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인어공주 컬러링북
디즈니 지음 / 아르누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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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나 공주에 관심이 없던 아이가 부쩍 공주에 관심이 생겼다. 아직도 꾸미는 것을 잘 모르는 아이지만, 한 번씩 공주 드레스나 왕관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키즈카페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공주 드레스를 골라 입고 놀기도 하는 걸 보면,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색에 대해 배우고, 어린이집 자유 시간에 색칠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와서도 컬러링북을 찾는 날이 종종 있었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인어공주와 컬러링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책을 보고 너무 좋아했다.

어린 시절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하면 자동으로 Under the Sea 노래가 떠오른다. 바닷속 아름다운 막내 공주이자 인어공주의 주인공 이름이 에리얼이었다는 사실을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인어공주 이름이 있었다니! 내가 기억하는 것은 오히려 세바스찬(게) 정도인데 말이지... 책 마지막 장에도 에리얼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역시 그 이름이 맞았구나~딸^^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책 속 그림들이 익숙할지 모르겠다. 인어공주 에리얼과 바닷속 아틀란티카의 왕인 인어공주의 아빠 트라이튼, 6명의 언니들과 인어공주의 사랑인 왕자 그리고 인어공주에게 다리를 주는 대신 목소리를 가져간 마녀 우르슬라까지... 애니메이션의 순서대로 나오기보다는 다양한 장면이 섞여서 나오는 것 같다. 아이가 고른 그림은 단연 에리엘 단독 컷이다.

 

 

 

나름 예쁘게 표현한다고 색을 조합해서 다양하게 칠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한 장을 한 번에 완성하는 게 쉽지 않기도 하지만, 아직 집중력이 짧기도 하니 말이다. 예전에는 밖으로 삐져나오는 게 많았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둘째의 방해에도 나름 열심히 칠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물속에 사는 인어공주다 보니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등장하는데,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색칠해도 좋을 듯싶다. 굳이 원작의 모습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추억에 빠져 컬러링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사이즈도 A4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다 보니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기 때문에 편안하게 색칠할 수 있겠다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니 슬픈 장면이 없기도 하고(내가 아는 인어공주의 결말은 무척 비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왕자가 무척 자주 등장해서 찾아봤다가 이런 반전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 앞에 무척 용감하게 소중한 것을 포기할 줄 알았던 그녀. 에리얼과 함께 컬러링을 통해 또 다른 행복과 용기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컬러링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고, 특히 마음이 번잡한 날. 디즈니 인어공주 컬러링북과 함께하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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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되었어요
강모경 지음, 씰라씰라 그림 / 소담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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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과일하면 귤이 아닐까 싶다. 귤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바닥이 노랗다는 소리를 듣고, 한 번씩 손바닥이 노랗게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봤는데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 정말 근거 있는 이야기인 줄을 모르겠지만... ㅎ

귤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우리 아이들 역시 귤을 참 좋아한다. 과일과 친하지 않은 나도 귤은 가끔 한 두 개 먹는 편인데, 귤의 신맛이 좋다기보다는 접근도가 좋기 때문이다.(손으로 쓱쓱 깔 수 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귤 한 박스를 사다 놓고 박스 있는 방을 오고 가며 며칠 만에 다 먹었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 대로라면 남편 역시 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2개월 둘째는 말이 빠른 편이 아닌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알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귤이다.(아직 발음이 서툴러 귤인지 굴인지... 내가 알아듣고 귤? 하면 "네" 하면서 좋아한다. ) 글 밥이 많지 않고, 그림체도 너무 귀여워서 아이들과 몇 번이고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귤이 되었어요! 역시 겨울에는 귤이다.

