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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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치유자라는 책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겪어봐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인물이었던 것 같다. 제목부터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태어난 것 자체를 죄송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히려 연쇄살인자들조차 이런 말을 안 하는데 말이다.

저자인 전안나의 전 이름은 김주영이었다. 근데 그마저도 본명인지 알 수 없다. 그녀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5살에 돈 많은 양부모에게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출생 신고가 된 것은 입양되고 1년 6개월이 지나서다. 한 인물이 겪기에 너무 많은 아픔들이 마치 소설 같았다. 태어나면서 버려지고, 입양되었지만 27살이 될 때까지 양모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살았다. 이럴 거면 왜 입양을 했던 것일까? 작년 양모의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꼬마 천사 정인이가 떠올랐다. 그녀의 삶을 듣고 나니 책 제목이 피눈물 나는 그녀의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양모에게 한 번도 반항할 수 없었을까? 아무리 호랑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기사까지 있는 부유한 집에서 컸지만(후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긴 한다.), 그녀의 삶은 버려진 아이보다 못 했던 것 같다. 27살에 결혼을 하며 그런 양모로부터 분리되긴 했지만, 수십 년간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다행이라면 그녀는 그런 자신의 상처를 속으로 삭히며 스스로를 옭아매기 보다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또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다행히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

이 책은 그녀의 삶이 간접적으로 드러나있다. 자신의 삶과 닮은, 자신이 위로받고 공감했던 책 30권과 함께 자신의 삶을 조금씩 드러낸다. 책 중에는 나 역시 읽어본 책도 상당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책들도 있긴 했다. 특히 제목부터 큰 위로가 되었다는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읽고 마음이 아팠다. 그저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인정받지 못하고, 상처받는 삶을 살았기에 그랬을까 싶어서 안쓰러웠다. 양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책 읽기는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의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그녀는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상처들을 책을 통해 털어내고 있다.

사실 친부모 아래서 자란 나 역시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상처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녀의 상처와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순 없지만, 세상 밖으로 아픈 상처를 내놓고 같은 상처로 아파하는 타인을 안아주는 그녀의 모습이 또 다른 도전이 되었다. 상처받은 치유자. 그녀 또한 치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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