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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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책을 둘러싼 각종 과학과 기술용어들은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궁금했던 것은 아내를 향한 홀의 감정이었다. 다른 건 놓쳐도, 그것만은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어이자 기자인 김홀은 아내 차이후를 암으로 잃었다. 그녀는 어머니 역시 암으로 잃었고,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 또한 암으로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비켜가지 못했다. 아내의 사망 후, 홀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에게 메일이 들어온다. 보낸 사람은 이후였다. 이후의 메일의 내용을 보고 홀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홀과 같은 차원이 아닌 사이버 스페이스인 바이 앤 바이에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이후가 투병 중일 때, 병실에서 만난 적이 있던 미디엄 세이렌이 그를 찾아온 것도 그 즈음이다. 세이렌이 이후를 방문했을 때, 그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그가 본 내용은 그들 사이에 노란색 작은 메모리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투병 중인 환자들은 고통을 억제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가 아닌 이브로 핀(가상 현실 VR과 모르핀의 합성어) 헬멧이라 부르는 것을 통해 통증관리를 받는다. 이후 역시 브로핀 헬멧을 착용했었다. 근데, 브로핀 헬멧을 통해 이후의 정신이 다운로드 되어 가상의 공간인 바이 앤 바이에 아바타 형태로 머물고 있고, 그런 자신을 만나러 바이 앤 바이에 방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고민하던 홀은 아내가 그리운 마음에 바이 앤 바이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생전 자신이 그리던 모습과 같은 이후의 아바타를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실제 같은 이후의 모습에 놀란 홀은 갑작스럽게 자리를 뜨게 된다. 홀과 이후의 만남을 지켜보던 해커 피치(이윤희)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홀 때문에 이후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자연스레 피치와 가까워진 홀은 피치로부터 바이 앤 바이에 가족을 두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편, 아내를 만난 후 조금씩 일에 몰두하게 되는 홀은 요즘 뜨는 인물이지만, 도통 자신의 방송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부흥사 K와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와의 만남에서 "불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부터 자살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피치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는 홀. 그녀로부터 예상치 못한 고백을 듣게 된 후 홀은 바이 앤 바이 뿐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인 욘더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와중 피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는데...

불멸이라는 단어가 유독 책 속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오랜 시간 인류의 꿈 또한 불멸이 아닌가? 근데 인간은 유한한 육체를 가졌기 때문에 불멸은 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육체가 아닌 정신이 제3의 존재에 불멸로 존재한다면? 을 전제로 책의 이야기를 이루어졌다. 문제는 홀로 불멸이 아닌,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불멸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잃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까? 육체를 버리고, 정신만 존재하는 욘더 행이 그리 탐탁지 않았다. 불멸의 존재로 살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 낸 욘더에서의 생활이 과연 꿈 같고, 천국 같기만 할까? 그곳에도 같은 인지능력을 가진 우리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여전히 다툼도, 미움도, 슬픔도 있지 않을까? 물론 헤어짐과 그리움의 고통은 없다 해도 말이다.

과학의 발전이 과연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까? 뇌와 정신을 다운로드하는 사실도 색달랐지만,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의 일부를 기계화시키는 사이보그도 놀라웠다. 과연 그런 세상이 미래에는 도래할까? 그렇게 발전한 세상 속에도 여전히 사랑의 존재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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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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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박제사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갈수록 궁금증은 여러 형태로 파생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슬프고 화도 났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제서야 의미 없이(때론 그러려니) 지나쳤던 부분이 되살아났다. 그 모든 행동이 가진 의미들이 맞추어졌다.

20년 차 박제사이자 장례지도사인 박인수는 아내상을 당했다. 빈소를 차리긴 했지만, 인수의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 채수인의 동생 내외가 전부다. 수인의 남동생은 연락이 안 된다. 아내를 어디로 보내줘야 할까? 고민하며 내뱉은 말에 처제인 수정이 고향 경기도 여주의 여강에 뿌려주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아내는 가루가 되어 여강에 뿌려진다. 사실 수인은 자살을 했다. 집 베란다에 목을 매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딸이 그런 엄마를 발견하고 인수에게 연락을 한다. 인수는 당시 촬영을 돕기 위해 사슴에게 마취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그는 며칠 전 일이 자꾸 떠올랐다. 그날 그가 말대로 늦게 들어왔다면, 아니 아내에게 미리 연락을 했다면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등지지 않았을까?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그 사람이 누군지를 물을 수는 없었다. 왜 아내가 죽었느냐는 수정의 물음에 인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수인은 그 사람을 끝내 밝히지 않고 자신이 모든 진실을 숨긴 채로 목숨을 끊는다.