귤을 좋아하는 아이. 하나 먹고 두 개 먹고 한 바구니 먹고 두 바구니 먹고 열심히 귤을 먹는다. 손바닥도 노랗고 얼굴도 노랗고 오줌까지 노래진 아이. 자고 일어나니 큰일 났다!! 귤이 되어 버렸다...ㅠㅠ

 

 

사실 이 상황이 되면 무섭고 걱정이 될 법도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둥글둥글 굴러다니는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귤이 되어서 그럴까? 걱정이 가득한 사람은 부모다. 그런 부모를 피해 아이는 데굴데굴 굴러서 밖으로 나간다. 아이가 귤이 된 지 몰라서일까? 집 밖에 나오니 강아지가 굴러가는 귤을 따라 쫓아온다. 이러다 먹히면 어쩌지? 귤이 된 아이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얼른 트럭에 올라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떠나는 트럭 위에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데굴데굴 굴러서 트럭을 타고 도착한 곳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동산이다. 굴러다니면 되기 때문에 이동에는 문제가 없다. 과연 아이는 귤에서 아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무섭거나 놀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책에 담겨있지 않다. 그저 부모가 아이를 찾아 나서는 정도가 전부다. 오히려 아니는 굴러다니며 이곳저곳을 경험한다. 아마 자신이 다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귤을 많이 먹어서 귤이 되었으니, 다시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을 지도 모르겠다. 글 밥이 적어서 한글이 서툰 아이도 한 자 한 자 읽기 좋았고, 무엇보다 데구르르, 조르르처럼 의성어나 의태어가 담겨있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자주 안 쓰는 소리들을 통해 또 표현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짧은 동시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들과 함께 귤을 옆에 놓고 함께 웃으며 읽기 좋은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흥미로운 모험담이지만, 아이처럼 귤을 너무 많이 먹음 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덕분에 귤을 먹는 속도가 조절되기도 하니(과유불급!) 예상치 못한 효과 또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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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법칙 - 당신을 시작하게 만드는 빠른 결정의 힘
멜 로빈스 지음, 정미화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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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뭘 기다리는 거야?"

오늘 아침에도 알람을 끄고 5분 뒤에 울림을 눌렀다. 출근 준비와 아이 둘 등원 준비를 같이 해야 하는 워킹맘인지라, 매일 아침 시간이 부족하다. 그와 함께 출산과 함께 시작된 만성피로는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결혼 전보다 30분은 빨리 일어나는 기상임에도, 아침은 늘 정신없다. 물론 나가야 할 시간은 정해져있는지라, 우선순위에서 빠지는 것은 내 아침밥이다. 매일 밤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지만, 쉽지 않다. 왜 이렇게 힘들까?

출근길에 읽기 시작한 5초의 법칙. 제목을 봤을 땐 짧디짧은 5초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5초의 법칙은 어렵지 않다. 그저 로켓 발사처럼 해야 할 무언가를 하기 전 5초(5.4.3.2.1)을 세고 실행하면 된다. 무척 단순하다면 단순한 법칙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법칙은 과연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 걸까?

기본적으로 우리 뇌는 상황을 충분히 생각하도록 속임수를 쓴다.

이런 꼬임에 넘어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생각에 갇히게 된다.

뇌는 행동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수많은 방법을 갖고 있다.

변하는 것이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신경학적 이유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할 의지가 없거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설령 하고자 마음을 먹었어도, 실행까지는 방해물이 많다. 내 경우는 좀처럼 실행을 못하는 이유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때문이다. 몇 번의 생각을 거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안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다 보니 실행에 나서는 것은 거의 없게 된다. 당신은 어떤가? 나와 비슷한 패턴으로 실행력을 포기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다른 핑계를 찾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5초의 카운트 다운로드 후에는 바로 실행하는 것.

사실 내가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게으르거나 겁이 많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다행이라면(?) 우리의 뇌는 그렇게 생겼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미루는 것은 결코 나태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자기방어적 행동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우리 뇌가 자기방어적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을 미루는 습관을 가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스트레스로 지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미루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짧게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고, 그러다 보니 미루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이다. 올레!! 과학적 근거에 따른 완벽한 위로가 되었다.

