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다.
첫 장을 넘기며 알았다. 아... 제목에 낚였구나!!!
그렇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자연과 생태계를 책이 아닌 물리학 중에도 이론물리학, 복잡계를 다루는 과학자의 자신의 분야에 대한 소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리학과 담쌓고 지냈던 나 인지라 첫 장부터 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몇 쪽까지 읽을 수 있을까? 가 주된 관심사였다. 다행이라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친절한 저자는 자신의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나처럼 낚인 독자 포함) 사람들에게 첫 번째 조언을 건넨다. 우선은 1장을 꼭 읽고, 다음 장은 관심 가는 데로 읽으라고...^^
이론물리학, 복잡계 과학은 도대체 뭘까? 주된 포커스는 "복잡"과 "이론"에 있다. 물리학 하면 자동 떠올리는 그런 학문이 아닌, 버섯처럼 균사조직으로 여기저기 상호작용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 과학의 다양한 부분을 다루는 학문을 말한다. 그렇기에 연구 분야도 생태학, 사회학, 생물학, 신경과학, 경제학, 전염병학 등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제목처럼 자연은(또는 사회는)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며 협력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그렇기에 단순히 접근한 나는 낚였지만, 책의 제목은 복잡계 과학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복잡계 과학을 다루는 법은 의외였다. 복잡하기에 더 세밀하게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달리 전체적인 특징을 먼저 잡고, 무시해도 되는 부분은 과감히 접는다. 저자가 예를 든 스마일 이모티콘처럼 말이다.
이론물리학의 중심 주제는 대상의 근본을 파헤치면서 동시에
조감도를 보듯 대상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이다.
내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탐구해야 한다....
이론물리학은 근본에 다다를 때까지
어떤 현상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학문이다.
이때 이론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수학, 측량, 사고실험, 그리고 인내심이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복잡계 과학은 얼마 전에 읽었던 크로스 사이언스(홍성욱 저, 21세기 북스)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세밀하게 나누어진 각 학문들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독립적인 분야가 없다. 다른 학문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복잡계 과학 역시 그런 학문들을 연결하고 더 세분화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학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현대의 학문들은 서로 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토대로 연구해야 본질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당장 우리가 지나고 있는 코로나19만 해도 그렇다. 단순히 전염병학만 연구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그와 관련된 사회학과 도시과학, 수학과 화학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야 한다.
이 책의 흥미점은 1장에서 복잡성에 대해 개괄한 후, 구체적인 사례와 접목하여 좀 더 깊이 있고, 구체적인 학문의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사례도 참 다양하다. 역시 여러 학문과의 공통점에 집중해서 그런 것 같다. 가령 2장의 조화에서는 동기화와 관련된 각종 사례들과 학문이 등장한다. 시작은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의 흔들림에 따른 자발적 동기화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는 생태계의 개체 수 동기화와 인간 사이의 동기화와 관련된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루할 틈 없이 2장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3장의 복잡한 연결망은 앞에서 다루었던 버섯의 균사조직처럼 이어지는 연결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SNS와 항공기, 큰 돌고래 이야기와 예방접종까지 이어진다.
4장의 임기성에도 역시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5장의 티핑포인트, 6장의 집단행동을 거쳐 7장의 협력에서는 생태계 속 진화학과 미생물학을 통한 공생(협력) 이야기를 접하며 얼마 전에 읽었던 협력의 유전자(니콜라 라이하니, 한빛비즈)가 떠올랐다. 또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경제학 이론도 접해있어서 흥미로웠다.
복잡계 과학을 통해 저자는 여러 규칙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한 협력과 공통점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러 번 강조한다. 우리 머릿속과 생각 속에 가득 찬 한계와 경계선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 한계선이 차이점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에 집중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