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기적인 기억
김경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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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에 진실을 감추고 있는 편견이란 놈을 조심하게.

그래야 진실에서 멀어지지 않을 수 있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인간의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 편집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꽤 기억력이 좋은 사람 중 한 명인지라(아이를 낳고 예전만 못하긴 하지만...;;;) 설마...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의 제목인 이기적인 기억. 기억이 이기적이라고? 제목부터 조금은 이질적이었는데,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였다.

오래 사귄 연인 혜원과 결혼을 하고 싶지만, 재력이 있는 혜원 집안에 반대에 부딪친 진우. 학원 원장인 혜원 아버지는 진우에게 1년의 시간을 주며 자신의 능력을 보이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부턴가 반복되는 악몽을 꾸고 있는 진우에게 세준이라는 남자가 찾아온다. 정진애라는 이름을 이야기하지만, 전혀 기억에 없는 진우. 끔찍한 악몽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악몽은 더 자주 진우의 삶을 좀 먹는다. 결혼을 재촉하는 혜원에게 어렵게 정신병원에 있는 형 이야기를 꺼내는 진우. 형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우연히 알게 된 기억 교정센터의 오상철 박사는 진우의 악몽이 방어기제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한 기억 교정센터의 임상에 참여해 보기를 권유한다. 엄마와 함께 찾아간 형의 병원. 병문안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진우는 엄마에게 얼핏 떠오르는 16년 전 이야기를 하고, 호빵 누나라고 했던 그녀의 이름이 진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진애. 갑자기 생각나는 그 얼굴. 학원에 돌아온 진우는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왔던 세준의 연락처를 급하게 찾지만 알 수 없다. 당시 세준의 동생이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낸 진우는 세준의 연락처를 알게 되지만, 이미 그 사이 진애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끔찍한 그 기억 속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피투성이가 된 강보 속 인물과 자신의 얼굴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공격하는 개, 호빵 누나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인간은 지극히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인가 보다. 소설 속 기억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 잊을 수 없도록 끔찍한 사건을 지워버리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또 다른 안전망이 아닐까? 진우를 둘러싼 그날의 진실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보호를 위해 행동한다. 그리고 반전 아닌 반전이 대미를 장식한다. 생각보다 빠른 전개에 숨 쉴 틈이 없지만, 끝이 너무 긴박하게 마무리되어서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만들어둔 막이 다 펼쳐지기에는 분량이 마냥 아쉽다. 혜원, 혜원 아버지와의 관계, 형에 대한 이야기 등 좀 더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듯한데 너무 급작스럽게 마무리가 된다. 그럼에도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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