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비 오는 날 꽃놀이 여행을 떠났다 - 직장암 말기 엄마와의 병원생활 그리고 이별후유증
추소라 지음 / 렛츠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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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이지를 펴도 툭 툭... 청승맞게 눈물이 쏟아진다. 아이를 낳은 지 2년이 다 돼가니, 호르몬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저 주책맞게 감정이 이입돼서 그런다. 엄마라는 단어는 참 이상하다. 기쁨도, 슬픔도, 따스함도, 아픔도, 서글픔도 온갖 감정이 다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걸 보면, 우리 엄마가 내게 그런 존재여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엄마 故 강현숙 님과 딸 추소라다.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를 생각하며 쓴 에세이다.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그녀에게 전해진 엄마의 암 판정 소식. 다행히 엄마는 잘 이겨냈다. 힘든 치료의 순간마다 가족들은 똘똘 뭉쳤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 보통 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근데, 5년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가족에게 찾아온 엄마의 재발 소식.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족 곁을 떠났다.

책을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엄마의 사진을 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기와 같은 상황을 겪어낼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간직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 엄마의 투병기지만, 딸의 간병비이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는데, 자녀들이 참 대단했다. 특히 큰 딸인 저자는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녀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참 잘 달성했다.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녀는 엄마가 컨디션이 좋을 때마다, 영상통화를 통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 만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엄마가 작별 인사 같아서 싫다 했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마저도 할 수 없기에 엄마를 위로하며 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엄마가 조금이나마 편안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나 물건을 틈틈이 챙기기도 하고, 약과 고통으로 인한 섬망이 나타날 때조차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 (엄마가 두려워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장 암이기에, 대변과 소변 등 뒤처리를 해야 했는데, 그때 그녀의 반응이 정말 눈물이 났다. 창피해 하고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자신과 동생들의 아기 시절을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이 남인 내가 봐도 너무 고맙고 예뻤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책을 통해 이들 가족은 엄마에게 남은 시간 동안 집중과 선택을 잘 했던 것 같다. 엄마와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감정과 행동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물론 수시로 울컥할만한 상황들이나, 엄마를 배려하지 않는 친척이나 가족, 지인들의 모습에 화가 났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최대한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1순위로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후회했던 하나는, 엄마가 항암을 중단하고자 했을 때 엄마의 의견을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항암을 중단하면 엄마를 포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한 선택이었지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좀 더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을 위해 위로를 전한다. 당신의 선택은 숙고하고 고민 끝에 한 선택이기에 최선일 것이라는... 그러니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는 말 말이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며 중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으로의 부탁도 기억에 남는다. 환자를 향한 진정한 배려와 병문안 에티켓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무턱대고 병문안을 하기보다는 미리 컨디션이 어떤지 보호자를 통해 확인해 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겠다는 것과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대접받으려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것 말이다. (같이 식사를 했다면 설거지 정도는 해주는 센스처럼)

또 하나는 연명치료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나도 내 연명치료는 반대하지만 부모님이나 남편, 자녀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다. 저자 역시 투병 중인 엄마에게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엄마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다행이었다는 그녀의 표현을 보며 나 역시 미리 조치를 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의 빈자리는 누구보다 크다. 두고두고, 갑자기 무언가를 봐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참 많은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 그녀는 비가 오는 날 꽃놀이를 떠났다고 한다. 늦었지만 강현숙 님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남겨진 추소라 님과 가족들도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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