그날 전시회를 앞둔 박제품이 손상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이틀간 밤을 새워 인수는 박제품을 원상복구 시킨다. 생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서 새벽녘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내에게는 아침 늦게 들어간다고 이야기했지만, 굳이 전화해서 지금 들어간다고 알리지 않았다. 소변이 급하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오는 인수를 보지 못했다.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간 인수는 볼 일을 본 후, 화장실 비눗갑 근처에 있던 물건을 발견한다. 임신테스터기였다. 이미 연년생 자녀를 낳고 17년 전, 정관수술을 한 터라 선명한 두 줄을 보는 순간 '혹시 저절로 풀린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수인도, 인수도 며칠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인수의 물음에 수인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 때문에 집을 나서며 인수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아내를 취조하거나, 닦달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집을 비운 그날,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아내의 물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통장. 통장 안에는 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는데, 천만 원은 아내가 사망한 날 입금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이상한 전화번호 두 개. 전화와 문자가 석연치 않았다. 인수는 그렇게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고자 이상한 연락처로 아내의 죽음을 숨긴 채 연락을 한다. 그러던 중,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인수. 그가 연락했던 두 번호 중 한 번호의 주인이 사망했다는 연락이었는데...

수인은 소녀 가장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갑작스러운 오토바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엄마마저 떠난다. 남겨진 동생 둘을 키우기 위해 그녀는 학교도 중퇴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일을 한다. 일을 하다 만난 인수와 사이에 아들이 생겨 23살에 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림을 합친다. 동생들을 챙길 줄 만 알았던 내성적인 아내. 그런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인수. 사실 그날의 일 역시, 아내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묻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무엇을 숨기는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하나 둘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수인의 죽음의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구나!를 느끼게 된다. 말미에 가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는 아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인수의 모습과 함께, 박제사로 죽은 동물을 살아있는 동물처럼 살려내기 위해 애를 쓰는 인수의 모습도 겹쳐진다. 아내보다 박제한 동물들이 더 가족 같고, 더 사랑스럽고, 더 마음이 동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아내 수인이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진실 너머의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과연 그녀의 사랑을 그들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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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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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다.

첫 장을 넘기며 알았다. 아... 제목에 낚였구나!!!

그렇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자연과 생태계를 책이 아닌 물리학 중에도 이론물리학, 복잡계를 다루는 과학자의 자신의 분야에 대한 소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리학과 담쌓고 지냈던 나 인지라 첫 장부터 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몇 쪽까지 읽을 수 있을까? 가 주된 관심사였다. 다행이라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친절한 저자는 자신의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나처럼 낚인 독자 포함) 사람들에게 첫 번째 조언을 건넨다. 우선은 1장을 꼭 읽고, 다음 장은 관심 가는 데로 읽으라고...^^

이론물리학, 복잡계 과학은 도대체 뭘까? 주된 포커스는 "복잡"과 "이론"에 있다. 물리학 하면 자동 떠올리는 그런 학문이 아닌, 버섯처럼 균사조직으로 여기저기 상호작용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 과학의 다양한 부분을 다루는 학문을 말한다. 그렇기에 연구 분야도 생태학, 사회학, 생물학, 신경과학, 경제학, 전염병학 등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제목처럼 자연은(또는 사회는)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며 협력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그렇기에 단순히 접근한 나는 낚였지만, 책의 제목은 복잡계 과학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복잡계 과학을 다루는 법은 의외였다. 복잡하기에 더 세밀하게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달리 전체적인 특징을 먼저 잡고, 무시해도 되는 부분은 과감히 접는다. 저자가 예를 든 스마일 이모티콘처럼 말이다.

이론물리학의 중심 주제는 대상의 근본을 파헤치면서 동시에

조감도를 보듯 대상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이다.

내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탐구해야 한다....

이론물리학은 근본에 다다를 때까지

어떤 현상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학문이다.

이때 이론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수학, 측량, 사고실험, 그리고 인내심이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복잡계 과학은 얼마 전에 읽었던 크로스 사이언스(홍성욱 저, 21세기 북스)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세밀하게 나누어진 각 학문들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독립적인 분야가 없다. 다른 학문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복잡계 과학 역시 그런 학문들을 연결하고 더 세분화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학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현대의 학문들은 서로 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토대로 연구해야 본질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당장 우리가 지나고 있는 코로나19만 해도 그렇다. 단순히 전염병학만 연구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그와 관련된 사회학과 도시과학, 수학과 화학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야 한다.