이유를 알았다면, 더 이상 실행을 미룰 필요가 없다. 5초의 법칙을 진짜 적용해 볼 때다. 미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각종 감정적. 이성적인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늘 미뤘다면, 이제 실행을 해볼 차례다. 2009년 모든 것을 자포자기했던 저자가 로켓 발사를 보고 실행해서 지금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그 일을 말이다.

나는 우선 아침 알람 시간을 30분 당겼다. 퇴근하고 아이 둘을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와 각종 집안일(오늘도 10시간 세탁기를 예약하고 나왔다...)과 아이들의 저녁식사, 내일 어린이집 가방 챙기기 등의 일과 월초라 퇴근이 많이 늦을 남편을 웃는 얼굴로 마중하는 것(가장 난도가 높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중 반은 하고, 반은 미룬다.(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과연 나는 오늘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이 책에 수록된 많은 DM들처럼 나도 저자에게 내 성공의 메시지를 날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미루는 것은 결코 나태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자기방어적 행동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는 상황을 충분히 생각하도록 속임수를 쓴다.

이런 꼬임에 넘어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생각에 갇히게 된다.

뇌는 행동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수많은 방법을 갖고 있다.

변하는 것이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신경학적 이유다.

이제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뭘 기다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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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잠든 계절
진설라 지음 / 델피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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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부터 20년간 겪어온 가정폭력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민혜선은 우연히 섬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들어간 처마 아래에서 그와의 갑작스러운 키스. 그와의 입맞춤에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다. 정신이 돌아온 혜선은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이었다. 혜선이 다니던 독서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잘 정리된 노트. 노트 끝에 그려진 졸라맨의 만화. 첫눈 내리던 날 둘은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혜선이 공부하던 독서실에 화재가 난다. 그리고 남편이 그를 구했단다. K.D.H. 혜선을 구해준 그 남자의 이름은 고두홍. 노트의 이니셜과 일치했다. 생일선물로 혜선과의 관계를 요구한 그의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혜선은 임신을 하고, 대학도 마치지 못한 채 그렇게 급하게 식을 올린다. 결혼을 하자마자 그는 정체를 드러낸다. 혜선은 죽지 않을 정도로 맞고 산다. 그렇게 아이도 잃는다. 그뿐만 아니라 혜선이 아끼는 반려견, 옆집 여자가 여행 가며 맡긴 고양이까지 무참하게 죽인다. 물론 밖에서는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하는 그는 사이코패스다. 가족에게 알리는 순간,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두홍의 협박에 혜선은 20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다. 몸 만큼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로 말이다.

혜선은 세 자매 중 둘째다. 쌍둥이 언니 혜신, 여동생 혜진이 있다. 혜신은 20년 전 살해당했다. 목에 가위가 꽂힌 채 살해된 언니의 죽음은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였고,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날 이후 아빠는 술을 마시다 결국 세상을 뜬다.

키스남을 다시 만난 건 혜선이 맹장수술로 병원에 실려갔을 때였다. 그 남자는 그 병원의 간담췌외과 과장이었다.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를 다시 만나자 혜선은 마음이 설레는 한편, 남편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그 남자 김도훈은 혜선을 향해 저돌적으로 다가온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혜선이지만, 사이코패스 남편에게 당할까 걱정이다.

사실 도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에델바이스 향과 1010이라는 숫자가 전부다. 혜선에게 끌렸던 것도 혜선에게서 나는 그 향 때문이었다. 하나 둘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여러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혜선이 그리워하는 언니 혜신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홍이 집착하는 서재 방의 비밀과 도훈과 혜선의 과거까지... 엮이고 엮이는 미로 속에서 과연 혜선은 탈출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불안했다. 특히 혜선과 도훈이 함께 있을 때마다 숨죽이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두홍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두려웠다. 다행이라면 두홍으로 부터 혜선과 자신을 지킬만한 힘을 도훈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홍이 갑작스러운 퇴장도 못내 의심스러웠다. 과연 두홍을 혜선에게서 떼어낸 천사는 누구였을까?

