 손을 잡는다. 단, 자신이 찾고 싶은 사람이 자신을 못 알아볼 수도, 기억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만호. 그렇게 채우는 죽기 전에 꼭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설이를 위해 환생을 포기하고 설이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16살인 설이와 17살이었던 채우. 둘은 보육원에서 만났다. 요리를 잘했던 채우와 뛰어난 미각을 가졌던 설이는 둘만의 요리를 만들어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채우는 두 가지 약속이 있었다. 축구 경기와 피감 로맨스를 완성하는 것. 하지만, 설이를 대신해, 설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에서 채우는 구타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채우는 설이를 다시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피감 로맨스도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만호의 제안을 승낙한 것이다.

1,000걸음을 걷고 눈을 뜨는 곳에서 살면 된다는 그곳은 2층 집 앞이었다. 비어있는 1층으로 들어가니 식당을 할만한 장소가 나왔다. 그렇게 채우는 약속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시작한다. 다행히 재료는 매일 채워져있었다. 대신, 돈이 사라진다. 아마도 재료값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보다. 근데, 한 번씩 들르는 손님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냐는 물음과 함께 건물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듣지만 당장 갈 곳이 없는 채우는 딱히 동요하지 않는다. 채우에게는 설이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만 의미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채우가 원래의 모습이 아닌 40대 중반의 아줌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데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채우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음식을 팔고, 설이가 있었던 게 알레르기를 기억하며 음식에 게를 조금씩 넣는다. 물론 손님들에게 팔기 전에 게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묻는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꼬마 구동찬의 누나 구주미를 만나게 된 채우. 주미와 과거 주미의 절친인 고동미가 이 건물에 살던 아이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음식을 먹던 주미와 동미는 둘 다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둘 중 누가 설이일까?

책 속에는 채우와 설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미용실을 하는 와 원장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늘 최선을 다해도 부족하다 느끼고, 그래서 다음 생을 기약할 정도의 마음을 가진 그들은 다시 재회한 그 사람을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평생 그리워하고, 마음을 전하고 싶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마음으로 살 거라는 기대가 그대로 이루어질까? 소설은 이야기한다. 다음 생을 기약하며 약속하기 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하라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오히려 사랑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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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사과 제제의 그림책
휴 루이스-존스 지음, 벤 샌더스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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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니 부모의 직접적인 잔소리보다는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한 간접적인 전달 방식이 아이의 행동 변화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의 잔소리에는 아무래도 감정이 실릴 수 있지만, 책을 함께 읽게 되면 책 속 인물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된다. 그래서 아이의 문제적 행동을 알려주고 싶을 때 나는 종종 비슷한 상황의 책을 같이 읽는다. 그저 아이와 함께 읽고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책 속 주인공인 사과는 심술쟁이다.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만 생각하고, 내 것만 주장하는 아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는 것 같다. 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과의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상처를 받는다. 배가 앉아있는 자리를 빼앗기도 하고, 작은 콩이 마시는 차를 빼앗아 마시기도 한다. 아마 이 책의 화자는 작은 콩이 것 같다. 누군가 심술쟁이 사과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삽화를 보니 작은 콩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자신이 당한 것을 통해 사과의 심술을 모두에게 폭로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과가 바뀌길 바라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책의 대부분이 사과가 저지른 심술궂은 이야기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당하기만 한 친구들의 복수담이 담겨있어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사과는 지극히 가해자고, 다른 친구들은 지극히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아마 사과는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만 심술쟁이 짖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과가 결국 까불다가 큰 코를 다친다.

 

 

 

외국 저자가 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라지만, 우리말 사과에는 이중적 뜻이 담겨있다. 과일 사과뿐 아니라, 잘못에 대한 인정을 뜻하는 사과하다의 뜻처럼 말이다. 과연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을까? 물론 이미 쏟아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친구들이겠지만, 진심의 사과는 꼭 필요하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사과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특히 사과가 벌이는 심술궂은 행동을 보고 아이는 매 장을 넘기며 "아휴. 또 심술부리네..., 못 말리겠다 진짜." 같은 말을 계속 털어놨다. 한편,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나 또한 피식 웃음이 났다. 사과가 한 행동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도 툭하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대놓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같이 읽으며 조금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심술쟁이 사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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