 

 

 

 

 

이 책의 흥미점은 1장에서 복잡성에 대해 개괄한 후, 구체적인 사례와 접목하여 좀 더 깊이 있고, 구체적인 학문의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사례도 참 다양하다. 역시 여러 학문과의 공통점에 집중해서 그런 것 같다. 가령 2장의 조화에서는 동기화와 관련된 각종 사례들과 학문이 등장한다. 시작은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의 흔들림에 따른 자발적 동기화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는 생태계의 개체 수 동기화와 인간 사이의 동기화와 관련된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루할 틈 없이 2장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3장의 복잡한 연결망은 앞에서 다루었던 버섯의 균사조직처럼 이어지는 연결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SNS와 항공기, 큰 돌고래 이야기와 예방접종까지 이어진다.

4장의 임기성에도 역시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5장의 티핑포인트, 6장의 집단행동을 거쳐 7장의 협력에서는 생태계 속 진화학과 미생물학을 통한 공생(협력) 이야기를 접하며 얼마 전에 읽었던 협력의 유전자(니콜라 라이하니, 한빛비즈)가 떠올랐다. 또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경제학 이론도 접해있어서 흥미로웠다.

복잡계 과학을 통해 저자는 여러 규칙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한 협력과 공통점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러 번 강조한다. 우리 머릿속과 생각 속에 가득 찬 한계와 경계선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 한계선이 차이점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에 집중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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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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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 오는 날 꽃놀이 여행을 떠났다 - 직장암 말기 엄마와의 병원생활 그리고 이별후유증
추소라 지음 / 렛츠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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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페이지를 펴도 툭 툭... 청승맞게 눈물이 쏟아진다. 아이를 낳은 지 2년이 다 돼가니, 호르몬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저 주책맞게 감정이 이입돼서 그런다. 엄마라는 단어는 참 이상하다. 기쁨도, 슬픔도, 따스함도, 아픔도, 서글픔도 온갖 감정이 다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걸 보면, 우리 엄마가 내게 그런 존재여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엄마 故 강현숙 님과 딸 추소라다.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를 생각하며 쓴 에세이다.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그녀에게 전해진 엄마의 암 판정 소식. 다행히 엄마는 잘 이겨냈다. 힘든 치료의 순간마다 가족들은 똘똘 뭉쳤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 보통 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근데, 5년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가족에게 찾아온 엄마의 재발 소식.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족 곁을 떠났다.

책을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엄마의 사진을 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기와 같은 상황을 겪어낼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간직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 엄마의 투병기지만, 딸의 간병비이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는데, 자녀들이 참 대단했다. 특히 큰 딸인 저자는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녀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참 잘 달성했다.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녀는 엄마가 컨디션이 좋을 때마다, 영상통화를 통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 만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엄마가 작별 인사 같아서 싫다 했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마저도 할 수 없기에 엄마를 위로하며 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엄마가 조금이나마 편안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나 물건을 틈틈이 챙기기도 하고, 약과 고통으로 인한 섬망이 나타날 때조차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 (엄마가 두려워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장 암이기에, 대변과 소변 등 뒤처리를 해야 했는데, 그때 그녀의 반응이 정말 눈물이 났다. 창피해 하고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자신과 동생들의 아기 시절을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이 남인 내가 봐도 너무 고맙고 예뻤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책을 통해 이들 가족은 엄마에게 남은 시간 동안 집중과 선택을 잘 했던 것 같다. 엄마와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감정과 행동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물론 수시로 울컥할만한 상황들이나, 엄마를 배려하지 않는 친척이나 가족, 지인들의 모습에 화가 났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최대한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1순위로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후회했던 하나는, 엄마가 항암을 중단하고자 했을 때 엄마의 의견을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항암을 중단하면 엄마를 포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한 선택이었지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좀 더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을 위해 위로를 전한다. 당신의 선택은 숙고하고 고민 끝에 한 선택이기에 최선일 것이라는... 그러니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는 말 말이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며 중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으로의 부탁도 기억에 남는다. 환자를 향한 진정한 배려와 병문안 에티켓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무턱대고 병문안을 하기보다는 미리 컨디션이 어떤지 보호자를 통해 확인해 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겠다는 것과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대접받으려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것 말이다. (같이 식사를 했다면 설거지 정도는 해주는 센스처럼)

또 하나는 연명치료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나도 내 연명치료는 반대하지만 부모님이나 남편, 자녀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다. 저자 역시 투병 중인 엄마에게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엄마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다행이었다는 그녀의 표현을 보며 나 역시 미리 조치를 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의 빈자리는 누구보다 크다. 두고두고, 갑자기 무언가를 봐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참 많은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 그녀는 비가 오는 날 꽃놀이를 떠났다고 한다. 늦었지만 강현숙 님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남겨진 추소라 님과 가족들도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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