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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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갈라 그음으로써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섞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도 아닌,

따로 존재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해 볼 순 없을까?

그것만으로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에 부족한 걸까?'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살 이유가 아닌 죽을 이유를 찾아서 살아간다니... 과연 무슨 뜻일까? 한 장을 넘기고 나니 작가의 말이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선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8권의 장편 소설이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된 주제는 대립이다. 산족과 바다족이라는 두 부족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사촌 언니인 나오의 영향으로 유리코는 간호사가 되었다.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했던 언니가 남긴 깊은 인상 덕분이다. 그렇게 언니랑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결국은 간호사를 그만둔 나오. 이유는 우울증 때문이었다. 환자들의 상황과 처지에 깊은 공감을 했던 게 원인이 되었을 줄이야...! 언니와 같이 공감할 줄 아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코는 아무런 감정 없이 환자를 그저 일로만 치부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다. 얼마 전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찾아왔을 때 역시 입에 발린 말을 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충격이다. 한편, 14살 어린 늦둥이 동생 쇼타는 절친인 다카노리가 이사 간다는 사실에 힘들어한다. 동생에게 힘이 되고팠던 유리코는 자신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미나미 도모야와 그의 친구 호리키타 유스케를 소개한다. 사실 도모야는 식물인간 상태이다. 가족이 아닌 친구가 병실을 꾸준히 지키며 간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쇼타에게 친구관계에 대한 위로와 깨달음을 주기 위한 자리였지만, 유리코 역시 궁금했다. 둘이 어떤 친구 사이기에 병실을 계속 지킬 수 있는 것일까?

호리키타 유스케와 미나미 도모야는 절친이다. 그럼에도 둘은 상당히 다르다. 유스케가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비해, 도모야는 조용하고 튀는 성격이 아니다. 이 둘 사이에 접점이 되는 마에다 가즈히로가 전학을 오게 된다. 첫 스키 수업을 앞두고 당황하고 있는데, 도모야가 가즈히로에게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도모야와 유스케, 가즈히로는 친구가 된다. 사실 가즈히로는 유스케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 유스케가 하는 말이 전부 옳은 것도 아니고, 때론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늘 마음속으로 삭힌다. 그런 모습은 도모야 역시 다르지 않다.

둘의 우정은 대립과 공존이 교차한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둘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어우러지기도 하지만, 다름이 대놓고 드러나기도 한다. 이 둘을 둘러싼 주변인들도 마찬가지다. 산족과 바다족. 한 사람은 이런 대립이 불쾌하고 부담스러웠다. 이런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한 사람은 구구절절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정도로...

그저 내게 하루가 주어졌으니 사는 사람도, 어떻게든 살아야 할(혹은 죽어야 할) 이유를 찾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둘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어떻게든 다른 것을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두 등장인물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르다, 좋고 나쁘다를 찾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시비가 아닌 다름의 관점으로 책을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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