엄마는 항상 배부르게 우릴 사랑했고,

엄마를 향한 내 사랑은 지독히도 가난했다.

단전을 찌르는 뼈아픈 그 사실을 늘 한발 뒤늦게 깨닫는 내가

가슴 아리도록 부끄러웠다.

"정말 미안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의 지독한 욕심이 또 다른 욕심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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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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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소설집이다. 총 8편의 단편이 담겨있는데, 표지에서 보듯이 SF적 소설이 아닌 SF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이 키워드가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SF 소설은 어떨까? 내심 궁금했는데, 기존에 접했던 SF 소설과는 차별되는 그녀만의 색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보통의 단편집의 경우 수록되어 있는 한 작품의 제목이 전체의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안녕의 의식 역시 책 속에 담겨있는 한 편의 제목이다. 얼마 전 묵직한 이별을 경험한 터라, 첫 번째 작품을 접하며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요 근래 읽은 책들이 죽음이나 가족의 이별과 관련된 책들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진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 첫 번째 등장한 엄마의 법률이라는 작품이었다. 엄마의 법률은 작품 속에서 시행되는 마더 법을 풀어쓴 것 같다. 후타바는 엄마 사키코, 아빠 다사카 겐이치, 오빠인 가케루, 언니 가즈미와 함께 사는 5가족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가정은 입양가정이다.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겐이치와 사키고 부부는 3명의 아이를 입양한다. 그렇게 가족이 된 5사람.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엄마 사키코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문제는 입양가정에 적용되는 마더 법에 의해 한쪽 부모가 사망한 한 부모 가정이 되면, 미성년자인 자녀는 다시 정부가 맡아서 관리하는 그랜드 홈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17살인 가즈미와 16살인 후타바는 이해할 수 없다. 본인들이 원하는데, 법률에 정해졌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마더 법 안에서는 입양되기 전 기억을 삭제하는 침전 치료를 한다. 또한 친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친권을 박탈하고 분리시킨다. 물론 아이를 학대한 것에 대해 죄를 묻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갱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이다. 대신 학대 사실의 발각되면 부모는 직업을 잃는다. (책 속에는 학대 부모 대부분이 무직이라고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전문직인 사람은 학대 자체를 안 한다는 것일까? 이 또한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마더 법의 시행 이후 친족 살해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품어질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즈미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후타바는 자신의 친엄마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이 모든 것 또한 불법이기에, 격렬하게 화를 내는 후타바는 그녀의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패닉에 빠지는데...

또 기억에 남는 한 작품을 꼽자면 책 표지에 등장한 한 줄 때문에 궁금했던 작품인데, 대략적인 이야기는 자판기 음료를 마시고 30년 후의 나를 만나게 된 이야기다. 45세의 미혼인 나는 폭우에 부모님이 사셨던 집을 살피러 지하철을 타고 본가에 간다. 그리고 집 앞 계단에 앉아있는 교복 입은 여학생을 목도한다. 요즘도 교복을 입나? 싶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30년 전 나였다. 그녀 역시 놀란다. 내 모습이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5살의 나는 45세까지 미혼에다, 얼굴에는 기미가 잔뜩 있는 내 모습에 적잖이 실망한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자판기를 찾아 나선다. 과거의 나가 미래의 나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을 무엇이었을까? 그녀와 나는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현재와 다른 모습의 소설 속 세상은 부단히 발전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마치 모든 게 완벽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중요한 무언가는 빠져있는 것 같다. 왠지 소설 속 멋진 신세계가 다른 버전과 상황으로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번 즈음 상상했던 상황일 수 있지만, 모두를 획일화의 상황 속에 집어넣고 같은 방식으로 처리(?)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긴 하지만, 시행착오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닐까?

미야베 미유키의 색상을 입은 SF 소설이라 그런지 또 다른 느낌의 SF 작품들을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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