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할머니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레베카 하디먼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또 하나의 소설이 생각났다.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말이다. 단지, 성별과 나이가 바뀌었을 뿐 알란 할아버지와 고가티 할머니의 접점이라면 독자가 느낄만한 유머 코드!라고나 할까?

83살의 밀리 고가티 할머니는 남편 피터와 사별 후 혼자 살고 있다. 그런 그녀의 취미는 무려 절도! 오랜 시간 단골로 다니는 도넬리의 상점에 들어선 밀리는 가방 안에 필요 없는 카드(딸에게 보내는 카드지만, 그녀는 딸이 없다.)를 비롯하여 이것저것을 슬쩍한다. 물론 처음이 아니다. 이미 적발된 적이 여러 번인지라 결국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된다. 밀리의 아들인 케빈은 그런 어머니를 위해 가정부 실비아 페닝을 고용한다.

한편, 케빈과 그레이스 부부의 쌍둥이 딸인 에이딘은 부부의 근심거리다. 밀리는 그런 손녀도 마냥 이쁘기만 하지만 말이다. 에이딘을 밀번 기숙학교에 보내려는 케빈. 하지만 에이딘은 가고 싶지 않다. 억지로 밀번 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에이딘은 결국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마는데...

 

한편,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했다고 생각하는 실비아와 점점 가까워지는 밀리. 실비아의 아픈 조카 이야기에 가슴이 메어진다. 절도 다음으로 밀리가 자주 치는 사고는 교통사고다. 올해만 세 번째 교통사고를 낸 날, 밀리의 말 때문에 실비아는 케빈에게 밀리의 교통사고를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이 일로 케빈은 실비아를 해고하려고 한다. 거기에 요리를 하려다 집에 불이 나 화상까지 입게 되자 밀리가 제일 원하지 않던 그림인 양로원에 들어가게 된다. 양로원을 탈출한 밀리는 자신의 도우미였던 실비아가 반지와 재산을 가지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비아를 잡기 위해 기숙학교에서 도망쳐온 손녀 에이딘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는데...

밀리와 케빈. 에이딘에 이르는 3대의 활약상은 실로 흥미롭다. 삶이 시트콤인 밀리. 잘나가는 아내와 달리 집에서 살림을 하게 된 케빈. 그리고 쌍둥이 언니와 늘 비교 대상이 되는 에딘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상황임에도 나름 유쾌하게 그려가는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연 격이라서 아주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은 밀리의 며느리이자 케빈의 아내 그레이스에게 특히 마음이 많이 갔다. 나라면 진짜... 그놈의 남편이란 작자를... 휴...

알란 할아버지는 그다음 활약상으로 건재함을 증명했는데, 밀리 할머니는 어떨까?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다음 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