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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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박제사라...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갈수록 궁금증은 여러 형태로 파생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슬프고 화도 났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제서야 의미 없이(때론 그러려니) 지나쳤던 부분이 되살아났다. 그 모든 행동이 가진 의미들이 맞추어졌다.

20년 차 박제사이자 장례지도사인 박인수는 아내상을 당했다. 빈소를 차리긴 했지만, 인수의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 채수인의 동생 내외가 전부다. 수인의 남동생은 연락이 안 된다. 아내를 어디로 보내줘야 할까? 고민하며 내뱉은 말에 처제인 수정이 고향 경기도 여주의 여강에 뿌려주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아내는 가루가 되어 여강에 뿌려진다. 사실 수인은 자살을 했다. 집 베란다에 목을 매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딸이 그런 엄마를 발견하고 인수에게 연락을 한다. 인수는 당시 촬영을 돕기 위해 사슴에게 마취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그는 며칠 전 일이 자꾸 떠올랐다. 그날 그가 말대로 늦게 들어왔다면, 아니 아내에게 미리 연락을 했다면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등지지 않았을까?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그 사람이 누군지를 물을 수는 없었다. 왜 아내가 죽었느냐는 수정의 물음에 인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수인은 그 사람을 끝내 밝히지 않고 자신이 모든 진실을 숨긴 채로 목숨을 끊는다.

그날 전시회를 앞둔 박제품이 손상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이틀간 밤을 새워 인수는 박제품을 원상복구 시킨다. 생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서 새벽녘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내에게는 아침 늦게 들어간다고 이야기했지만, 굳이 전화해서 지금 들어간다고 알리지 않았다. 소변이 급하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오는 인수를 보지 못했다.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간 인수는 볼 일을 본 후, 화장실 비눗갑 근처에 있던 물건을 발견한다. 임신테스터기였다. 이미 연년생 자녀를 낳고 17년 전, 정관수술을 한 터라 선명한 두 줄을 보는 순간 '혹시 저절로 풀린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수인도, 인수도 며칠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인수의 물음에 수인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 때문에 집을 나서며 인수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아내를 취조하거나, 닦달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집을 비운 그날,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아내의 물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통장. 통장 안에는 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는데, 천만 원은 아내가 사망한 날 입금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이상한 전화번호 두 개. 전화와 문자가 석연치 않았다. 인수는 그렇게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고자 이상한 연락처로 아내의 죽음을 숨긴 채 연락을 한다. 그러던 중,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인수. 그가 연락했던 두 번호 중 한 번호의 주인이 사망했다는 연락이었는데...

수인은 소녀 가장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갑작스러운 오토바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엄마마저 떠난다. 남겨진 동생 둘을 키우기 위해 그녀는 학교도 중퇴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일을 한다. 일을 하다 만난 인수와 사이에 아들이 생겨 23살에 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림을 합친다. 동생들을 챙길 줄 만 알았던 내성적인 아내. 그런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인수. 사실 그날의 일 역시, 아내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묻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무엇을 숨기는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하나 둘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수인의 죽음의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구나!를 느끼게 된다. 말미에 가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는 아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인수의 모습과 함께, 박제사로 죽은 동물을 살아있는 동물처럼 살려내기 위해 애를 쓰는 인수의 모습도 겹쳐진다. 아내보다 박제한 동물들이 더 가족 같고, 더 사랑스럽고, 더 마음이 동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아내 수인이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진실 너머의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과연 그녀의 사랑을 그들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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